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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k Dec 16. 2017

폴란드의 자랑.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다시 가고 싶은 대학 시절. 한 교양 과목 강사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비유를 함축할수록 더 높은 예술로 간주합니다. 그래서 소설보다는 시가, 시보다는 음악이나 미술이 더 대단한 예술인 거죠.” 
  
‘높다’라는 게 더 뛰어남을 의미하는 건지 차원이 높다는 것인지 알 수 없고 예술을 순위 매길 순 없지만 꽁꽁 싸맨 비유일수록 그걸 해석하고 이해할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더 높은 건 맞는 거 같다. 

폴란드의 국제공항 이름은 '바르샤바 오케치에'이다. 그러나 이 공항에 애칭이 있는데, 그 이름이 바르샤바 쇼팽 국제공항이다. 폴란드 국민이 쇼팽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살아생전 피아노 협주곡을 딱 2개 만들었다. 편하게 <피아노 협주곡 1번>과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 나눈다. 실제로는 2번을 1번보다 더 빨리 작곡했다. 출판 순서대로 이름을 정했다. 



사실 쇼팽은 관현악에 대한 재능이 거의 없어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본 칼 타우지히가 관현악 부분을 대폭 수정해서 곡을 완성했다. 

이 곡은 쇼팽이 조국 폴란드를 떠나면서 가졌던 '고별 연주회'에서 초연한 음악이다. 이 노래를 작곡할 때, 정확히 이야기하면 이 곡의 2악장에 대해 쇼팽은 친구인 보이체 호프스키에게 이렇게 적었다. 


이  새로운 협주곡의 아다지오는 E장조야. 여기서 나는 강렬한 힘을 추구하지 않았어. 로맨틱하고 평화로운 기분에 젖어 약간의 우울함을 느끼면서, 많은 추억들을 되살리는 장소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담아내려고 했지. 마치 아름다운 봄의 달빛 어린 밤처럼 말이야.


하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곡이 시작하고 4분여 만에 처음 나오는 피아노 선율이다. 이 부분을 좋아하는 이유는 순전히 <피아노의 숲>에서 이 곡에 대한 설명이 너무도 멋졌기 때문이다. 



음악 평론가로 나오는 사가의 설명이다 


"클래식 통 중에는 2번이 더 좋다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역시 듣는 맛이 있는 1번이 좋다. 오케스트라의 도입부도 마음에 든다. 서두 제시부의 제1주제부터 마음을 사로잡힌다. 피아노가 들어갈 때까지 오케스트라만이 연주하는 부분이 4분 정도 된다. 그동안... 콩쿠르 참가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불안? 긴장? 차라리, 가능하다면 피아노 독주에 들어가는 그 순간을.... 이제나저제나 하고 기다려줬으면 좋겠다. 그 대곡의 고리 한가운데 들어가고 싶어서 안달이 난 듯 만반의 준비를 하길 바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은 언제나 피아노가 주도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피아노가 주역인 것이다. 피아노만이 그 대곡의 완성도를 정할 수 있다. 이윽고 그 순간은....... 찾아온다. 좋은 피아니스트인지는 그 순간만으로도 알 수 있다. 오싹 거리기 때문이다." 

갓 스무 살의 청년 쇼팽은 더 큰 세상으로 떠나기 위해 조국을 떠난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다시는 폴란드 땅을 밟지 못한다. 


<1번 협주곡>에서 많은 전문가가 스무 살 청년의 풋풋한 감상, 직접적인 낭만성, 고향을 떠나야 하는 청년의 서정적인 선율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곡 서두에서 쇼팽의 패기를 느낀다. 

4분이 넘는 시간 동안의 관현악 악기는 오롯이 자신의 피아노를 극적으로 보이기 위한 조연일 뿐이다. 분위기를 고조한 후 극적으로 내려치는 피아노 선율로 피아노의 힘을, 쇼팽의 등장을 힘차게 알리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렬함으로 끝나지 않는다. 나 쇼팽은 극적으로 등장한 후 아름다운 멜로디도 이질감 없이 연주할 수 있다는 듯이 연주는 극적으로 바뀐다. 자신의 작곡 능력을, 연주 능력을 짧은 시간에 전부 보여주고 싶다는 20살 청년의 자신감과 패기를 느끼는 이유다. 

그래서 난 <1번 협주곡>에서 피아노 소리가 처음 들릴 때마다 전율이 흐른다.



 201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의 조성진이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에서는 무조건 1번 or 2번 협주곡을 연주해야 한다. (조성진은 1번은 선택)

당연(?) 한 거라고 하지만 피아노도 목소리와 같아서 치는 사람마다 소리가 다르고 한다. 곡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스피드와 음도 제각각이다. 
심지어 클래식 통틀은 연주를 들으면서 어느 지역 필하모니가 누구의 지휘를 받고 있는지까지 알아맞힌다고 한다. 

나 같은 클래식 문외한은 잘 모르겠지만 한국인으로서 최초로, 아시아인으로서는 3번째로 우승을 차지한 조성진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이라면 뭔가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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