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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k Dec 13. 2017

비극적인 삶, 비극적인 말로

Billie Holiday - I'm A Fool To Want You

내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가장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여가수를 뽑으라고 하면 누굴 뽑아야 할까? 한 때 비디오 파문으로 자살까지 생각했던 백지영? 30대 암 선고를 받아 시한부 인생을 살았던 양희은? 헤로인 과다로 27살에 요절한 제니스 조플린?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에띠드 피아프?   


 남의 비극을 자로 재단하면서 승자를 정한다는 건 엄청난 오만이지만 삶의 굴곡을 겪은 이들의 삶은 그 자체로 흥미를 갖게 만든다. 그리고 목소리로 감정을 전달하는 가수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의 목소리는 무탈하게 성장한 가수들과는 느낌이 다르다. 슬픔 한가운데에 있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같은 슬픔을 노래해도 전달력이나 호소력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빌리 홀리데이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의 어머니는 슬럼가의 창녀였고 13살에 그녀를 낳았다. 16살이었던 아버지는 그녀를 버렸고 능력이 없는 어머니는 빌리를 사촌 집에 맡겼다. 그곳에서 빌리 홀리데이는 학대를 받으며 성장했다. 최종학력이 5학년인 빌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빌리 홀리데이는 10살 때 40대 백인에게 강간을 당한다. 그러나 경찰은 흑인인 그녀를 불량소녀로 몰아 감호소에 넣었다. 그곳에서 풀려나온 그녀는 얼마 뒤 다른 흑인 남성에게 또다시 강간을 당했다.   


몸과 마음의 상처를 입고 그녀의 어머니와 뉴욕의 할렘가로 떠났지만, 저학력에 흑인인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머니처럼 거리에서 몸을 파는 것뿐이었다. 15살 때까지 할렘가에서 창부로 일하던 그녀는 성행위를 강요하던 흑인을 거부하다가 매춘행위로 고발돼 다시 감옥에 들어가게 된다.   


감옥에서 나온 직후 그녀를 맞이한 건 미국의 대공항. 일자리를 찾기 위해 나이트클럽 댄서 오디션을 보지만, 춤을 춰본 적 없는 그녀는 탈락한다. 그걸 가엾게 여긴 클럽 피아니스트가 노래를 한번 불러보라고 했다. 그렇게 그녀의 목소리는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다. 


빌리 홀리데이란 이름은 당시 그녀가 좋아했던 배우 빌리 도브와 아버지인 클라렌스 홀리데이를 조합해 만들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처음엔 빌리 홀리데이를 자신의 딸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돈을 벌기 시작하자 아버지를 자처하면서 돈을 빼앗아 갔다.  


1939년 아버지가 폐렴에 걸렸음에도 흑인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고 1941년 제임스 먼로와 결혼했지만 그는 심각한 마약 중독자였다. 그와 이혼했지만 그때 그녀 역시 마약 중독의 굴레에 빠진다. 두 번째 남편인 존 래비는 그녀의 돈을 갈취하는 사람이었고 세 번째 남편 역시 마약과 무기혐의 소지 때문에 몇 번의 옥살이로 그녀를 괴롭혔다. 그 외에도 많은 사람과 연애했지만 제대로 된 사랑은 없었다.  

 

가수로선 성공했지만 인종 차별이 극심하던 시절에 그녀는 엄청난 차별을 받았다. 순회공연을 하는 여가수였지만 자신의 초대받은 호텔에 화물용 엘리베이터만 이용하는 경우도 있었고,   백인 단원들은 아무도 그녀와 식사하지 않았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초대한 클럽에서 뒷문으로 쫓겨났고, 흑인이라는 이유로 동료들과 같은 호텔에서 투숙하지 못했다. 고등학교 교사인 아벨 미어로폴의 시를 가사로 한 그녀의 가장 유명한 노래 <strage fruit>을 어떤 백인 여성이 “그 왜 검둥이가 나무에 매달려 죽는 섹시한 노래.”라고 할 정도로 당시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은 상식을 벗어난 수준이었다. 

(<strage fruit>은 흑인들이 백인들에게 폭행을 당한 후 나무 위에 목이 매달려 있는 상황을 묘사한 곡이다. 사람이 매달린 것이 아니라 이상한 열매라고 칭하는 백인의 인종차별, 흑인의 슬픔, 사회의 인식을 느낄 수 있다.)     


극심한 알코올 중독과 마약중독, 가난으로 그녀의 말년은 비루했으며 1959년 5월 자신의 아파트에서 쓰러진 후 10주 뒤 삶을 마감했다. 그녀가 죽었을 때 통장에 남아있는 돈은 75센트에 불과했다. 


머리에 손바닥만 한 치자꽃을 꽂고 LADY DAY로 불린 그녀의 노래 중에 제일 좋아하는 노래다. 이별, 슬픔, 고통, 고독 등의 노래에서 발휘되는 그녀의 감성과 표현력은 무심하게 내뱉는 중역대 음성과 어울려 가사를 밀고 당긴다. 평생을 사랑하지 못했지만 진정한 사랑을 갈구했던 그녀의 슬픔과 바람이 느껴진다.




Billie Holiday - I'm A Fool To Want You  


I'm a fool to want you

당신을 원하는 나는 바보예요

I'm a fool to want you

당신을 원하는 나는 바보예요

To want a love that can't be true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원하고 있죠

A love that's there for others too

당신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요  


I'm a fool to hold you

당신을 갖고 싶어 하는 나는 바보예요

Such a fool to hold you

당신을 가지려고 하는 그런 바보죠.

To seek a kiss not mine alone

나만의 키스가 아닌데도 원해요

To share a kiss that Devil has known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도 키스를 원해요  


Time and time again I said I'd leave you

수 없이 당신을 떠나겠다고 말했어요

Time and time again I went away

몇 번이고 당신을 떠났죠

But then would come the time when I would need you

하지만 이제 내가 당신을 필요로 하고 있어요

And once again these words I had to say

그러니 다시 한번 이 말을 해요

 

I'm a fool to want you

당신을 원하는 나는 바보예요

It's me, I need you

그게 나예요. 당신이 필요해요   


I know it's wrong, it must be wrong

이게 잘못된 건 알아요. 이건 잘못된 거예요

but right or wrong I can't get along without you

그러나 옳건 그르건 당신 없이는 살 수 없어요. 

I can't get along without you 

난 당신 없이는 살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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