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는 남한강
입 밖으로 내뱉은 온화한 날숨은 금세 마스크를 빠져나간다. 이마에 다다랐을 즈음에는 벌써 머리카락에 엉켜 붙어 얼음으로 굳어버렸다. 영하 15도. 남한강의 아침 공기는 접촉한 피부를 따갑게 내몬다. 연신 입김을 내쉬며 얼어붙은 강가를 따라 걷는다. 복숭앗빛 하늘에서 태양이 고개를 내밀길 기다린다. 발자국이 없는 걸 보니 적어도 며칠간 이 공간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다.
얼어붙은 강가로 시선을 돌리자 나룻배 한 척이 보였다. 나룻배에 올라 강의 중심에 가까워지면 어떤 풍경이 보일까. 호기심을 안고 배 안으로 몇 발자국 들이밀어 본다.
"쩌어억"
나룻배 바닥에 발을 놓자마자 얼어붙은 강물은 굉음을 낸다. 더 걷는 건 무리인 것 같다. 뒷 걸음질 치며 나룻배에서 내려왔다. 몇 번의 두리번거림 끝에, 자갈과 얼음이 골고루 섞인 얼음 위에 덜덜거리는 손으로 삼각대를 펼쳤다. 벌써 감각이 없는 손. 이제 해가 뜨기를 기다리면 된다.
그나저나 사진을 찍는 것보다 그 공간에 서 있는 것 자체가 힘들다니. 때론 아름다움을 맛보는 것에 적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나보다. 적어도 이 날은 책정된 금액을 지불하고 몸이 편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고.진.감.래.
사진을 보는 지금도 손이 시리다.
글 사진 / 김민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