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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k Oct 28. 2017

기술의 중요성

하비에르 마리스칼 - 치코와 리타 


(가볍게 오프닝 음악으로 시작하자)



이래서 어른들이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인가. 

쿠바에 살던 젊은 시절 치코는 피아노로 여자 여럿 꼬시더니 훗날 뉴욕에서 음악으로 성공하고 헐리웃까지 진출하는 아름다운 여자 리타의 마음을 뺏는데 성공한다. 

참고로 치코는 리타와 사귀기전 여자 친구가 있었고 리타와 헤어진 후 다시 그 여자 친구를 집까지 끌어들인다. 


두 번의 배신으로 눈물을 흘리며 뉴욕에 가기로 결심한 리타는 미국에서의 성공 후에도 치코를 잊지 못한다. 치코도 성공과 뉴욕으로 건너오자 리타는 다시 치코를 받아준다. 

순애보도 이런 순애보가 없다. 피아노 치는 남자는 여자들이 좋아한다고 한다곤 들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배신과 배신. 또 배신을 때려도 리타는 치코를 거부하지 않는다. 심지어 치코가 대머리가 됐을 때도!!! 

리타와 헤어지고 다시 쿠바로 돌아가 음악을 접고 구두를 닦으며 생계를 유지하던 치코. 그런데 갑자기 미국에서 엄청 유명한 가수가 치코를 찾는다. 어렸을 때 선생님의 음악을 듣고 자랐다고. 선생님과 함께 곡을 작업하고 싶다고. 그리고 성공가도를 달린다. 그래미도 타고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기술이 이렇게 중요합니다! 여러분

옛말에 빌보드 top100에 오르면 3대가 먹고 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기술 하나 가지고 있는 게 인생 사는데 이렇게 도움이 된다. 진작 치킨 튀기는 기술을 익혔어야 했는데.......    

대머리가 된 치코는 성공 후 리타를 찾아가고 둘은 키스를 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실물은 아니지만 쿠바의 거리가 본 첫 영화가 아닌가 싶다. 공산국가 혹은 열악한 국가 이미지와는 다른 거리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애니메이션 특유의 색감과 <치코와 리타>를 지배하는 재즈의 선율 때문에 아늑하고 서정적인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흑인 특유의 즉흥성, 자유분방함을 느낄 정도의 재즈 내공은 없지만 흥겨운 스윙 재즈의 선율과 비밥은 영화를 보는 내내 몸을 흔들게 만든다.     

<치코와 리타>의 주인공 치코리타가 옷을 홀딱 벗고 침대에서 나오는 장면이 있다. (놀랍게도 아무런 감흥이 없다) 그 장면을 보면서 고갱의 그림이 생각났다.    

(선정적이라고 신고 들어오는 건 아니겠지?


고갱은 말년에 유럽사회에 환멸을 느껴 남태평양 타히티라는 섬에 정착했다. 원시를 품고 있는 타히티의 여인들은 고갱에게 새로운 미술적 영감을 불러일으켰고 고갱은 많은 하이티 여성들을 캔버스에 남겼다. 그 중 1892년에 그린 <When Will You Marry?>는 2015년에 2억 1000만 달러에 판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폴 고갱, <언제 결혼하니?>, 1892

이것 역시 편견일지 모르나 확실히 흑인은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근육 때문일지도, 스포츠 스타들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렇다. 고갱도 하이티 여성들에게 원시적 생동감. 활력에 매력을 느꼈겠지.     

치코가뉴욕에 도착하기 전 뉴욕에 대한 꿈을 꾸는 영상은피카소가 초기 단계의 큐비즘(입체파)의 작화를 보는 듯하다. 이 부분이 <치코리타> 영상의 백미. 영상이 흘러나오면서 깔리는 재즈 선율도 훌륭하다.  



<치코와 리타>는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스코트 '코비'를 디자인했던 아티스트 마리스칼이 만든 동화책을 원작으로 한다.     

동화같은 귀여움, 예술가란 ‘놀이처럼 예술을 즐기는 사람’이라 말하는 그의 신념이 우울한 쿠바의 도시도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마리스칼과 바르셀로나 올림픽 코비. 코비는 역대 가장 잘 만든 올림픽 마스코트로도 꼽힌다)


코비

한 때 내 꿈이 피아노를 치면서 스티비 원더의 <Lately>를 부르는 거였는데 치코의 삶을 보니 한 때의 꿈으로 접어두면 안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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