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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k Dec 06. 2017

비운의 명작

황동혁-남한산성

김어준의 <파파이스>가 끝난 이후 유일하게 챙겨보는 프로그램인 <썰전>에 <남한산성>의 작가 김훈이 나왔다. 영화 <남한산성>에서  원작자인 그가 꼽은 명장면으로 김상헌(김윤석)이 뱃사공을 죽인 장면을 뽑았다. 


원작자가 뽑은 명장면

김상헌이 뱃사공을 죽인 것은 사사로운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시대의 상황이 때문이었다. 이 장면을 클로즈업했다면 이런 상황을 담지 못했을 거라고 김훈은 주석을 달았다. (=원경으로 처리한 것이 좋았다)
(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쌀 한 톨에 한 나라의 안위가 결정될 수도 있구나라는 걸 느꼈다.)
   
김훈 작가처럼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명장면을 꼽자면 이 장면이다.


내가 뽑은 명장면

김상헌이 천한 대장장이 서날쇠(고수)에게 왕의 격서를 성 밖에 있는 아군에게 전해달라고 청한다. 이를 받아들인 날쇠가 김상헌에게 절을 하자 김상헌은 시선을 돌린다. 사대부이긴 하지만, 시대를 읽지 못하고 청에 강경하게 대항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지만 최소한의 염치가 느껴지는 장면이다. 또한, 전체적인 화면을 파란색(Blue=우울, 암울) 한 색으로 처리해 조선의 앞날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도 좋았다. 
   
그러고 보면 <남한산성>의 전체적인 색감은 어둡고 음울하다. 시대적 배경이 겨울인 탓도 있지만 어둡고 우울한 색감을 써 조선의 앞날과 미래를 예견했고 


반면, 청을 비출 때는 밝게 처리했다.

헬조선을 탈출한 자의 여유로운 미소. 탈조선하지 못한 이병헌의 표정은 애처롭다.
조선의 사신은 어둡고 청으로 투항한 자는 밝은 곳에 있다.
칸(태양)에게 삼배구고두례 하는 인조


배경의 색감뿐만 아니라 카메라의 구도를 살짝 위에서 잡아 불안에 떠는 인조(박해일)의 얼굴도 볼 만하다. 연기자의 큰 눈과 더불어 카메라의 각도 덕분에 겁에 질린 인조의 표정은 흡사 이토준지에 나오는 인물처럼 괴기스럽다.


영화 초반 무능의 극치인 인조가 너무 성군처럼 나오는 게 아닌가 불안했었다. 그러나 곧이어 나오는 인조의 대사를 듣자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뭔 개소리야!
아껴서 오래 먹이되 너무 아끼지는 말아라.


흡사 행보관이 나무판자 몇 개를 던져주고 아방궁을 지으라는 명령 혹은 일찐이 200원을 던져주며 담배 2개와 빵 3개, 음료수 3개를 사 오라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일으키라는 것과 같은 하는 인조. 

확실히 영화에선 우리가 알고 있는 무능함을 제대로 살리진 못했지만 저 대사 하나 만으로 모든 을들은 인조에게 깊은 빡침을 느꼈으리라. 

영화 줄거리는 이미 역사가 스포 했으니 딱히 이야기하지 않고 정말로 아쉬웠던 점을 하나 꼽고 마무리해야겠다. 

바로 마지막 장면'들'이다. 


삼배구, 고두례, 성공적

삼배구고두례란 병자호란 삼전도의 굴욕이라고 알려져 있는 치욕적인 사건이다. 이는 칸에게 세 번을 절하고 한 번 절할 때마다 머리를 세 번 조아리는 것이다. 삼배구고두례를 더욱 치욕적으로 보이기 위해 인조가 머리를 찧는 소리가 단 위에 칸에게 제대로 들릴 때까지 절을 계속했다는 식의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사실은 아니라고 한다)  이처럼 이 사건은 힘없는 조선과 인조의 무능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 치욕적인 사건을 묘사할 때 인조의 무능하고 비참한 모습을 더 극적으로 처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다.


김태희가 밭 가는 우크라이나? 고수가 쇠질 하는 조선

김상헌은 서날쇠에게 나루를 맡기고 자결을 한다. 그리고 영화의 끝에서 나루는 친구와 연을 날리러 가면서 영화가 끝나는데 이때 목소리로 김상헌이 '나루야'라고 부르면서 끝났으면 어땠을까?

이는 단순히 억지 감동을 쥐어짜자는 얘기가 아니다. 김상헌은 인조가 항복하자 식음을 전폐하고 교수 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이를 두고 최명길은 정치적 쇼가 아니냐고 비난했다.)


그리고 이후 80이 넘게 장수했다. 즉 영화에서 김상헌이 칼로 자살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고증에 따르자면 실패한 것이다. 

만약 마지막 장면에서 나루에게 '민들레가 피었구나. 약속대로 내 왔다.'라던가 하는 대사를 날려주면 감동과 함께 역사적 고증도 함께 살렸을 텐데 참으로 아쉽다. 

PS- 청의 칸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김법래. 실제로도 엄청난 중저음을 자랑한다. 목소리로 보나 연기력으로 보나 동아시아의 패자로 등극하는 절대자의 걸맞은 최고의 캐스팅이었다. 


내 이름은 칸


PS2- 김류(송영창)이 청을 기습하자고 할 때 '무당에게 길일을 받았다.'라고 하는 부분도 재밌다. 물론 고대에는 무당에게 길일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현대에도 무당에게 기일을 받은 댓통령을 본 지라....... 


"대신은 체면을 중시해야 한다. 체면이 한번 무너지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잘 만든 영환데 손익분기점인 500만 명을 못 넘을 것 같아 참으로 아쉽다. 한국 영화는 국뽕과 신파가 하나라도 없으면 안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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