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1
따뜻한 날씨, 선선하게 부는 바람 속에 강아지 한 마리가 지나간다. 이제 강아지가 지나가는 걸 지나치지 못하는 나는 인사를 건넨다. 뽀얀 강아지는 내게 오면서 한걸음 걷다가 뒷발을 절뚝인다. 또 한걸음 뒤에 한걸음 절뚝인다. 그 모습에 우리 예쁜 강아지가 생각난다.
강아지가 뒷발을 절고 있으면 주인은 병원에 데려가 쓸개구 수술을 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우리 강아지의 피검사 결과, 수면마취를 하면 무지개다리로 떠날 수 있다는 말에 다리 수술은 꿈도 못 꾸는 경험을 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성당 미사 시간 중에 일어나지 않고 앉아 웃고 있는 저 학생은 규칙을 지키지 않는데 익숙한 날라리가 아닌가.
도무지 일어날 힘이 없어 머쓱하게 앉아 있을 수밖에 없는 경험을 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밝게 건넨 인사를 받아주지 않고 항상 인상 쓰고 있는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살까 한심하게 봤다.
업무에 치이고, 사람에 치여 여유를 잃고 악쓰는 사람으로 어두운 터널을 지나다, 겨우 빠져나와 숨을 돌리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길을 걷다가 몸이 불편한 사람을 마주치면 동정해도 괜찮을 줄 알았다.
병을 앓고 회복하던 시절,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미래에 대한 불안함, 그다음이 나를 보는 동정 어린 시선이란 걸 경험하기 전까지는.
이 세상 속, 수많은 사람은 사실 다 비슷하게 생겼고 비슷한 걸 먹고 비슷한 걸 좋아한다.
그래서 다 나와 비슷한 행동과 생각을 할 거라는 착각을 하면서 산다.
그 착각 속에 갇혀주는 사람들은 괜찮은 사람이 되고, 착각을 벗어나는 사람들은 꺼려지는 사람이 된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이 너무 많은데...
내가 겪어보지 못한 배경, 과정, 상황, 관계 등을 고려하지 못하고 한 사람과 상황을 판단해 버리는 건 오만함이었다.
사람과 상황을 폭넓고 보려는 연습,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는 연습,
보이는 대로만 판단하지 않는 연습.
나의 이런 작은 노력들이 작은 날갯짓이 되어 내가 타인을 이해하고, 타인에게 내가 이해받을 수 있는 따뜻한 삶 속에서 살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