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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바란 적 있나요?

위대한 설계 스티븐호킹을 읽고 생각하다. 1장 존재의 수수께끼

by 서민혜






이 글은 위대한 설계 스티븐호킹을 읽고 한 챕터마다 마음에 드는 문장들을 뽑은 뒤 저의 의견을 덧붙여서 씁니다. 과학과 철학에 대해서 사유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책에서 인용한 글은 파란색으로 표시합니다. 아울러 제가 강조하고 싶은 저의 개인적인 의견은 분홍색으로 표시하겠습니다.






M 이론에 따르면 우리 우주는 유일한 우주가 아니다. 오히려 M 이론은 엄청나게 많은 우주들이 무에서 창조되었다고 예측한다.



그 다수의 우주들은 물리 법칙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고 그것의 존재는 과학의 예측에 의한 존재이다. 우주 각각은 많은 가능한 역사를 가졌고 많은 가능한 미래의 상태를 지녔다.



- 위대한 설계 스티븐 호킹,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2010, 초판 1쇄 14p





나는 초등학교를 울산 북구에서 나왔다. 울산 사람이 아닌 누군가가 어 나 울산 가봤어 북구는 어디지?라고 물을 때 경주에 가까운 쪽이고 내가 어렸을 때는 논밭이 많았다고 설명한다. 요즘은 개발되는 지역도 많고 먹자골목도 좀 있는 멋진 동네이다. 근데 그 조그만 시골 동네엔 당시에 초등학교가 많이 없었다. 근데 애들은 또 엄청나게 많았다. 99년도에 초등학교에 입학 했을 때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는 걸어서 한시간 정도 걸렸다. 어른이 된 지금도 30분 정도는 족히 걸리는 거리이다. 학교에는 또 애들이 우글우글 많아서 오전반 수업이 끝나면 우리 교실은 오후 반 아이들의 교실이 되었다. '내 물건'이 주는 애착이라는게 있는데 책상과 걸상의 주인이 매번 바뀌는게 왠지 미덥지 않았다.




어느날 나는 학교에 뭔가를 놓고 왔다. 신나게 집에 가던 길에 그게 생각이 나서 부랴부랴 학교로 돌아갔다. 조용히 뒷문을 열었을 때 내 친구들이 있던 공간에는 다른 아이들이 가득했다. 그 생경한 느낌이란 마치 다른 차원의 우주에 잠시 들른 듯 한 것이었다. 그 전에도 오후 반 녀석들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지만 그들을 직접 대면하는 것은 조금 달랐다.




우주에 우리 인간만 있는 건 아닐거라고 말하고 다른 차원이나 평행세계에 관한 영화를 즐기지만, 어느 날 출근했더니 모든 것이 변해있다면 얼마나 놀라겠는가. 나 빼고 모든 것이 정돈되어 있는 곳에 갑자기 쳐들어온 이방인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낄 것이다.




M 이론에서는 무수히 많은 우주가 무수히 많은 과거와 현재를 내포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내가 여기 나로 존재하는 것은 우주의 많은 가능성 중 아주 적은 확률이며, 이렇게 존재한다는 것을 영원 - 또는 비가역적 - 이라고 믿는 것은 진실일 확률이 낮다. 사실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 우주적인 관점에서는 오류가 아닐까? 우리는 살면서 가끔 어떤 기적을 바란다. 가령, 로또 당첨이라던가, 아픈 곳이 싹 낫는다던가.




하지만 나는 확률에 기대고 싶지는 않다. 기적은 쉽게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기적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한 번 기적과 같이 존재했으니 다른 기적을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우리는 우주의 규모에서 하찮고 미미한 내가 무수히 많은 과거의 가능성을 선택해왔으며, 필요할 때는 나의 시각으로 과거의 가능성을 해석하고 유추한다. 또한 우리는 분침 한 번의 움직임, 시침 한 번의 움직임, 그 보다 더 적은 시간을 과거로 흘려보내며 순간의 현재에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는 미래의 수 많은 가능성 중 어떤 것에 가까이 다가 갈 것인가를 정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책에서는 "우리는 우주 규모에서 하찮고 미미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창조자"라고 한다. 또한 "왜 무(無)가 아니라 무엇인가 있을까? 왜 우리가 있을까? 왜 다른 법칙이 아니라 이 특정한 법칙들이 있을까?"를 묻는다.




과학은 철학과 맞닿아있다. 때로는 기존 사고의 틀에 반기를 들기도 하고, 대중의 의견과 타협하기도 한다. 우리가 심연에서 또는 종교적으로 찾고 싶어하는 것과 맞닿아있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책과 함께 같이 알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