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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k Oct 28. 2017

성장하는 리플리

러셀 멀케이- 바비를 위한 기도

최근 동성애자의 인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알게 된 영화다. 음.... 이 영화를 보고 나면 4가지 정도 키워드로 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동성애, 가족, 성장, 성경


영화를 보면서 이 4가지 키워드가 생각났고 그중에서 성장 좀 더 자세히 엄마의 성장이 흥미로웠다.


(바비를 보는 엄마의 심정일까나)

극성 크리스챤인 메리 그리피스는 자신의 아들 바비가 게이라는 사실을 듣고 납득하지 못한다. 성경에 의하면 동성애는 죄악이기 때문이다. 모든 삶의 지침이 성경인 엄마, 이야기의 중심은 아니지만 어쩌면 메리보다 더 심한 헬머니. 바른말은 하지만 집안일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아부지, 촉새처럼 비밀을 다 떠벌리고 다니는 형. 이런 부모님 밑에서 교육받은 여동생 2명.



(영화의 결정적 장면. 포틀랜드에서 만난 남자 친구의 조언으로 바비는 엄마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죄송해요. 전 엄마가 늘 바라 왔던 완벽한 작은 바비가 아니에요. 하지만 그것 때문에 엄마에게 계속 사과할 순 없어요.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시던지, 아니면 잊어주세요." 


"난 게이 아들을 둘 수는 없다."


"그렇다면 엄마는 아들이 없는 거예요." 


"fine" 


저 완강한 엄마의 표정을 보아라. 장판교에 우뚝 서 있는 장비의 그것과 비슷하다. 자막은 '알았다'로 나왔지만 내가 들은 게 맞다면 메리는 분명 fine이라고 대답했다. 괜찮다. 즉 상관없어라는 뜻. 신앙과 사회적 합의가 이렇게 무섭다. 자식의 존재를 용납하지 않는 저 완고함. 숨이 턱턱 막힌다. 

메리 그리피스 역을 맡은 시고니 위버는 어렸을 때 연기를 너무 못해 배우를 포기하려고 했다고 하던데, 영화를 보는 내내 그녀의 연기에 숨이 턱턱 막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리 그리피스가 안타까우면서도 대단했던 이유는 그녀의 노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월급 루팡을 하면서 공부를 하고
상담사와 상의하고
바비에게 운동을 시키고
집안 곳곳에 성경 말씀을 적어놓고
형, 아버지와 함께 하이킹을 보내고
셋이 상담을 받으며
예쁜이를 소개시켜주고 (여기서 느꼈습니다. 그녀는 좋은 엄마다)
항상 그를 위해 기도한다.

물론 그녀가 공부하고 바비에게 한 행동은 옳다고 보긴 힘들지만 그녀의 노력까지 폄하긴 힘들다. 그녀는 바비를 예전처럼 되돌리고 싶었을 뿐이니까. 물론 엄마의 행동에 바비는 "그건 나를 위한 게 아니라 엄마를 위한 거예요. 엄마는 내가 주변 사람한테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쓸 뿐이에요."라고 반박하지만   


바비가 포틀랜드로 떠날 때
엄마의 완강함을 보고 다시 떠날 때 엄마는 바비 몰래 눈물을 흘린다.


바비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도 그녀의 노력은 끝나지 않는다. 그녀의 믿음이라면 그냥 자신의 아들을 물들게 한 게이라는 존재를 부정하고 저주를 퍼부으며 바비를 그리워할 법한데 말이다.


아들이 남긴 에세이를 읽고
가족들은 다 나가지만 혼자 남아 교인과 대화하고
동성애에 관한 책을 읽고
동성애를 긍정하는 교회를 가 목사에게 질문하고
목사의 소개로 게이 아들을 가진 엄마를 만나고
PFLAG (Parent friend Lesbian and Gay) 레즈비언, 게이의 부모와 친구라는 단체에 들어가고
결국 그녀의 잘못된 신앙과 가치관을 고백한다.




아쉬움은 있지만 그녀의 노력은 눈물겹다. 그래서 이 영화는 엄마의 성장 드라마다. 천천히 알에서 깨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그리피스 여사의 성장. 마치 괄목상대한 여몽을 보는 듯하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자식과 교류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무뚝뚝하고 표현을 잘 못하고, 그러니 자식은 우리가 이해해야 한다고 부모님도 피해자라고 이야기한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관계의 감정적인 부분은 그런 교육을 더 받고 중요성을 아는 자식 세대가 좀 더 다가가야 하는 건 맞다. 그러나 부모님 세대 역시 같이 노력하지 않으면 이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지치고 힘들다. 아무리 그런 교육을 받았어도 우리 역시 그런 무뚝뚝하고 권위적인 부모님 밑에서 교육을 받은 세대 아닌가.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영화를 보면서 그리피스 여사의 노력이 참 부러웠다. 좀 더 일찍 그 노력의 방향을 바꿨으면 더 훌륭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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