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버스 수난시대
4년 전 홍콩에 갔을 때 놀라웠던 건 두 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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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웃통을 벗고 사과 박스를 나르는 과일 가게 상인. 무더운 여름, 불룩 튀어나온 배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일에 몰두한 중년 아저씨의 모습은 내가 관광지가 아닌 현지인의 삶 속으로 성큼 들어온 여행자라는 것을 실감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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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것은 바로 2층버스다. 높은 빌딩이 빽빽하게 늘어져있는 아파트 숲에서 가느다란 도로를 따라 굴러가는 복층의 버스 말이다. 오죽 신기했으면 신호등을 건너며 2층버스를 정면에서 찍으려다 운전자와 눈이 마주쳐 민망한 웃음을 지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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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늘상 그랬다. 익숙하지 않은, 새로움을 시식하는 공간이자 시간이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내가 사는 동네에도 2층버스가 도로를 누비며 많은 사람들을 태운다. 홍콩에서 봤던 버스보다 세련되고 견고하지만, 홍콩에서 느꼈던 산뜻함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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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은 새로운 자극을 필요로 한다. 이제는 3층버스가 등장하면 놀랄 예정이다.
글 사진/ 김민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