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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k Oct 28. 2017

이런 게 대만의 감성인가요?

에드워드 양-하나 그리고 둘

대만영화는 편안하다. 듣기에는 중국어와 다를 바 없는 언어를 쓰는데 중국 영화는 쏘아붙이는데 반해 대만 영화는 낮은 텐션을 유지한다. 색감이나 영화의 주제, 이야기 구성 등도 화려하고 오버스러운 중국에 비해 잔잔하다. 에드워드 양 감독이 대만 사람이긴 하지만 중국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대만에서 보내고 미국에서 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대만 특유의 감성이 부족할 수도 있는데 <하나 그리고 둘>은 그런 걱정에서 벗어나 있는 영화다.


애드워드 양 감독

<하나 그리고 둘>으로 53회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에드워드 양은 비록 대만과 중국의 정치 논리 때문에 자국인 대만에서 크게 대접받지 못하는 감독이다. (그가 중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그래도 <하나 그리고 둘>을 보면 정서적으로는 대만 사람이라고 느낄 텐데 대만에서는 이 영화가 상영되지 못했다. 배급사인 일본과의 입장 차이와 대만이 에드워드 양을 바라보는 시선 때문이다. (최근엔 상영됐는지 모르겠다만)



 이 영화의 줄거리를 읽으면 참 지루하다. 뻔한 가족 이야기니까. 그러니까 편안하다. 내 삶과 정확히 일치하진 않더라도 누군가에게 있을 법한 인생을 보여주니까. 서로 얽히고설키고 하는 삶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툭 튀어나오기도 하는 게 인생 아니던가.


그러니까 이 영화가 약 3시간의 러닝타임을 기록하고 있어도 아무 지루함 없이 볼 수 있다. 반대로 누군가에겐  3시간 동안 큰 반전 없다는 지루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나 그리고 둘>은 둘이었다가 하나가 되고, 다시 둘이 되나 싶더니 하나가 되는 그런 이야기다.


 여기서 사업 파트너 일본인 오타와 주인공 NJ의 대화는 참 재밌다.  오타와 NJ가 영어로 대화하는 내용에 담긴 '선(zen)' 같은 내용과 그와 NY의 또박또박한 영어는 귀에 쏙쏙 꽂힌다. (우리가 일본식 영어 교육을 받아서 일까?)



정직해 보인다는 이유로 직장 동료들에게 짬을 맞지만 그와 대화에서 가장 편안해 보이는 NJ. 

그걸 꿰뚫어 보고 솔직하게 말해주는 오탕와. 


"왜 우리는 처음이란 걸 두려워할까요? 인생에 있어서 하루하루가 모두 처음인데. 매일 아침이 새롭죠. 우린 결코 같은 하루를 두 번 살 순 없어요. 우리 절대 매일 아침 깨어나는 걸 두려워하는 법이 없죠. 왜죠?"


(한국에서 살아봐 인마. 바로 두렵다.)

라면서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리투스 같은 말을 하는 오타. 그의 아침을 매일 아침 행복한가 보다 싶어 부러웠다. 그러다가 NJ와 함께 간 라이브 술집에서 월광을 치는 그의 모습은 어딘가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래서 NJ가 30년 전에 헤어진 셰리에게 전화를 걸었을까?



NJ의 딸 틴틴. 둘이 되나 싶었더니 다시 하나가 된다.


할머니와 잠시 둘이 되는 듯싶었는데 다시 혼자가 되는 틴틴. 이 영화에서 가장 불쌍한 캐릭터 아닐까 싶다. 양양의 천진난만함과 어른의 책임감과 예절 사이에서 방황하고 상처받는 틴틴. 


"난 아빠가 보는 걸 못 보지만 아빤 내가 보는 걸 못 보잖아요. 아빠가 보는 걸 내가 어떻게 볼 수 있죠?

아빠, 진실의 반을 볼 순 있을까요? 

앞에서만 볼 수 있지 뒤에 있으면 못 보잖아요. 그러니 진실의 반만 보는 거죠. "


라는 질문에 NJ가 그게 카메라가 필요한 이유라고 대답하자 카메라로 이곳저곳을 찍으러 다니는 양양.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애를 보기 위해 그녀가 항상 뛰어들어가던 풀장에 들어가는 어린왕자 같은 천진난만함.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그의 고백은 먹먹해진다.


우리도 분명 양양 같이 천진난만하지만 세상을 꿰뚫어 보는 날카로움이 있었을 텐데 그 시절의 우리는 어디에 있을까. 아직 있을까? 


양양은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할머니의 영정 사진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특히 새로 태어난 아직 이름도 없는 사촌을 볼 때면 '이젠 늙었나 보다'라고 항상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요. 저도 사촌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나도 '나이 먹었너봐' 라고..."


죽음이라는 경험을 통해, 사실 그런 경험이 없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른이 되고 가족이 겪었던 것과 비슷한 씁쓸함을 경험할 양양의 표정이 애처롭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인가. 


4명의 가족의 각각의 이야기는 눈물이 나진 않지만 연민이 느껴지고 이해가 되는 건 내가 어른이라 그럴 거다. 아니면 항상 남의 말에 귀 기울이라는 할머니의 충고를 양양 말고는 제대로 듣지 않아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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