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품는 자연과 그 자연을 닮은 사람들, 그리고 도시
오슬로에서 베르겐으로 이동하는 길, 넛쉘투어 루트를 따라 노르웨이의 풍경을 감상하며 이동했다. 넛쉘투어는 원래 유명한 투어 프로그램으로 Norway in a nutshell이라는 이름인데, 기차, 페리, 버스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이동하며 피오르드 등 자연을 감상하는 플랜이다.
아침 일찍 오슬로 중앙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중. 기차 자체는 베르겐 (Bergen)까지 가지만 나는 뮈르달 (Myrdal)까지만 이동해서 산악열차로 갈아탄다.
기차 자체는 고속철도가 아니라서 정말 오래 걸린다. 중간인 뮈르달 역까지만 해도 5시간 정도 걸렸다. (8시 25분 출발, 13시 정도 도착) 그래도 이런 느린 기차들이 바깥 풍경을 보기에는 더욱 좋은 듯하다. 기차도 깔끔하고 편했다.
기차가 출발하니 곧 오슬로 외곽의 풍경이 펼쳐진다. 도심도, 도시 외곽도 동화 속 풍경 같은 노르웨이. 정말로 이국적이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든다.
한 시간 정도 가니 얼어붙은 연못이 나온다. 극강으로 추운 날씨 탓에 모든 것이 얼어붙어있으나, 서울의 한강이 차갑게 얼어붙는 것과는 다르게 무엇인가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이 든다. 수없이 펼쳐진 나무 덕분일까, 아니면 여행의 분위기 탓일까.
기차는 수 시간을 달려 중간 정차역에 멈추었다. 귀여운 강아지가 내 눈을 끌었다. 바깥을 보니 스키와 보드 장비를 들고 내리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찾아보니 해당 역은 겨울 스포츠로 유명한 지역이라고 한다. 기차가 조금 출발하니 저 멀리 스키장이 보였다.
어느새 고도 990미터 지점 통과. 몰랐는데 꽤나 높은 고산지대의 국립공원으로 이름은 하르당에르비다 (Hardangervidda)라는 곳이었다.
온 세상이 눈으로 뒤덮인 숨 막히는 설경. 언 연못 위로 다시 덮여있는 눈. 마치 이곳이 지구의 끝, 겨울을 맞는 종말의 풍경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곳에서도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증거인 나무판자집이 끝이 아닌 일상적 풍경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저 멀리 비치는 태양이 밝은 눈을 반사시켜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개인적으로는 신장에서 본 설경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는데, 그곳은 인간이 자연에 굴복하여 겨우 살아 숨 쉬며 자연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웅장함이었다면, 이곳은 인간이 자연에 적응하여 살아 숨 쉬며 자연은 고고하게 아름다움을 뽐내는 느낌의 웅장함이었다.
열차는 어느덧 뮈르달 역에 도착하여 건너편에 있는 플롬 (Flåm) 행 산악열차로 갈아탄다.
산악열차는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얼어붙은 폭포 앞에서 멈춘다. 폭포가 언다니... 흐르는 물이 언다니... 사실 설명을 들어보니 겉만 얼었고 안은 물이 흐르고 있어 생명이 멈춘 것은 아니라고 한다. 자연의 신비함. 시간이 멈춘 것 같지만 사실은 흐르고 있는 것.
플롬역에 도착할 때쯤 협곡 사이로 작은 마을들이 나온다. 숨 막히는 풍경 속에서 사는 이들이 정말 부러웠다.
플롬은 정말 조용한 마을 그 자체였지만, 이곳이 잠시 스쳐 지나가는 곳이라는 곳이 너무나도 아쉬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곳에서 하루 숙박 후 다음으로 이동하는 루트도 많다고 했는데, 시간이 허락한다면 개인적으로 매우 추천한다.
나도 유람선 출발까지는 약 30분 정도 여유가 있어 기차역 주변을 가볍게 둘러보며 기념품을 구경했다. 그리고 출발 전 커피 한 잔을 들고 유람선에 올랐다.
깎아내릴 듯한 절벽, 그 사이로 들어온 바닷물, 해 질 녘 맑은 하늘이 유람선이 출발하자마자 곧바로 펼쳐진다. 이곳은 소그네피오르드(Sognefjord)의 지류인 뇌레위피오르드(Nærøyfjord)라고 한다. 거짓말 안 하고, 유람선을 타는 시간 내내 이러한 풍경이 펼쳐진다.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으니 자리는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굳이 한 곳을 추천한다면 1층의 통창 자리가 사진이 잘 나오는 듯하다.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되는 풍경들. 실외로 나가 엄청난 바람과 추위에도 풍경이 그것을 참고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싶게 한다. 단 하나 아쉬운 것, 해가 빨리져 오후 세 시 정도임에도 이미 노을이 지고 있었다.
이런 아무것도 없는 도로도 없어 보이는 곳에도 집이 있었다. 저곳은 사람이 사는 곳일까? 아니면 창고일까? 아니면 별장일까?
해가 완전히 저물어 하늘이 어두워질 때쯤 유람선은 구드방엔 (Gudvangen)에 도착한다. 약 10분 정도 기다리면 바로 버스가 온다. 유람선에서 친해진 중국, 대만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며 버스를 기다렸다가 같이 탑승했다.
사실 버스도 산을 넘는지라 바깥 풍경이 아름답다고 하는데, 해가 이미 진 탓에 바깥이 아예 보이지 않아 그냥 쉬면서 갔다. 보스 (Voss) 역에서 베르겐 역까지는 특별한 풍경이 없어 쉬다가 베르겐 역까지 도착.
베르겐 역시 시내가 작아 역 근처에 모든 것이 도보로 해결 가능하다.
베르겐 역에 도착하자마자 슈퍼로 뛰어가 술을 샀다. 사실 오슬로에서 술을 먹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노르웨이는 여덟시 이후 마트에서 주류 판매가 금지되어 있어 술을 못 샀었다. 이곳에서 재시도, 다양한 주류가 있어 식사로 먹을 라면과 함께 먹을 반찬으로 새우도 샀다.
넛쉘투어를 다니며 노르웨이의 분위기에 좀 더 취한 느낌이 들었다. 도심의 따뜻한 풍경은 사람들을 품는 듯한 어머니 대자연의 느낌을 닮은 듯하다. 이곳 베르겐의 풍경은 자연을 어떻게 닮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