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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k Oct 28. 2017

간만에 들어본 아나키스트라는 단어

이준익-박열

박열에 대해 우리가 잘 모르는 이유는 그가 해방 후 북한에서 살았기 때문이리라. 지금도 가스통할배들이 북한 하면 입에 거품을 무는데 옛날엔 더했으면 더 했지. 그 머시기냐 아들을 잃은 슬픔을 창밖에 아지랑이 같은 것이 아른거린다라고 노래한 시인도 (누구였더라) 북한에서 살았다는 이유로 교과서에서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박열에 대한 지식이나 자료가 없어서 대중도 박열을 모르고, 그래서 그가 매력적인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대상으로 한 콘텐츠가 2017년에서야 볼 수 있었던 것이리라. 


역사에 관한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고증이 맞는 건지에 대해 따져보는 것과 역사의 앞 뒤 이야기를 찾아보면서 조금 어색했던 인과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그 콘텐츠를 즐기는 재미 중 하나다. 


그래서 박열의 이야기를 조금 찾아봤다. 


박열(박준식)은 졸업하기 직전에 자신을 가르치던 한국인 교사가 학생을 몰래 모아놓고 자기는 여태 일제의 압력에 못 이겨 너희들에게 거짓 교육을 시켰다고 울면서 사과한 적이 있었다. 박열은 그때 조선과 민족 독립의 존엄성과 필요성을 깨닫고 민족의식과 반일 감정이 싹텄다고 한다. 


그렇게 커가던 중 동양척식주식회사가 한국인의 토지를 무자비하게 빼앗은 것과 젊은 일본인 교사인 고토쿠 슈스이가 천황제의 문제점과 무정부주의에 대한 설명이 박열의 사상적 토대가 된다. 영화를 보면서 왜 하필 무정부주의자 일까 하는 궁금증이 풀릴 것이다. 대부분은 사회주의와 시장경제체제 아니겠는가. 가장 세력도 크고 일반적이고. 박열이 무정부주의자, 아나키스트가 된 인과관계를 알았으니 노래 하나 듣고 가자. 



대략 250만이 본 <박열>은 리얼 덕분에 대박 친 것도 있지만 내용 자체가 한국인이라면 가슴 뜨거워지는 일제강점기 이야기라는 점도 흥행의 중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어색한 지진 CG와 중간에 나오는 기자의 급격한 텐션 변화가 좀 걸리는 부분이긴 하지만 

후미코의 연기가 그걸 다 커버 쳐준다. 실제로 일본인이 보면 후미코의 연기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난 그녀가 일본인인 줄 알았다. (여담이지만 <황해>에서 하정우,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민식의 사투리는 로컬들이 어색하하더라)   



물론 기록이 많이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부분이 픽션이겠지만 뭐 페르메르의 그림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아무런 사료가 없음에도 소설이랑 영화랑 나왔다.


베르메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아까 지진 CG얘기가 나왔는데 감독도 이 CG가 허접한 걸 알았는지 "영화에선 박열과 후미코의 드라마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과한 CG를 넣지 않았다"라고 한다. 다만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고 유언비어를 날려 일본에 살고 있던 조선인이 얼마나 많은 핏박을 받았는지에 대한 묘사가 부족한건 아닌가 싶다. 물론 그런 장면을 강하게 넣는다 해도 분노만 커질 뿐이지만 나중에 박열과 후미코가 법정에서 일본에게 복수를 해도 그 전에 분노나 갈등이 크게 느껴지지 않아 카타르시스도 적었다. 


전체적으로 재밌었지만 아쉬운 부분은 극명하게 있었다. 


주연이었던 이제훈은 평균보다 살짝 좋았다. 전체적으로도 한국인 조연들의 연기력은 일본인에 비해 떨어져서 뭔가 한일전에서 진 느낌이라 좀 섭섭했다. 후미코를 일본 배우라고 치면 거의 처참한 수준. 

기자가 소리칠 때 혼자만 오글거렸던 것일까.   



정권도 바뀌고 북한이 미사일 날리는 개짓거리만 안하면 민간차원의 교류가 많아져 숨어있던 이야기를 많이 발굴할 수 있을텐데 향후 재밌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면 좋겠다. 

통일까진 아니더라도 교류만 하면 얼마나 많은 분야에서 신나겠는가. 역사, 경제, 건축, 국문 등등등 아 그렇게 되면 하는거 때려치고 바로 아무 건설사나 들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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