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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혜 Apr 21. 2024

수의대생이 공무원 준비하면 일어나는 일 - 희망편

서투르게 따뜻한 사람들에 대한 심심한 감사




  "Fake it till you make it"이라는 말이 있다. 성공하기 전까지 이미 성공한 척 행동하라는 말이다. 예를 들자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데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상황이라고 가정해 보자. 이때 Fake it 방법은  (1)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감 있고 확신 있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 (2)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대해서 더 많은 지식과 전문성을 쌓는 것, (3) 진로와 관련된 행동을 하는 것 등 목표를 이루기 위한 실천을 하는 것 등을 포함한다.



  

  이런 방법들은 자신의 진로나 목표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고 실제로 그 목표를 이루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그리고 왠지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그와는 다르게 도전의 과정에서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주변에 찡찡거린다. 때론 지레 겁먹고 포기한다. 특히나 공시를 준비하던 시절이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이번 글은 꺼져가던 나의 자신감과 자존감에 땔감 넣어주신 분들에 대한 심심한 감사의 글을 써보고자 한다. 희망 편은 쓰기가 왠지 어렵게 느껴진다. 뭔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던 날들과 주위를 지켜준 이들에 대한 감사를 어떻게 표현할지가 어려워서 기억에 남고 동기부여가 된 어떤 사건들 위주로 짧게 간추려보았다.







  공부를 하긴 해야 하는데 길이 막막한 어느 날.




  보통 점심은 브리또를 먹거나 학식을 먹었던 것 같은데 그날은 왜 24시간 국밥집에서 돼지국밥을 먹었는지 모르겠다. 돼지국밥인지 섞어인지 순대를 먹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뜨끈뜨끈 국밥을 맛있게 먹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친구 A 씨가 물었다.




  "어째 공부는 좀 하고 있나. 책 보더만."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모의고사 몇 개 풀어보긴 했는데 영 모르겠네. TO가 나는지도 모르겠다."




  당시에는 안될 거 같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컸다. 그리고 나 정말 이 시험 준비해!라고 말하면 정말로 그 말에 책임을 져야 할 것 같고 실패하는 건 무서우니까 심리적인 방어기제를 세웠던 것 같다.




  "시험 언젠데."




  "연초에 1차 여름에 2차 가을에 3차일걸."




  "해라. 왜 준비 안 하는데?"




  남 일이라고..?? 쉽게 말하네.. 싶었다.




  "하긴 해야지. 너무 쉽게 말하는 거 아니가."




  "아닛. 니는 똘똘하니까 될 거 같다."




  ???????




  "붙으면 뭐가 되는 거지? 영감님? 인가?"




  "ㅇㅇ.. 옛날로 치면 글치 않을까? 영감이 되야겠네."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현 시흥 연희 동물의료원 원장님인 B가 다가왔다.




  "자 ㅡ 민혜 ^_^"




  포스트잇을 주고 떠나갔다. 포스트에는 거북이가 그려져 있었다. 거북이 열심히 천천히 ~ 뭐 그런 말이 쓰여있었다.




  "????"




  좋은 사람이다. 동물병원 잘 되었으면 좋겠다.








  "햇반이랑 김을 먹었어?"




  08학번 선배이자 대학원생 K가 말했다. 점심때 햇반과 김을 조지고 앉아서 공부를 하던 날이었다.




  실험실은 교수님 방, 대학원 생의 공간, 실험 집기들이 있고 학부생들이 쓰는 공간, 창고(+침대)의 네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다. 대학원 생의 공간은 출입구 앞쪽에 있어서 교수님의 감시를 한 몸에 받으며 냉장고, 전자레인지와 가까워서 생존에 유리하다. 나는 학부생들이 쓰는 공간에 주로 서식했다. 나는 내 책상을 좋아했다. 어차피 실험이 활발하지 않은 실험실이라 사람들도 잘 없었다. 시험기간에는 혼자 공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대학원생 K 선배는 냉장고에 전 세계의 간식을 사다 놓기 때문에 때로 간식도 냠냠할 수 있었다.


  


  그는 학부생의 방까지 침투해서 햇반과 김으로 점심을 먹고  -_-? 이렇게 앉아있는 나를 봤다.




  "조금 더 사람답게 살 수는 없나?"




  그는 아이 참, 참내와 같은 효과음을 연신 뱉었다.




  뭐지 신종 시비인가?




  "이래선 안돼. 이따 저녁에 A군, B 양, C군과 애슐리*를 가기로 했는데, 니도 가자."


* k 님이 글을 읽고 주신 피드백은 애슐리인지 빕스인지 아웃백인지 모르겠다고 함. 생각해보니 나도 헷갈린다.




  "그럽죠. 차기 교수님."




  실험실에서는 교수님과 선배들에게 받은 것에 비해 그들에게 또는 후배들에게 잘해주지 못했는데 항상 그게 좀 걸린다.








  꾸준하게 잘되길 응원해 주고, 유급당하지 않게끔 내가 시험 범위 놓치고 있으면 떠다 먹여주고 불러내준 임 씨와 안 씨와 김 씨에게도 고맙다. 최 양에게도 고맙지만 늘 뚝딱거리는 나는 표현을 잘 못해서 미안했다.








조용한 일

김사인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출처: 김사인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 창비시선 262, 창비, 2006년 04월





조금 서투르게 전했고 조금 서투르게 받았던 그 모든 순간들이 내게는 응원이고 희망이었다! 언젠가 비슷한 응원을 전해야하는 날이 오면 조금 더 능숙할 수 있도록 다듬어져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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