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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k Oct 29. 2017

경례 똑바로 안 해?

맥조휘, 유위강 - 무간도

간만에 보는 중국 영화라 그런지 주인공 이름 외우는 게 어려웠다. 한국 이름인 듯하면서 미묘하게 다른 이름들. 유건명(유덕화), 진영인(양조위). 경찰이 삼합회 스파이가 되고, 삼합회 일원이 경찰 스파이가 되는 설정 때문인지 개인 역량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게다가 주인공을 포함한 머리에 먹물 차 있는 놈들이 대화 도중에 영어를 자주 섞어서 뭔가 김치맨 특유의 언짢은 기분이 드는 게 아닌가. 그러고 보니 이 영화 고까운 장면이 한두 개가 아니다.   


 경찰인 유건명과 경찰 인척 하는 진영인은 하는 일 특성상 경례를 많이 한다. 고로 경례란 손가락을 다 붙이고 손끝이 오른쪽 눈썹 끝에 닿을랑 말랑하게, 팔은 각을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상급자가 경례자의 손바닥을 볼 수 없게 해야 한다. 그런데 홍콩 경찰이라는 놈들은 손바닥이 상급자를 향해 보인다. 문화의 차이는 있겠지만 군대 얘기만 나오면 흥분하는 사람은 내 맘을 이해하리라 믿는다. 


(경례를 인마....)


게다가 여자 저차 해서 진영인이 경찰 묘지에 묻히는데 난데없이 킬트를 입은 사람이 백파이프로 스코틀랜드 민속음악을 연주하는 게 아닌가. 이 장면은 영화 후반부에 응축된 감정을 폭발시켜야 할 때인데 갑자기 이국적인 의상과 음악이 나와서 순간 당황했다. 뭐지 뭐지 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영화 시대 배경이 아직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기 전이구나 하는 것을. 그걸 알았다고 해도 스코틀랜드 음악은 좀 깼겠지만.  



아예 <무간도> 판권을 사서 양놈들이 리메이크 한 <디파티드>나 모티프를 따온 <신세계> 등 아류작이 많은 이유를 알겠다. 잘 만들었다. 보통 이런 스릴러, 누아르는 이거 떡밥이요 하면서 던지는 경우가 많다. 감독이 친절한 것일 수도 있고 투박한 것 일수도 있는데 <무간도>에서 글씨 쓴 봉투나, 모스 부호를 보내는 것은 떡밥이 회수하기 전까지 알아차리기 어렵다.



게다가 주연배우들도 캐릭터를 잘 부여해 주연배우와 잘 조화됐다. 무대뽀 아강, 교활한 한침, 경찰 쪽 황국장까지. 아강과 있던 <황해>의 면가도 실질적인 비중은 없지만 강렬한 외모로 신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했다. 비록 먹다 남긴 고기 뼈로 펜타킬을 하던 무쌍은 없었지만.


(다리 뼈만 있었어도)


할리우드 영화처럼 급작스러운 러브 라인도 없이 담담하게 두 인물의 엇갈린 운명과 고뇌를 잘 그려낸 <무간도>. 2, 3탄을 개봉하면서 주인공의 과거와 이후의 상황을 보여줘 이야기를 완성해 관객의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친절함을 보여준다. (물론 완성도의 문제는 있지만,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완성도 얘기가 안 나오는 작품이 어디 있겠는가. <반지의 제왕> 정도?)  


(내가 핸드폰으로 왜 찍었을까....)


영화 프롤로그에서 나오지만 제목인 ‘무간도(無間道)’는 무간지옥을 뜻하는데 이곳에 떨어진 자는 영원히 죽지 않으며 끝없는 (무간- 틈이 없음) 고통을 받게 된다고 한다. 워낙 헬적화 된 까닭 때문인지 주인공들이 무간지옥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고통을 받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제목의 폰트가 1, 2, 3 편 다 다르다고 한다. 지도를 의미하고 있다고 하는데 무간이라는 제목과 주인공들의 얽히고설킨 운명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디테일이다.



영화에 대한 재밌는 에피소드가 하나 더 있다. <무간도>의 영어 제목은 'Infernal Affairs'. 영어로 Internal Affairs는 경찰 내부의 부패 혹은 마피아나 갱단의 스파이 등을 조사하는 ‘내사과’를 의미한다. Internal에서 t를 f로 바꾸면 지옥의 라는 뜻이 된다. 영화의 내용과 제목을 포함하는 멋진 언어유희다.   


무간도 1부는 홍콩판과 중국판 엔딩이 다르다. 물론 3편까지 다 본다면 사실상 같은 내용이지만. 홍콩 판 엔딩은 유건명이 진영인 묘지에 경례를 하는데 중국판 엔딩은 유건명이 스파이인 게 들통나 경찰에 연행된다. 엔딩이 다른 이유는 중국에서 개봉하는 영화에서는 삼합회는 무조건 경찰에 체포돼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공산국가다운 발상이다. 국가는 옳고 공권력은 강하다. <동물농장>에서 비슷한 문장이 많이 나오는데 잘 기억이 안 난다. 두 다리는 나쁘고, 네 다리는 좋다 인가. 


(데칼코마니처럼 좌우 대칭의 구도. 감독이 화면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알 수 있는 장면)


18만 달러 스피커로 듣던 음악을 1만 달러짜리 스피커로 들을 때까지 진영인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했지만 결국 좋은 사람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 하는 직업을 가지고 싶었던 것으로 밝혀진다. 진영인 입장에서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철저하게 일처리를 했으면 꿈을 이룰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 됐다. 목숨이라고 건졌으니 다행인 건진 모르겠지만. 그래서 이 영화가 권선징악을 이야기한다고 보기 힘들다. 나쁜 놈도 죽지만 착한 놈도 죄다 죽어버리니까. 

마지막에 유건명이 사랑했던, 그러나 그가 죽였던 보스의 여자가 그에게 총을 겨누고 유건명은 손가락을 두들기며 모스 부호를 날린다. 그 내용은 HELL. 고통스럽게 살아간다는 점에서 무간지옥에 빠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살아남는 사람이 승자라고 생각하면 결국 악이 승리했다고 봐야 하나. 확실한건 (善)선이 승리한 건 아니다. 


(이 아저씨를 보면 만두를 먹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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