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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형 Jan 07. 2021

Home town

2층버스 수난시대

시흥시 정왕동, 49블록


4년 전 홍콩에 갔을 때 놀라웠던 건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웃통을 벗고 사과 박스를 나르는 과일 가게 상인. 무더운 여름, 불룩 튀어나온 배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일에 몰두한 중년 아저씨의 모습은 내가 관광지가 아닌 현지인의 삶 속으로 성큼 들어온 여행자라는 것을 실감하게 했다.

또 다른 것은 바로 2층버스다. 높은 빌딩이 빽빽하게 늘어져있는 아파트 숲에서 가느다란 도로를 따라 굴러가는 복층의 버스 말이다. 오죽 신기했으면 신호등을 건너며 2층버스를 정면에서 찍으려다 운전자와 눈이 마주쳐 민망한 웃음을 지었을까.

여행은 늘상 그랬다. 익숙하지 않은, 새로움을 시식하는 공간이자 시간이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내가 사는 동네에도 2층버스가 도로를 누비며 많은 사람들을 태운다. 홍콩에서 봤던 버스보다 세련되고 견고하지만, 홍콩에서 느꼈던 산뜻함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익숙함은 새로운 자극을 필요로 한다. 이제는 3층버스가 등장하면 놀랄 예정이다.



글 사진/ 김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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