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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혜 Oct 27. 2024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다.

'어지러워?' 알프레도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조금요.' 무힙이 말했다. 화면 밖의 알프레도는 수재와 나란히 서서 무힙이 메타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알프레도와 수재가 쓰고 있는 안경을 통해서 무힙이 걷고 뛰는 모습이 보였다. 안경 밖의 커다란 화면에는 무힙의 시점에서 본 홀로그램 화면들이 나타났다.  

 

  "이제 괜찮지?" 수재가 화면의 세부 설정을 조작하고 무힙에게 물었다.


  '네 괜찮아요.' 무힙이 말했다. 


  "그럼 됐고. 몸 움직이는 건 다 괜찮고? 네 몸이 네 몸 같다는 느낌이 있나?" 수재가 말했다. 


  '네. 근데 손가락이 좀 이상해요.' 무힙이 말했다.


  "손가락이 왜? 말단 부라서 아직 연결이 잘 안 됐을 수도 있긴 한데.." 수재가 말했다. 알프레도는 무힙의 신체 정보를 켜서 손가락 부분을 살펴보았다. 


  무힙이 손가락을 눈앞으로 쭉 폈다.


  '엄지손가락이 바깥쪽에 붙어있어요. 새끼손가락 옆에.' 무힙이 말했다.


  "어? 저게 왜 저러지." 알프레도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근데. 나름대로 움직일만해요. 문제는 원래 엄지손가락이 있던 자리에도 뭔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없어서 불편해요.' 무힙이 말했다.


  "큰 오류는 아냐 지금 바로 고쳐줄게." 수재가 말했다. "튜토리얼대로 움직이고 생각하는 것 모두 확인했으니 이 정도면 기본적인 적응은 끝났어. 손가락은 바로 고쳐줄게." 수재가 안경을 벗으며 알프레도에게 말했다. 수재가 옆쪽의 컴퓨터에 가서 손가락 부분을 다시 다운로드하고 그 정보를 메타로 보냈다. 무힙의 신체가 스르륵 변했다.


  '감사합니다.' 무힙이 손을 살펴보며 약간 아쉬운 듯 말했다. 


  수재가 알프레도 쪽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이 정도면 잘 됐네. 빅토리아가 얘한테 특별히 공을 들이는 이유는 잘 이해가 안 가지만." 수재가 알프레도에게 말했다.


  "네." 알프레도가 수재에게 답했다. 하지만 알프레도는 어디엔가 정신이 팔린 듯 안경에 떠오른 무힙의 화면과 커다란 화면 속의 무힙을 번갈아봤다. 


  "그래. 난 가볼게. 아주 신났구먼." 수재는 알프레도를 보며 비꼬듯 말하고는 옆 방과 연결되어 있는 창문을 확인했다. 창문은 불투명한 짙은 색으로 양쪽 방을 나누었지만 창문 옆의 기계를 조작하자 옆방이 훤히 보였다. 옆 방에 서서 무힙을 지켜보던 세라와 수재의 눈이 마주쳤다. 세라는 수재를 보며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잘됐다고." 수재가 세라를 보며 말했다. 세라 쪽에서는 수재가 입을 벙긋벙긋하는 것으로 보였다. 수재가 무힙 쪽을 보며 또 입을 벙긋거렸다. 세라는 수재에게 그냥 고개를 까딱였다. 그리고는 수재 뒤편에 서있는 알프레도를 쳐다봤다. 무힙이 움직이고 있는 세상도 화면 너머로 보였다. 세라는 창문을 다시 불투명하게 설정하고는 무힙을 바라봤다. 무힙의 모든 생체정보가 머리에 연결된 신경들을 통해 메타로 넘어가고 있었다. 세라는 정보의 양과 전달 속도들을 체크했다.  



  창 너머의 수재는 창문을 톡톡 쳐보았지만 세라는 대꾸하지 않았다. 수재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잘났네들."   





수재의 꿈속에는 가끔 세라가 나왔다. 세라는 수재가 가지고 싶은 것들을 너무 쉽게 가졌다. 세대를 넘어 학습과 연구에 특화된 두뇌, 그다지 다른 사람들에게 잘해주지 않는데도 쉽게 신임을 얻는 성격, 그리고 언젠가 생긴 가족까지. 수재의 꿈속에서 수재는 세라를 모두 따라 하지만 세라는 끝끝내 멀어져 갔다. 그리고는 어느새 훌쩍 자라 버린 아들이라는 무힙과 손을 잡고 사라졌다. 이런 꿈을 꿀 때면 수재는 왠지 짜증이 났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빠르게 늙어가는 세라는 과거에 자신이 좋아했던 세라의 모습과 다르다. 수재는 그래도 계속 세라를 꿈꾸는 자신이 못나게 느껴졌다. 






무힙이 길쭉한 의자에서 눈을 떴다. 의자는 뒤로 많이 젖혀져서 무힙은 반쯤 누워있었다. 몸은 가벼웠다. 하지만 잠에서 깬 것처럼 개운한 느낌은 아니었다. 


"어때? 괜찮아?" 세라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렸다. 무힙이 세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생각보다 괜찮은데?" 무힙이 말했다. 


"축하해!" 세라가 말했다. 그리곤 "이제 나도 마음이 좀 편하네!" 하며 가슴께를 쓸어내렸다. 


"바로 일어서도 되는 건가?" 무힙이 물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라며 세라는 무힙의 몸을 감고 있던 안전장비들을 해제했다.   


"재미있었어?" 세라가 물었다.


"생각보다 엄청. 손가락도 막 이상한데 달려있고.." 무힙이 말했다.


"응?" 세라가 말했다.


"아 근데 이건 수재 아저씨가 금방 고쳐줬어." 무힙이 자리에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는 "그냥 여기랑 똑같아서 엄청 헷갈릴 지경이야. 튜토리얼에서는 초보자를 위한 장소에서 움직이는 것도 하고. 춤도 추라고 하고.. 그리고 내가 한 번 날아보려고 했는데 그건 안되더라고."라며 쫑알댔다.


"날아보려고 했다고?" 세라가 웃으며 "어디서 뛰어내렸어?"라고 물었다.


"아니. 현실세계랑 느낌이 똑같아서 그러진 못하고. 어떤 장소로 이동하는 것도 생각만 하면 되니까 다음 장소로 구름 사이를 계속 떠올렸는데 그건 안되더라. 알프레도가 가능한 장소들의 목록을 보여줬는데 아직까지 다 가보진 못했어." 무힙이 계속해서 말했다. 


두 사람은 짐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왔다. 연구실 밖이 어둑어둑했다. 창문 밖을 내다보던 세라의 눈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사람들은 연구소에서 나가는 폐기물들을 가지고 갔다. 


"저거 가져가면 안 되는데.. 그리고 저 사람들은 여기 사람들이 아닌 것 같지 않아?" 세라가 말했다. 무힙도 밖을 같이 쳐다봤다. 


"그러게. 뭔가 옷차림이라던가. 느낌이 좀 다른데.. 우리도 조금 있다가 나가자. " 무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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