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 3) 고래 사무관이 되었다 연재를 마치며
회사에서 고래 업무를 일 년 정도 담당했다. 당시에는 신입직원이었고 아는 것도 별로 없어서 이것저것 물어가며 일하던 시기였다. 그때를 떠올리니 나름대로 뭔가 해보고자 제법 허우적댔던 기억이 대부분이다. 고래 업무를 하면서 처음 해보는 일들이 되게 많았던 것 같다. 관련 규정 개선 이후 세미나 발표도 하고 처음으로 국제회의에도 참석했었다. 다양한 업무들과 의사결정의 과정들을 많이 배웠던 업무였다.
다만, 일하며 나보다 더, 어쩌면 훨씬 더, 좋은 방향으로 정책을 변화시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고래 박사님들과 고래를 치료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고, 격렬하게 정책을 비난하지만 어떻게든 좋은 변화를 이끌어 내고 싶어 하는 환경 단체도 있었고, 어구에 돌고래 탈출망 한 번 달아보자고 했을 때 그래 해보자 하는 투박한 어업인 단체 대표님도 있었다.
분명 마지막 글을 발행하고 나면 시원한 마음이 들 테지만 막상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고백하건대 사실 이 글을 쓰면서 솔직한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쉽지가 않았다. 많은 부분 솔직하지 못한 곳들도 있을 것이다. 아마 휴직 기간이 아니라 일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 살짝 업무의 부담이 적고, 멀리서 내 일을 바라보니 어떻게든 쓴 거고. 특히나, 공공의 일을 하는 사람들은 직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항상 입조심을 해야 하는 것이 국룰이니.. 내 이야기의 조회수가 많이 나올 때는 제법 부담스럽기도 했다. 특별히 누가 뭐라고 하지 않지만 그래도 좀 찝찝한 어떤 마음은 남아있다.
하지만 나는 항상 조금 다른 방향성을 바랐고, 좀 더 표현해도 상관없지 않나 싶다. 요즘 기사에서도 많이 나오듯 MZ세대 공무원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조금 더 유연한 조직 문화가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나 같은 애도 있다는 걸 말해보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굳이 이름과 업무를 숨기지 않았고 그에 맞게 적절한 글들을 써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성공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겠나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다. 하지만 모두 다를지언정 각자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느리더라도 한 발씩 갈 수 있지 않을까?
마무리 글에서 조금 벗어나는 주제이긴 하지만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너무 실망스러워서 퇴사했다는 글들을 많이 본다. 특히나 젊은 공무원 후배들로 보이는 친구들의 글을 볼 때면 정말 아쉬운 마음이 든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더라면, 좀 더 잘 맞는 업무를 했더라면 또 다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내 경험에 한정하건대 내 삶의 방향성을 잡기에 내가 공직에서 만난 많은 분들은 충분히 존경스러웠다. 선배들을 보면서 내가 10년 뒤 저 모습, 20년 뒤 저 모습이라고 생각했을 때 나쁘지 않았다. 내가 특별히 나라를 너무 사랑해서 여기서 계속 일하고 싶다기보다는, 일을 여기서 시작했는데 하필 만난 사람들이 재미있고 일도 괜찮아서. 조금 더 해봐야지, 조금 더 있어야지, 좀 더 잘해봐야지 하면 시간은 느릿느릿 계속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