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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민지 Nov 01. 2020

[거절을 잘하는 사람]


 난 거절을 잘하는 사람이 좋다. 당연히 승낙하겠지 라는 기대가 없다면 대부분의 거절을 거뜬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내가 내 마음대로 상대방에게 제안, 부탁을 한 것처럼 상대방도 상대방 마음대로 나의 제안을 거절할 수 있다. 이 사실을 기억한다면 서운함 없이 거절을 인정할 수 있다. ‘친한 사이니까’, ‘어려운 부탁 아니니까’라는 건방진 기대가 거절에 감정을 섞이게 하는 주범이다. 언제나 거절당할 수 있음을, 상대방은 거절할 권리가 있음을, 나의 부탁보다 상대의 거절이 우선권이 있음을 잊지 않으면 거절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어렵고, 그래서 서운함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기도 힘들다. 그래도 거절 앞에 아무렇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상대방도 나를 거절하는 일에 태연하길 바란다. 대부분 상대방을 배려하고 싶어서 상대방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이 그를 불편하게 만들까 봐서 거절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 같다. 그러나 상대방이 자기 마음대로 내게 무언가를 제안한 것처럼 나도 내 마음대로 그 제안을 거절하고 승낙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이다. 제안은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거절될 수도 있는 것임을 잊지 않는 것이 포인트이다. 가끔은 거절의 말을 못 하는 상대방을 보면서 살짝궁 불만이 생길 때도 있다. 거절을 안 하려는 게 내 손에 더러운 거 묻히기 싫어 네가 버려줘 라는 느낌과 비슷하게 여겨질 때가 그렇다. 언뜻 자기 입으로 싫은 소리 하기 싫어서 나한테 떠넘기는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그 사람에게 부탁이 아닌 작은 제안도 하기가 꺼려진다. 그럴 땐 거절하는 행위를 미안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덜어낼 수 없겠냐고 말하고 싶다. 그래야 앞으로 상대방도 더 편하게 나에게 무언가를 부탁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관계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서로에 대한 배려가 쌓이면 오히려 관계가 부담스러워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쉽게 거절을 해주어야 나도 쉽게 그를 파악할 수 있다. 거절을 어려워하는 사람에게 내가 무언가를 이야기할 때에는 상대방이 거절하기 쉽게끔 또 한 번의 배려를 섞어 건네게 되는데 종종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감정도 말도 곱절로 사용하는 느낌이다. 거절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서 미안해, 곤란한 부탁 해서 미안해라는 말이 무색해졌으면 좋겠다. 그만큼 거절이 쉽고 가벼웠으면 한다. 거절의 말 즉, 긍정이 아닌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과 나에 대한 배려가 섞여 힘들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맘껏 거절당하며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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