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한 번에 녹음을 끝내는 사람은 김재기와 이소라밖에 본 적이 없다."
부활의 리더인 김태원이 한 말이다. 고음 대결로 이어졌던 <나는 가수다>에서도 독보적인 편곡과 곡 해석, 중저음의 보이스로 아직까지 회자되는 가수인 이소라.
그녀의 라이브 앨범을 듣다 보면 너무 슬퍼서 음악을 부르지 못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민감한 감정과 감성이 그녀의 노래에 스며들어있는 것이 느껴진다. 물론 <나는 가수다>에선 이런 감정이 독이 됐지만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소라를 보면 천상 예술가라는 느낌이 든다. 친구와 예술가의 조건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대충 정리하면 이렇다.
‘예술가가 단명하는 건 당연한 일인 거 같다. 그들은 극도로 예민하고 극도로 감성적이며 극도로 약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사물이나 현상을 보고 다양한 각도에서 이해하고 공감해야 하는 게 예술가다. 비둘기의 시체를 보면서도 예술가들은 수많은 슬픔을 느낀다. 생명을 잃은 생명체에 대한 연민, 문명화로 인해 자연에서 살아갈 수 없는 비둘기에 대한 애정, 이 시체를 보고 가슴 아파할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 비둘기의 시체를 치워야 할 구청 직원의 수고로움, 가족을 잃은 비둘기들의 슬픔 등등등등등.
이렇게 하나하나에 신경 쓰고 감정을 이입하고 슬퍼하는 데 소모되는 에너지를 어떻게 버틸 수 있겠어. 그걸 버티려고 예술가들이 약물을 하다가 죽기도 하고 정신적으로 못 버티겠기에 자살도 하는 게 아닐까?’
고흐, 짐 모리슨, 들뢰즈, 에이미 와인 하우스, 커트 코베인, 다자이 오사무 등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들이 빨리 세상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이지 않을까라는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하며 술을 마신 기억이 난다.
그런 이유에서 이소라도 예술가다. 1집 때부터 이소라는 본인의 노래 가사를 직접 썼다. 2집부터는 자기 앨범의 프로듀서로 참여했고 지금까지 자신의 음악을 직접 프로듀싱하고 있다. 재밌는 점은 단 한 번도 자신의 앨범에서 직접 작곡한 노래를 수록한 적은 없다는 점이다. 자신이 직접 작곡가와 편곡자를 만나 음반을 만들면 작곡가들한테 영화나 그림을 던져주고 이런 느낌으로 곡을 쓰라고 주문한다고.
이런 느낌과 자기의 감정을 담아낸 가사를 쓰기 때문에 그녀의 노래는 시와 다르지 않다. 여성적이고 섬세하며 감성적이다. 그래서 노래를 부르다가 감정이 복받쳐 올라 노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허스키한 음색도 이런 우울한 감정을 극대화하는 중요한 요소다.
자우림 노래를 소개하면서 이야기했을지도 모르지만 남자 가수가 고음을 내기 어려운 것처럼 여자 가수가 저음을 내는 게 어렵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거의 남자 가수 급의 저음을 내는 이소라의 보컬은 실력만큼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가창력은 고음 대결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절제하는 기교와 특유의 비음, 음색, 호흡 등을 듣다 보면 정말 대단한 가수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를 잠시 쉬고 있다는 와우 사제답게 암흑 사제 같은 느낌을 주는 이소라의 보컬은 늦가을이나 겨울에 특히 어울린다.
난 너에게 편지를 써 모든 걸 말하겠어
변함없는 마음을 적어주겠어
난 저 별에게 다짐했어 내 모든 걸 다 걸겠어
끝도 없는 사랑을 보여주겠어
더 외로워 너를 이렇게 안으면
너를 내 꿈에 안으면 깨워줘
이렇게 그리운 걸 울고 싶은 걸
난 괴로워 네가 나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만
웃고 사랑을 말하고 오 그렇게 싫어해 날
난 욕심이 너무 깊어 더 많은 걸 갖고 싶어
너의 마음을 가질 수 없는 난 슬퍼
더 외로워 너를 이렇게 안으면
너를 내 꿈에 안으면 깨워줘
이렇게 그리운 걸 울고 싶은 걸
난 괴로워 네가 나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만
웃고 사랑을 말하고 오 그렇게 날 싫어해 날
너에게 편지를 써 내 모든 걸 말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