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학 글쓰기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설득하는 글쓰기라는 수업을 얼결에 듣고 있다. 강연자는 8주간 정책 결정 보고 (Policy Decision Memo)와 정책 개선 에세이 (Policy Reform Narrative)를 어떻게 쓰는지 가르쳐주겠다고 한다. 중간에 과제로 두 가지 글의 초안을 제출하고 조금 더 다듬어서 파이널까지 제출해야 한단다. 수업의 절반은 질문과 답변이었다. 아직 깊이 있게 들어가지 않아서, 예전에 공부했던 '메모'라는 글쓰기에 대해서 복습해 본다. 우리나라에서 쓰는 메모보고의 목적과도 유사하다.
나는 국제업무를 담당했을 때 다른 나라의 기관에서 왔다는 메일들을 읽는 게 참 어려웠다. 언어의 한계도 있지만 글의 구조도 달라서 이네들이 지금 말하고자 하는 게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어려웠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이 외국에서 회사생활을 하시는 분들이나 국제업무를 하는 한국의 회사나 나중에 일을 할 계획이 있는 분들에게도 유용하기를 바란다. 또한, 이번 수업에서 나는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과 외국인이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편견? 에 대해서도 고민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어떤 구조로 글을 쓰는지를 알게 되면 그들의 언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가져본다.
미국의 비즈니스 글쓰기에서 메모 (Memorandum, 짧은 보고서)는 우리나라에서 회사 내외에서 사용하는 공문 같은 개념이라고 볼 수 있겠다. 정책 결정 보고 (Policy Decision Memo)는 1~3 page라고 하니 공문보다는 조금 더 길게 쓰는 모양이다. 예전에 다른 수업 때 써놓았던 메모의 형식을 하나 첨부한다. 중간중간 오타도 있고, 틀린 부분도 있다. 심심하면 찾아보시라.
수신자에게 이 목적을 알려주기 위한 글이다. 보통은 같은 기관 내에서 알림용으로 사용하는 글쓰기 방법이다. 예를 들자면 정부청사의 기술팀에서 청사의 특정 직원들에게 오늘 컴퓨터가 안 돌아가니 출근하지 마셔라 하는 연락용으로도 쓰일 수 있을 것이다. 내부 소통은 보통 전화나 대면으로도 이루어지지만 때로 근거가 필요하기도 하고 오피셜 하게 알려주는 글로 쓴다.
메모는 보통 간결하게 목적이 뚜렷이 드러나게 써야 한다. 또한, 메모는 편지로 보내거나 메일로 보내거나, 회사에서 특정시스템을 사용한다면 그 시스템을 통해서 보내준다. 이메일로 보낸다면 메모를 첨부했습니다 하는 언급이 필요하다.
메모에는 특정한 형식이 필요하다. Heading, Opening, Body, Closing, Attachments로 이루어진다. 우선 Heading에는 가장 중요한 정보인 누구에게, 누가, 언제, 왜? 가 들어간다. To, From, Date, Subject. 아래와 같다. 아래와 같이 제목은 기술팀의 사고와 시스템 개선 제안 보고라고 간결히 적는다.
(1) 머리글, Heading
다음에 들어갈 내용은 무엇인가? 외국에서 편지 받으면 보통 친애하는 Dear 누구누구, 잘 지내길 바랄게 I hope you are doing well 같은 인사 Greeting이 들어간다. 특별히 착해서 저런 문구를 넣는 게 아니라 관례이다. 메모에는 이런 인사치레는 굳이 넣을 필요가 없다. 바로 목적으로 들어간다.
(2) 여는 글, Opening
위에 첨부해 둔 사진에서 Dear President Biden이라는 문구는 삭제해야 한다. 바로 목적으로 들어가서 기술적인 문제들이 아침에 있었고 당신의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언급한다. 위에 소제목을 달아주어도 좋겠다.
Introduction
I am writing to 나 This report examines recent accident ~ 하는 식으로 왜 쓰는지를 간결히 말한다.
(3) 본문 1, Body 1
사고 내용과 개선방향을 보고하겠다고 했으니 우선 사고 내용부터 짚어본다. 사고의 디테일은 '국제팀과 한국 파트너 기업 오렌지 소프트 간의 회의 중 네트워크 연결에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기술팀은 그 당시 시스템이 다운된 것을 발견했고, 이로 인해 회의가 중단되었습니다. 조사 결과, 기술팀은 시스템 내에서 불안정성과 보안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추가적인 위험 요소들을 발견했습니다.'라고 명료하게 말한다.
우선 사고 발생상황을 설명했고, 문제의 직접적인 결과인 회의 중단을 언급했다. 그리고 추가적인 문제를 발견했는데 이것은 시스템의 불안정성과 보안 문제를 제시한다. '사실 -> 추가 조치 필요'라는 대안을 제시하며 이 문단을 마친다.
(4) 본문 2, Body 2
다음 문단에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보고 하고 있다. 구체적인 조치와 직원의 대응방안을 설명한다.
시스템 개선을 위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다음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사 결정권자에게 보고하는 내용이다. 요약하자면 '1. 종합적으로 서버를 점검하자. 2. 일시적인 시스템 다운이 있을 것이다. 3.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는 동안에도 직원들은 회의실 근처에 접근해서 대체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5) 닫는 글, Closing
이 부분은 보고서의 마무리로, 추가 요청사항이나 궁금한 점에 대해서 연락할 수 있음을 알라고 있다. 또한 주의에 감사함을 표현하면서 글을 닫는다. 오프닝과 마찬가지로 글이 조금 길었다면 Conclusion으로 결론이라고 소제목을 하나 넣어 줄 수도 있겠다.
추가로 첨부물이 있는 경우에는 Attachments라고 써주고 첨부한 것들의 제목을 아래에 나열하면 된다.
(1) 한국에서의 경험
메모 보고의 형식은 본업에서 일을 할 때 수도 없이 썼던 보고서의 양식이다. 우리나라 정책보고서들의 경우에는 제목을 좀 더 위쪽에 크게 쓰고 날짜와 보고자 쓴 다음에 아래에는 현황, 문제점, 개선방안, 향후계획을 한 장에 들어가게끔 써 내려간다. 보통 나는 특정 정책문제를 설명하고 옵션을 제시하고 어떤 게 최적의 해결책일까 제안해서 상사에게 보고했다. 짧은 글을 금방 쓸 수 있겠다 싶지만, 짧고 간결하지만 주요 내용이 빠지면 안 되고 너무 빡빡하면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고려해서 쓰다 보면 한 장짜리 페이퍼지이지만 오 ~ 래걸리는 경우도 많다. 더구나 쓰는 사람도 마음 정리가 안되면 잘 나오지도 않는다. 과장 갔다가 국장 갔다가 실장 갔다가 차관 갔다가 장관 가려면 보고일정 잡기도 힘들다. 왔다 갔다 중간 결재라인에서 백 하라고 하면 다시 쓰고.
위와 같은 관점에서 우리나라에서 쓰던 메모 보고와 이번에 써본 영어 보고는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겠다. 정부기관에서 쓰는 메모보고는 수직적인 결재라인을 따라 정확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메모라면, 예시로 보여준 메모는 비즈니스에서 상대방과 상호작용해서 고쳐 쓴 다기보다는 알려줄 게 있을 때 알려주는 공지로서의 글쓰기에 가까운 듯하다.
(2) 메모의 확장성
하지만, 정해진 메모의 형식은 다양한 주제로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요청하는 글쓰기도 가능할 것이다. 내가 시카고 대학교 입학처에 장학금을 줄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싶다는 요청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때는 사실 메모보다는 메일에 Letter의 형식으로 쓰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 앞뒤로 너 잘 지내길 바라 모든 일 잘되길 바라.. 존경을 담아서. 이런 쿠션 잔뜩 넣어서. 다른 예를 찾아보자. 시카고 리버에서 러버덕을 잔뜩 푸는 행사가 환경적으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제목은 시카고 러버덕이벤트에 대한 환경적인 우려사항으로 쓰고, 서두에는 러버덕을 시카고 강을 가득 메우도록 뿌리는 행사에는 다양한 환경적 우려사항이 있는데, 이 행사를 진행할지 취소할지를 결정하기 위한 제안을 포함한다고 하면 좋겠다. 본문에는 우선 수질오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청소의 어려움 등을 포함할 수 있다. 두 번째 본문 단락에는 행사를 어떻게 할지 써야 한다. 행사를 계속하되 어떻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지 언급하고, 일정을 조정한다던가, 취소하는 옵션도 준다. 추가로 어떤 분석내용이 있다면 공유하면서 나는 이 이벤트를 취소하면 좋겠어하는 의견을 한 단락 달 수도 있다. 닫는 문단에서는 생각을 한 번 더 어필하고 질문 있으면 연락해 줘라고 마무리할 수 있겠다.
(3) 메모를 잘 쓰는 방법에 대한 고민
영어로 쓰는 정책학 메모의 예시를 몇 가지 찾아보았는데, 여기서는 줄글로 쓰기 때문에 좀 길고 가독성이 떨어진다. (내가 영어를 못해서 가독성이 떨어지기도 한다.) 아마도 정책학 수업을 들으면서 정책학 메모를 쓰기 시작하면 좀 더 우리 메모보고와 이네들의 정책 결정 메모의 차이점을 뚜렷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당장 해야 할 일은 어떤 주제를 선정해서 과제로 낼 것인가와 어떻게 해야 더 간결하게 쓰되 잘 설득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