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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k Oct 29. 2017

사골의 기로에 선 시리즈.

요아킴 뢴닝-<캐리비안의 해적 5-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만화든 영화든 시리즈가 오래가려면 주인공과 악역의 캐릭터가 중요하다. 주인공은 악역을 만나 고전하지만 조금씩 성장하고 더 강한 악역을 만난다. 악역은 언제나 주인공에게 패배하지만 매력적인 과거나 철학을 가지고 있으면서 주인공을 충분히 괴롭혀야 한다. (혹은 성장시켜야 한다.)


(지금 나오면 앵간한 해적단 졸개보다 못할 과거의 추억)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는 1,2,3까지 이 과정을 착실히 밟아왔다. 영화로 치면 몇십 년 만에  나온 해적 영화였고, 주인공인 잭 스페로우는 해적다운 자유분방함과 엉뚱함, 재치가 있었다. <캐리비안의 해적 1>의 악역 바르보사 역시 원숭이 버프를 받긴 했지만 매력 있는 악역이었다.


(한 번 부활했는데 두 번 못할쏘냐)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중에서 <망자의 함>이 최고라고 인정받는 이유는 악역인 데비 존스의 무게감 때문이다. 바르보사처럼 창조한 인물은 아니지만 외형이나 압도적인 능력으로 주인공들과 제압하는 모습은 바르보사보다 훨씬 매력적이었다. 데비 존스의 OST, 그의 소환수 크라켄 OST 역시 그의 압도적인 모습을 돋보이게 만드는 요소.




그래서 <캐리비안의 해적 3- 세상의 끝에서>도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었던 것은 데비 존스의 무게감이었다.


(집중해라. 형 간다)


그래서 <캐리비안의 해적 4- 낯선 조류>가 성공하기 위해선 데비 존스보다 강하거나 매력적인 악역이 나와야 했다. 나름 유명한 해적인 ‘검은 수염’ 에드워드 티치를 등장시켰고 그걸로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인어까지 추가했지만 맹맹한 맛을 지울 순 없었다.


(검은 수염 딸이 왜 더 예뻐 보이지?)


<캐리비안의 해적 4- 낯선 조류>에서 바닥을 한번 쳐서 그런가 <캐리비안의 해적 5-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전작보다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젠 기억도 안 나는 검은 수염)


사실 영화 시리즈가 길어질수록 그 안에서 설정의 정교함, 떡밥 회수, 신선도를 기대할 순 없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백날 욕해도 매 시리즈마다 흥행몰이에 성공하고 또다시 시리즈를 이어간다. <캐리비안의 해적>도 마찬가지.


(원래 1편만 만들려다가.......)


예정에도 없던 바르보사의 딸이 나온다던지, 살라자르가 죽지 못하고 부활한 이유에 대한 초라한 이유, 검은 해적의 능력을 가져간 바르보사가 뭐 하는 것도 없이 살라자르에게 깨갱하는 모습 등은 아쉽지만 시리즈가 길어진 블록버스터 영화는 얼마나 ‘재미’ 있느냐에 무게를 두는 것이 맘 편하다.


(돈이라도 많이 줘서 다행이야. 깨헤헷)


남자들은 카리나 스미스(카야 스코델라리오)를, 여자들은 헨리 터너(브렌턴 스웨이츠)와 늙긴 했지만 윌 터너(올랜도 블룸)를 보면서 바다가 갈라지고 보석이 빛나는 비주얼을 보면서 즐기면 된다. 웃고 싶으면 적재적소에서 잭 스페로우가 단두대에 매달려 생사를 오가는 장면이나 멍청한 해적들을 보면 되고, 감동을 넣고 싶었던 감독은 마지막에 부성애를 한 움큼 집어넣어 울고 싶은 사람까지 만족시켜준다. 이중 원하는 것만 쏙쏙 빼먹으면 된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캐리비안의 해적 5- 죽은 자는 말이 없다>가 호평받는 이유는 간만에 등장한 윌 터너와 엘리자베스 스완(키이라 나이틀리)과 함께 엔딩 장면에서 데비 존스로 추정되는 그림자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캐리비안의 해적 제작진의 생각을 유추해보자.



돈이 되니까 시리즈는 더 내야겠고, 그런데 악역은 데비 존스보다 매력 없고, 하.... 어떻게 하지? 어, 그러면 그냥 데비 존스가 다시 나와도 되잖아. 뭐 대충 설정상의 오류는 크게 없고. 뭐 바르보사도 부활시켰었는데 상관없지 뭐.   


 <캐리비안의 사골>이냐, 언제 적 데비 존스랑 윌 터너냐, 이제 할 얘기 없으니까 추억팔이냐라고 비난하겠지만 개인적으로 데비 존스의 복귀는 반갑다. 워낙 그런 류의 괴물을 좋아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다만 데비 존스가 동인도 회사의 커틀러 버켓의 명령으로 크라켄을 죽인 것은 아쉽지만 더 강력한 괴물을 끌고 오리라 믿고 있다) 



나름 개그 센스도 갖췄던 악역 살라자르는 강력함에선 검은 수염보다는 나았지만 그다지 임팩트 있는 모습은 아니었다. 살라자르의 좀비 상어도 3D 영상미를 위한 걸 제외하면 인상적이지 않았고 (3D로 보지 않았으면 너무 긴 슬로우 모션 때문에 지루했을 정도)   


 비슷한 캐릭터를 내놓으려면 전 시리즈보다 강력하거나 매력적인 인물을 내세워야 하지만 영국 해군, 새로 등장한 부두술사 샨사 모두 전작에 비해 강하지도 않고 매력적이지도 않다. 


(가오갤에 바티스타랑 남매냐?)


그런 의미에서 살라자르(하비에르 바르뎀) 역시 어쨌든 아쉽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쉬거의 연기를 본 사람이라면 더더욱 아쉬울 듯. 물론 같은 톤의 영화는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겠지만 말이다. 

(엘라스틴 했어요)


그래도 잭 스페로우의 삼촌으로 나온 폴 매카트니의 깜짝 출연, 갈라지는 바다, 반가운 얼굴들의 복귀로 인해 설정상의 오류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 즐겁게 관람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한 한 번 더 와요. 할배)


7편까지 제작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우선 데비 존스의 복귀전이 얼마나 화려할지 기대해봐야겠다.


(아침에 재첩국 끓여먹으라는 데비 존스의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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