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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k Dec 16. 2017

내가 서른이라니....

김광석-서른 즈음에

그 나이에 도달하지 못하면 느끼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어렸을 땐 파김치의 맛을 몰랐고 양파가 달달한 맛을 내는지도 몰랐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게 수다를 떠는 것만큼 가치 있고 재미있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가객 故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에가 이렇게 슬픈 노래인지 몰랐다.




어렸을 때부터 김광석의 노래를 좋아했기에 <서른 즈음에>도 꾸준히 들어왔다. 그런데 그때는 그 깊이를 몰랐다. 단지 30살이 된 ‘아재’가 나이 들어간다는 것을 아쉬워하면서 부르는 노래인 줄만 알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30살 정도 되니까 ‘또 하루 멀어져 가’는 게 단지 시간뿐이 아니었다.


꿈 많은 학생에서 5포 세대의 일원으로 사육당하면서 30살의 우리는 꿈과 희망을 버린 지 오래다.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친한 친구한테 연락 한 번 못하면서 친구와도 이별하며 살고 있고, 하고 싶은 일이나 여행과도 이별하며 살고 있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피곤하다는 이유로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도 이별의 형태로 본다면 엄마와도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시간이 지난다는 건 진짜 이별의 시간도 조금씩 다가온다는 뜻이기도 하다. 


집이 좁다는 이유로 버려진 어렸을 적 가지고 놀던 인형이 버려지면 거기에 담긴 동심과 이별하는 것이다. 이사 갈 때 잃어버리는 물건이나 사진들 역시 마찬가지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이라지만 ‘100세 시대’에 30살이 갓 넘은 청년에게 이토록 많은 이별을 준다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인가. 혹자는 이제 ‘서른 즈음에’는 ‘마흔 즈음에’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때가 돼야 노랫말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그렇게 본다면 이 노래는 ‘어린 왕자’와 비슷한 느낌이다. 들을 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다.


어제까지 이별한 것들이 모여 오늘 노래 감상의 회한을 결정하고, 내일 들을 노래는 오늘까지의 이별까지 적립해 그 감정을 터트리기 때문이다. 


게으름, 부정적인 생각, 비난, 궁핍 등과 이별하고 싶은데 말이다.


김광석- 서른 즈음에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 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 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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