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까지 사랑해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나를 마주하다

by 달민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친하지도 않은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셨다. 그건 거의 습관처럼 반복됐다.
술을 마시면 정신이 흐릿해졌다. 애초에 나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셨다. 제정신이 아니길 바랐던 걸까.
아니, 어쩌면 단지 모든 걸 회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1년도 안 되는 시간에 친구도, 직장도, 사랑도 잃었다.
나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허망함. 그거 하나로 거의 석 달을 버텼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오직 술에 의지했다.


조금씩 불안해졌다.
돈도 없고, 일을 해야 하는데, 하고 싶은 일이 없었다.
예전에 하던 병원 일이 떠올랐다.

‘그거라도 해야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력서를 냈다.
하지만 그것조차 오래가지 못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나는 사람을 보는 게 무서웠다.
병원에 갈 때마다 다들 나를 안 좋아한다고 느꼈다.
그들은 아무런 생각이 없었을지 몰라도,
나는 그들의 시선 속에서 또다시 움츠러들었다.
아직 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언니는 말했다.
“일에 너무 강박 가지지 말고, 알바라도 하면서 천천히 네가 하고 싶은 걸 찾아.”


그 말을 듣고 시작한 곳이 작은 매장이었다.
나는 단순히 말했다.
“무조건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곳은 사람이 많지 않았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대부분이었고, 그래서 좋았다.
조금씩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제는 모든 게 순조로울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전에 함께 일하던 친구를 다시 만났다.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 친구도 나처럼 상처를 겪은 사람이었다.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며,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보려는 그 친구는
내게 새로운 온기가 되어주었다.
나는 그의 곁에서 조금씩 긍정적인 사람이 되어갔다.
오래 잊고 있던 웃음을 되찾기도 했다.


그러나 우울은 그렇게 쉽게 떠나지 않았다.
외로움이 몰려올 때마다 나는 흔들렸고,
작은 실수에도 나 자신을 미워했다.
그가 아무리 긍정적이어도,
내 안의 어둠은 끝없이 남아 있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이 우울까지도 안고 살아가야 하는구나.”
내 안의 우울을 미워하지 않고,
그마저도 사랑해보려 했다.


어쩌면 그것조차
내 삶의, 내 몸의 한 부분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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