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다시 빛을 향해
일을 하면서도 불안했다.
‘이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일까?’
재취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마음 한구석을 계속 건드렸다.
그때 남자친구가 말했다.
“너는 손으로 뭔가 만드는 걸 좋아하잖아.
그리고 사람도 적당히 만나는 걸 좋아하니까, 피부관리사는 어때?”
그 말에 나는 잠시 멈춰 생각했다.
‘좋은 생각 같다.’
그렇게 대답하면서 내 안에서도 이상하게 작은 불빛이 켜졌다.
남자친구 덕분에 처음으로 여러 직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내가 할 수 있을지, 감당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결국 ‘피부관리사’라는 직업이 내 꿈이 되었다.
남들에게는 별것 아닌 꿈일지 몰라도,
나에겐 가장 힘든 시기에
빛처럼 다가온 희망의 이름이었다.
그래서 특별했다.
지금도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준비하고 있다.
마음을 조금씩 다잡아가던 중,
할머니의 폐가 나빠졌고,
할아버지는 시한부 판정을 받으셨다.
또다시 세상이 흔들렸다.
할아버지와 특별히 가깝진 않았지만,
어렸을 적 치킨을 사주시던 그분의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닭다리는 항상 내 몫이었다.
그 기억 하나가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래도 내 인생도 살아야 하잖아.’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스스로를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현실 앞에서는 자꾸 무너졌다.
할머니는 나를 세 살 때부터 키워주셨다.
내게는 엄마와 다름없는 사람이다.
그런 할머니가 아파가는 모습을 보는 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그래서 자꾸 회피하고 싶어진다.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 고통을 직면하기가 두렵다.
행복해지려 하면 항상 무언가가 내 발목을 잡았다.
슬픈 일들이 잊을 만하면 다시 찾아왔다.
여전히 우울했고, 여전히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가운데에서도 작은 행복을 찾으려 했다.
이제는 내 우울까지도 조금은 사랑할 수 있게 됐다.
나보다 더 힘들고, 아픈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내가 조금이라도 행복할 수 있다면,
그 행복으로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다.”
작은 위로라도,
그게 내 삶의 이유가 되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