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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k Oct 29. 2017

사형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알란 파커- 데이비드 게일

초, 중, 고, 대학교를 포함해서 토론 시간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주제는 단연 ‘사형제 폐지’ 일 것이다. 통계를 보진 못했지만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아마 지나가는 중, 고딩만 잡고 사형제 폐지에 찬성이냐 반대냐 물어보면 해당 논거가 줄줄 나올 것이다. 예상해보면 그다음 주제는 ‘통일 찬반’ ‘친일파 재산 몰수 찬반’ 정도가 2, 3위 아닐까 싶다.



앨런 파커 감독의 <데이비드 게일>은 이 케케묵은 주제를 이야기하는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 데이비드 게일(케빈 스페이시)은 젊은 나이에 주목받는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또한 그는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단체인 ‘Death Watch'의 일원이기도 하다. 그의 동료 콘스탄스 역시 열렬한 사형제도 폐지론자. 같은 대학 교수의 데스워치의 열혈 일원이다.   


데이비드 게일은 자신의 학생이었던 벨린을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교수직에서 쫓겨난다. 혐의를 풀렸지만 아무도 그를 교수로 채용하지 않았고 그는 결국 전자회사의 판매직으로 취업한다. 



얼마 후 콘스탄스가 백혈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녀는 사형폐지 운동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얼마 후 콘스탄스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벨린의 성폭행 혐의가 있는 데이비드 게일은 콘스탄스를 강간하고 살인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콘스탄스의 몸에서 그의 정액이 발견되고 그의 혐의는 인정받아 사형을 선고받는다. (그래서 사형제를 그리 반대했나?) 그는 사형 집행일 4일을 앞두고 게일은 블룸이라는 여기자와 인터뷰를 하겠다고 밝힌다.



블룸은 정보원을 보호하기 위해 법정 모독죄로 7일 동안 교도소에 간 이력이 있다. 소식통의 비밀을 철저히 지킨다는 이유로 게일은 블룸을 선택했다.




블룸은 게일과의 인터뷰를 통해 게일의 사정을 듣게 된다. 그리고 게일의 사형 집행에 숨겨져 있는 비밀을 깨닫게 된다.   

(요 이후로는 스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한 타임 쉬고)  






타이타닉 이후로 한동안 잠잠했던 케이트 윈슬렛의 <데이비드 게일>은 언뜻 보면 사형폐지를 주장하는 영화인 듯 보인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다 측  


지겹겠지만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의 논리 몇 가지를 보자.   

-오판의 가능성   


-사람이 혹은 사회가 다른 사람의 목숨을 거둘 수 있는가  


- 우리가 만든 법과 제도가 완벽한가   


<데이비드 게일>의 데이비드 게일의 사형은 결과적으로 오판이었다. 그의 죽음은 텍사스의 법과 제도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의 사형을 지지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무지함을 인지할 것이다. 




아닐 수도 있다 측



사형제도를 찬성하는 사람의 논리는 대략   


-사형수에게 들어가는 국민 세금은 1인 당 연간 159만 5000원이다. (한국의 경우)   


-사형제도는 범죄율을 낮출 수 있다. (이건 양쪽 다 통계가 존재한다. 데이비드 게일은 사형제도가 범죄율을 낮추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은 자료도 상당하다. ps-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1998년 이후 10년간 살인범죄가 매년 평균 193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남)   


- 재범의 가능성을 낮춘다. (미국 같은 경우는 형량이 300년을 넘어가기도 하지만 한국에선 아직 30년 이상 장기 복역한 범죄자가 없다고 한다.)      


모두가 합의를 맞춘 상황이지만 어쨌든 데이비드 게일은 콘스탄스의 자살을 도왔다. 생각에 따라선 그가 콘스탄스를 죽였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가 사형제도 반대를 위해 한 수단이 너무 악질이다. 규칙적인 생활로 유명한 독일의 철학자는 이렇게 얘기했다. “네 의지의 격률이 언제나 동시에 보편적 입법의 원리가 될 수 있도록 행위하라.” 언제 읽어도 머리 아픈 이 말은 곧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의미다. 


비문학에 이 양반 글이 나오면 당장 넘기고 다른 지문을 먼저 읽어라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는 식의 행동 얼마나 위험한가. 개인의 부귀영화를 위해 정당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는 게 아니라 나라를 팔아먹고, 국민을 팔아먹고, 4대 강을 파먹고, 이슬람으로 청년들을 팔아먹는 것을 상상해봐라. (아 물론 전부 상상 속으로 지어낸 이야기입니다. 작가 지망생에게 이 정도 상상력은 기본이죠.)



사형제 폐지를 위해 공권력을 속인 그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콘스탄스 살해 (혹은 자살) 현장을 찍어둔 동영상에 데이비드 게일의 얼굴이 보일 때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이런 양자택일의 문제는 항상 어렵다. 그리고 꼭 무언가를 선택해야 한다는 양극의 선택지는 편 가르기 딱 좋은 소재다. ‘사형제도는 유지해야지’라는 주장은 사람은 보수적이고 폭력적이게 그려지고 ‘사형제도는 폐지해야 돼’라고 주장하면 진보적이고 지적인 사람으로 보이는다는 사회적 분위기 역시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찬성 or 반대를 선택해서 토론해 점수를 받는 수업시간이 아닐 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모두 아사모사하게 표현해보자. 




난 사형제도를 찬성해. 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범죄에 대한 완벽한 조사가 필요해. 그리고 사형에 대한 커트라인을 더 높여야 한다고 봐.  

 

난 사형제도를 반대해. 하지만 흉악범죄에 대한 형량을 더 높여야 한다고 생각해. 그런 범죄자는 죗값을 치르기 위해 사람들이 기피하는 노동현장에 투입하는 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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