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irk Feb 17. 2018

이거 완전 뮤지컬 영화 아니냐?

에드가 라이트 - 베이비 드라이버

     

에드가 라이트의 <베이비 드라이버>는 크게 보면 평범한 범죄 이야기이다. ‘베이비라는 애칭을 가진 마일스(안셀 엘고트)는 강도들이 범죄현장을 빠져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드라이버이다.

     

190cm가 넘는 베이비. 그럼 우리는?


베이비는 다른 범죄자와 달리 닥터 (케빈 스페이시)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억지로 범죄에 참여한다. 닥터에게 진 빚을 전부 갚았지만 닥터가 유능한 드라이버를 놓아줄 리 만무하다.

     

성추행 스캔들로 이제 스크린에서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큰 케빈 스페이시


다소 익숙한 이야기에 캐릭터들의 설정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예를 들면 어렸을 적 자동차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이명증을 앓았을 만큼 차에 대한 트라우마가 큰 마일스가 어떻게 차를 무서워하지 않는 건지, 닥터가 갑자기 돌변해서 베이비와 데보라를 지켜주는 건지 등은 충분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진행된다. 심지어 베이비와 데보라가 첫눈에 반하는 것도 탐탁지 않다. 

 

     



하지만 영화는 베스트 드라이버가 몰고 가는 스포츠카처럼 빠르게 진행하기 때문에 이런 의문을 품고 있을 시간을 주지 않는다. 게다가 끊이질 않는 음악은 영상과 딱딱 맞아떨어지게 편집해 놓았다. 거의 강박증 수준이다. 




     


그래서 <베이비 드라이버>는 뮤지컬 영화처럼 느껴진다. 몇 장면이 아닌 영화 전체에 음향과 영상을 정교하게 편집했기 때문이다. 총소리가 음악을 맞추는 건 기본이고 음악과 상황을 맞추기 위해 베이비가 범행 시간을 잠시 멈춘다던가 하는 정교한 편집이 딱딱 들어간다.




닥터가 소개해준 무기상과 총질이 할 때 흘러나오는 장면에서는 음악이 조금 남았을 때 상황은 마무리된다. 그런가 싶었더니 갑자기 한 명이 살아서 도망치기 시작하고 도망자에게 ‘모래 반지 빵야빵야’를 난사하면서 음악의 클라이맥스 부분과 맞춘다.





영화 전체에서 걸쳐 몸을 들썩이니 이야기 설정에 구멍이 있더라도 별로 개의치 않고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영화 전체에서 주인공에게 가장 중요한 소품은 아이팟과 선글라스다. 아이팟은 주인공의 이명증을 덮어주는 치료제 같은 역할과 영화의 속도감을 추가해주는 아이템이다. 


  

선글라스는 자신을 숨기는 데 사용하는 변장 아이템이다. 이외에도 선글라스는 눈을 보호, 보좌하고 패션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프랑스의 문학 연구가 프랑크 에브라르가 쓴 <안경의 에로티시즘>이라는 책에선 이렇게 쓰여 있다.



안경은 몸을 가지고 논다. 눈만이 아니라 코와 귀, 얼굴 전체, 손을 가지고 논다. 의복을 제외하고는 몸과 가장 밀접하게 접촉하는 사물인 안경은 씌어지거나, 얼굴에 맞춰지거나, 걸쳐지거나, 신발처럼 신기거나, 신체 도식에 속하는 요소로 체험되거나 아니면 반대로 어느 정도는 행복과 접목된 낯선 요소로 체험된다. 안경은 조작의 대상으로, 타인의 몸이나 자신의 몸과 맺는 관계의 단서가 된다. 안경을 쓰면 개인 몸의 외관이 변한다. 안경은 자연의 산물이자 문화의 산물이기도 한 새로운 흔적을 몸에 부여한다.

얼굴에 일어난 변화는 파울 쉴더(paul schilder)가 “몸의 이미지”라고 부른 지각의 전복을 가져온다. 인위적 기교가 얼굴의 자연적 연장으로서 신체 도식에 동화되는 것이다. 후천적인 낯선 형태가 인간이 자신의 용모에 대해 머릿속으로 품는 이상적인 이미지에 맞추어 내면화되는 것이다.

(중략)

안경은 피부에 밀착됨으로써, 눈 주위에 집결됨으로써 유기체와 분리될 수 없는 실체가 되어 몸을 확장하는 장신구가 된다. 안경을 쓴 사람은 안경을 통해 자신을 알아보기 때문에 그것은 자기 존재의 가장 내밀한 상징이 된다.




선글라스

,

넓게 보면 안경은 보기 위한 것 일수도 있고 감추기 위한 것이기도 한 아이러니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

여기서는 후자의 느낌이 강하다

.

데보라 앞에서 안경을 벗어던지고

,

경찰에 자수할 때나 구치소에서 나올 때 맨눈으로 현실을 바라보는 베이비

.

감독은 이 장면에서 자연광이나 무지개를 통해 다소 청춘 드라마스러운 풋풋한 감성을 보여준다


엽서 같은 배경에서.jpg

제이미 폭스, 존 햄, 에이사 곤살레스 같은 조연들도 각자의 개성 있는 캐릭터와 연기로 영화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이런 오락영화는 대체적으로 호불호를 가리지 않는다. 자동차 액션, 음악, 배우들의 연기력, 속도감을 다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