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것은 너무 어렵다
나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 생각해보고 산 적이 없다.
그런데 언젠가 누군가 너는 매력있는 사람이라고 해주었다. 나는 그 말을 들은 이후로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나는 무슨 매력이 있는 사람일까. 나 스스로 찾는 것보다는 주변에서 들리는 말에 집중하게 됐다. 나는 하나지만,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다 제각각의 눈으로 나의 존재를 음미하니까. 나는 어떤 사람 유형에게 어떻게 보일까.
나는 내 내면이 무척 차갑다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감정이 끼어들지 않게 생각하려는 습관이 있다. 뭐든 이론이 맞아야 하고 이치가 맞아야하고 말의 앞뒤가 같아야 하고 예절에 어긋나지 말아야하고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하고... 그런 여러가지를 분석하고 세심하게 생각하느랴 시작이 느리다. 모든 경우의 수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보고 난 다음에야 조금 안심이 될뿐, 확실하지 않으면 잘 나서지도 못한다. 그런 나의 차가운 면모는 가끔 나를 슬프게 했다. 후회가 생기고 빠르게 움켜쥘 수 있었던 걸 놓치거나 미루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내 차가운 내면은 누군가에게 따뜻하게 보이기도 하나보다. 배려를 잘 한다거나, 원하는 것을 빠르게 알아채고 도와준다거나. 세심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봐준다. 당연히 그래야하는 것들을 했을 뿐인데 칭찬을 받기도 하고, 착하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신중한 사람이고 믿음직한 사람으로 보는 사람도 있었다. 연하의 친구들은 다 그런 느낌으로 바라보는 것 같기도... 또 모두와 잘 지내는 사람이 되게 좋은 사람 같다는 말도 들어봤다. 생각해보니 특히 나보다 어린 여자친구들에게 되게 사랑을 많이 받았던 거 같다.
나는 소중한 것이 생기면 그것을 빠르게 소모하고 없애고 싶지않다. 소중할수록 오래가는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란다. 천천히 시간과 공을 들여 사라지지 않도록 따뜻하게 하는 것. 끝나지 않는 장작불을 지키는 사람이고 싶다. 그런 마음은 욕심일까도 싶지만 내 삶에는 꽤 그런 것들이 많이 있다. 첫 마음이 변하지 않고 오래오래 지켜지는 것들이 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의 것들도 운이 좋게 그렇게. 그렇다면 그렇게 살으라는 뜻으로 여기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다. 어떻게 되나 봐야겠지. 아직은 아무것도 알 수 없고, 지나간 다음에야 의미는 완성될테니.
누구를 그저 호감으로 여기는 것과 누구를 좋아하는 마음이랑 사랑하는 마음이랑 너무 다 다른 것 같다. 그런데 그게 너무 어렵다. 아무리 형태를 잡고 이해하고 싶어도 어렵다. 순수하게 좋아하고 설레어하면 좋을 텐데 어째서인지 그렇지 못한 기분이 든다. 내 모든 걸 떼어놓고 마음에만 집중한다면 그게 가능할까? 그 끝은 뭘까. 이렇게 밍숭맹숭한 감정이 사랑으로 커질수 있는 걸까?
너무 강렬한 마음만 겪어봐서 평탄한 느낌의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는 감정이 뭔지 이해할 수 없게 돼 버린 것 같다. 나는 나를 알아가기에 아직도 멀었다.
모든 것을 감안하고 사랑하기를 선택하느냐
모든 것이 두려워서 사랑하기를 포기하느냐
지금만 있어도 충분할 모든 시간에 나는 구태여 의미부여하기를 선택하고 있다. 나는 사랑이 뭔지 모르겠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조금 알지만 전부를 알지는 못한다.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깊게 사랑에 빠지는 날이 있는 걸까. 나는 감정과 떨어져 있는 어떤 생각들로부터 해답을 찾고 싶었다. 그러나 애초부터 정답은 없는 질문이었다는 걸....
알다가도 모를 것 같은 날들 속에서 나는 온실속의 화초처럼 포장되고 있는 기분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이 연달아 이어지는 감정의 뒤죽박죽이 내가 인간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는 것 같다. 두서가 없는 생각, 두서가 없는 감정.
기대와 초조
설렘과 불안
확신과 의심
나는 이번에 펼친 빈공책에서 무엇을 적어내려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