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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혜 Oct 27. 2024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다. (2)

'오늘은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을 해볼 거야.' 알프레도가 말했다. 알프레도는 무힙 옆에 서있었지만 무힙과는 다르게 약간 사진처럼 움직였다. 왜냐하면 알프레도 자신은 홀로그램에 이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적응을 돕기 위해서 마치 NPC 같지만 또 현실의 알프레도와 연결되어 있는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어 무힙을 돕고 있었다.  


  '아니 근데 박사님. 박사님은 이제까지 여기에 사람들을 엄청 많이 이식했다면서요. 지겹지 않으세요?' 무힙이 물었다. 무힙은 계속해서 몸을 조금씩 움직여봤다. 


  '한 사람 한 사람 적응 시킬 때마다 새로운 버그를 발견하고 고쳐나가니까. 지겹진 않아. 너 어깨를 좀 뒤쪽으로 돌려볼래?' 알프레도가 말했다. 무힙은 알프레도가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 


  '손가락을 한번 뒤로 꺾어볼래?무힙이 손가락을 뒤로 꺾자 어느 정도 꺾이다 멈추었다. 


  '아 이번에는 잘됐네.알프레도가 말했다. 


  '뭐가요?' 무힙이 물었다.


  '전에는 너무 뒤로 많이 꺾여가지고 현실감이 없다고 하더라고.' 알프레도가 대답했다.


   '이번에는 운동을 좀 해볼 거야.' 알프레도가 말했다. '달리기부터 해 보자. 다른 운동 종목들도 여기서 서서히 배울 수 있어.' 


  '운동을 여기서 배워서 뭐해요. 진짜 몸도 아닌데.' 무힙이 말했다.


  '진짜 몸이 아니지만.. 여기서 배우는 움직임들이 다 당신의 신경에 근육에 알게 모르게 저장이 돼요. 나중에 홀로그램 밖으로 나왔을 때 같은 종목을 다시 배우면 학습속도가 훨씬 높다고.' 알프레도가 설명했다.


  '신기한데요. 그 수정호에 타있을때는 오래가야 하잖아요. 300년이 걸릴지 400년이 걸릴지 500년이 걸릴지 모른다던데. 500년 동안 홀로그램에 있으면 지루하겠어요.' 무힙이 말했다.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을걸.' 알프레도가 말했다.


  '흠.. 그리고 500년 뒤에 깨어나면 몸에 근육이 하나도 없겠는데요.' 무힙이 말했다.


  '아주 없진 않을 거야. 정신이 홀로그램에 있는 동안 몸에도 일부 전기자극을 흘려서 근육이 계속해서 움직일 수 있게 해 주니까. 하지만 근육이 지금보다는 많이 빠질 거야. 처음 깨어났을 때는 아주 약한 상태겠지' 알프레도가 말했다.


  '그렇군요. 그러면 홀로그램에서 운동 많이 해야겠다.' 무힙이 말했다.


  알프레도가 화면을 달리기 트랙으로 바꾸었다. 커다란 운동장에 여러 개의 트랙이 깔려있었다. 날씨는 아주 좋았다. 덥지도 않네 하는 생각이 무힙의 마음속에 든 순간 덥고 추움의 개념은 여기 없다는 걸 깨달았다.


  운동장의 중간이 갑자기 약간 지지직거리더니 사람들이 몇 나왔다. 긴 머리를 질끈 묶은 키가 삐죽하게 큰 여자애였다. 애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알프레도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알프레도!' 소녀가 알프레도를 부르며 다가왔다.


  '안녕. 가을' 알프레도가 아이에게 인사했다. '이쪽은 무힙. 무힙. 얘는 가을이야. 두 사람은 비슷한 시즌에 이식 시작해서 훈련받고 있어. 동기라고 해도 되겠다.무힙이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고는 트랙을 향해 돌아섰다. 트랙에서 한 사람이 더 튀어나왔다. 


  '저도 왔어요!' 노란 곱슬머리의 남자애가 무힙 쪽으로 뛰어왔다.


  '아 이 친구는 제이.' 알프레도가 말했다. '얘는 무힙.' 가을이 무힙을 가리키며 말했다. 가을의 목소리는 무힙에게 노래하는 것처럼 들렸다. 


  '안녕 반가워.' 제이는 무힙에게 인사했다.


  '오늘 할 일은 달리기 기록 측정이야. 세 사람의 신체 조건하고 홀로그램 속 성능이 비슷한지 확인해보려고 해.' 알프레도가 말했다. '제이와 가을이는 지난번에 해봤지만 한 번 더 체크하자' 알프레도가 말했다.


  '그래요. 저부터 할까요?' 제이가 손들었다. 


  '그래. 그러자.' 알프레도가 말하고 제이는 출발선에 섰다. 타이머가 울리고 출발신호가 나오자 제이가 한참을 뛰어갔다. 알프레도는 제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가을도 제이를 보며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무힙이 가을에게 물었다. '넌 이번이 몇 번째야?'


  '뭐가?' 가을이 되물었다.


  '홀로그램 접속 말이야. 나는 오늘이 두 번째거든.' 무힙이 말했다.


  '나는 열 번도 넘은 것 같긴 해.' 가을이 말했다. 


  '아 그렇구나.' 무힙이 말했다.


  제이가 다시 출발선에 돌아오자 알프레도는 기록을 체크했다.


  '지난번 하고 똑같네 잘됐어. 에너지 소비량도 지난번 하고 똑같네.' 알프레도가 중얼댔다. 그동안 가을이 뛸 준비를 하고 서있었다. 제이가 무힙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쟤 진짜 잘 뛰어.' 무힙은 한참을 달리고 온 제이가 땀도 흘리지 않고 숨도 차지 않아 보이는 게 신기했다. 


  '두 사람도 여기서 만났어?' 무힙이 제이에게 물었다.


  '아니. 가을이는 내 동생이야. 친동생은 아니지만.' 제이가 말했다.


  3, 2, 1, 탕. 소리가 울리자마자 가을이 빠르게 트랙을 박차고 나왔다. 모두의 눈이 가을에게 쏠렸다. 무힙은 여기서 달려본 적 없어서 왠지 걱정되었다. 






  이후로도 무힙은 가을과 제이를 만났다. 홀로그램 속에서 만났지만 너무도 실재와 같아서 그들은 금방 친구가 되었다. 






  "이제 거의 완전이식 가능한 상태야." 알프레도가 세라에게 말했다.


  "그렇구나. 무힙이 잘 해낼 줄 알았지." 세라가 말했다.


  화면 속 무힙은 메타 속 여러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었다. 사실 두어 번째부터 무힙은 연구소에 오는 길에 콧노래를 불렀고 세라는 무힙을 보면서 대견하기도, 안쓰럽기도, 아쉽기도 했다. 무힙은 메타에서 사귄 친구들의 이야기를 집에서 쫑알댔다. 무힙은 알프레도가 집에서도 감을 잃지 말라며 준 안경도 계속 끼고 있었다. 


  "무힙이 되게 즐거워하는 것 같아." 세라가 말했다.


  "특히나 초기에 그렇지." 알프레도가 말했다.


  "수정호는 언제 간대?" 세라가 물었다.


  "곧. 날씨가 허락하면 언제든 뜬다고 들었어." 알프레도가 말하고는 곧 세라를 보며 덧붙였다. "진짜 안 갈 거야?" 


  "어. 나는 안가. 비행 중에 나는 분명 죽을 테니까. 몇백 년을 계속 살 수 없잖아." 세라가 말했다.


  "누구나 다 그렇지." 알프레도가 말했다.


  "그런가?" 세라가 말했다. 그리고는 "난 여기서 끝내고 싶어. 내가 거기에 타면 분명히 또 나와 똑같은 사람이 태어나겠지. 내 딸로 태어나겠지. 그리고는 그 애가 죽기 전에 도착하려나?" 세라가 말했다. 


  "그건 니 딸이 걱정해야지. 아직 세상에도 없는 네 딸." 알프레도가 말했다.


  "자식은 무힙으로 충분하고. 나는 웬일인지 너무 빨리 늙어. 세대가 내려갈수록 더 그런 것 같아. 자식에게 까지 물려줄 수는 없지." 세라가 말했다.


  "그러면 자식 안 태어나게 하면 되지." 알프레도가 말했다.


  "연구소 사람들이 전부 다 가면 이제까지 우리가 해왔던 규칙대로 하겠지. 이번에 우주선을 타면 연구소 의회의 결정대로 또 모든 게 진행될 거야." 세라가 말했다. 


  "뭐. 그런가." 알프레도가 말했다. "나와 같은 사람은 복제에 계속 실패해서 그런가 세라의 말이 다 이해되진 않지만." 


  알프레도가 의자에 앉아있던 알프레도가 빙그르르 의자를 한 바퀴 돌렸다.


  "재미없나." 알프레도가 말했다.


  "응?" 세라가 말했다.


  "사는 게 재미없나? 왜 더 안 살려고 하지." 알프레도가 말했다.


  세라가 생각에 잠겼다.


  "거의 끝나가지? 나는 슬슬 애 깨워서 갈게." 세라가 말했다.


  "5분 안에 끝나. 그리고 집에 가는 길에 1층 내 연구실에 무힙하고 같이 들러." 알프레도가 말했다. 


  세라는 무힙이 속해있는 세상을 보았다. 화면에 보이는 무힙의 시선은 계속 가을에게 머물렀다. 


  



  '일층에는 왜 가보라고 했을까?' 아마도 알프레도의 다른 층 연구실에는 알프레도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세라는 왠지 의아함을 느끼면서 무힙과 걸었다.


  "어때? 이제 적응 완전히 된 것 같던데." 세라가 무힙에게 물었다.


  "오. 잠시만." 무힙이 계단에서 멈추어 섰다.


  "왜?" 세라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방금 약간 멀미 나는 것 같아서." 무힙이 말했다.


  "엘리베이터 타자." 세라가 말했다.


  "이제 괜찮아." 무힙이 계단을 신나게 내려갔다. "1층? 104호랬나?" 무힙은 혼자 저만치 뛰어내려 갔고, 세라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무힙을 따라 내려갔다. 


  1층에 다다른 세라의 눈에 무힙이 멍하니 서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무힙은 연구실 안에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었다. 무힙이 홀로그램 속에서 만난 아이들이었다.


  "얘들이 가까이에 있었네." 세라는 반가운 마음에 문을 열기 위해 손을 뻗었다. 


  "잠깐만." 무힙이 세라의 손을 막았다. "그냥 가자." 무힙이 말했다.


  "왜?" 세라가 말했다.


  "쟤들이 말해주기 전에 내가 알면 왠지 안될 것 같아서." 무힙이 말했다. 


  안을 살짝 다시 들여다보자 세라는 휠체어에 앉아서 강아지를 안고 있는 가을과 그런 가을을 보고 있는 제이를 발견했다. 가을은 두 다리가 없었지만 메타에서는 무힙보다 운동능력이 훨씬 좋았다. 


  "그래 가자." 세라가 무힙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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