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irk Oct 29. 2017

미친놈들 사이에선 덜 미친놈이 정상인처럼 보인다.

. 샘 멘데스- 아메리칸 뷰티

미친놈들이 주변에 있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같이 미친놈이 되던가, 미친놈들에게서 도망치던가.   


숭고한 어머니의 사랑을 그려낸 듯 한 포스터에 속아 영화를 봤는데 영화 내용은 미친놈들 천지다. 



딸의 친구에게 반해 자위하는 아빠, 권위적이고 돈만 밝히면서 비꼬는 말투로 답변하는 엄마, 자존감이 낮고 엄마, 아빠를 부끄러워하는 제인, 성에 심하게 개방적인 친구 안젤라. 옆집에 이사 온 가족도 뭔가 이상하다. 해군 대령 출신 프랭크는 상당한 호모포비아에 군인다운 보수적인 파시스트에다가 그의 아들 리키는 병적으로 영상을 찍는데 집착한다. 게다가 게이 커플도 이웃으로 있다. 


레스트 번햄(케빈 스페이시)은 무기력한 가장이다. 중년의 위기를 겪는 이 남자가 하루 중 최상의 기분을 느낄 때는 자위를 할 때다. 그의 말에 의하면 그 이후로는 모든 것이 곤두박질친다. 아내와 잠자리를 가져 본적이 언제인지도 모르겠고 딸과 대화다운 대화를 해본 적은 기억나지 않는다. 직장에서도 유능한 직원과는 거리가 멀다. 딸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레스트는 딸과 친해지기 위해 딸의 응원단 공연을 갔다가 딸의 친구인 안젤라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이후 그는 그녀를 생각하면 수음을 한다. 



캐롤린 번햄은 가족들의 모든 질문을 비꼬는 부동산 중개업자다. 그러나 집안에서와는 다르게 실질적인 성과는 없다. 물질적 성공이 최우선은 그녀는 간만에 잡은 레스터와의 분위기에서도 4천 달러 소파에 맥주가 쏟을까 걱정하는 사람이다. 결국 그녀는 부동산의 왕 버디에게 홀딱 반해버린다.



제인은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소녀다. 예쁜 안젤라와 함께 다니기 때문에 외모에 자신감이 없고, 이런 부모님은 창피하기만 하다. 자신의 아빠가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반항적인 소녀다.



제인의 친구 안젤라는 모델이 되고 싶은 꿈 많은 소녀다. 자신의 꿈을 위해선 유명 사진작가에게 자신의 몸을 내주는 것도 불사하는, 자신의 미모에 자신감이 가득 찬 여자. 친구인 제인에게 자신의 성생활을 미주알고주알 다 이야기하는, 심지어 너의 아빠 은근히 귀엽다고 말하는 여자다.



리키는 모든 것을 영상으로 담는 마약 딜러다. 해군 대령인 아버지에게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접시닦이로 위장취업을 하는 주도면밀한 면도 있다. 그는 제인을 보고 한눈에 반해 제인을 영상을 찍는다. 이에 제인은 찍지 말라고 소극적으로 거부하지만 리키는 그녀를 찍는데 여념이 없다.



미국 사회의 일원이 가지고 있는 병적인 모습을 드러낸 <아메리칸 뷰티>의 등장인물은 죄다 하자가 있는 사람들이다. 프로이트는 ‘정상인의 범주는 약간의 편집증, 약간의 강박증, 약간의 히스테리다. 물론 <아메리칸 뷰티>의 등장인물은 조금 과한 편집증, 조금 과학 강박증, 조금 과한 히스테리를 가지고 있지만 말이다. 


어쩌면 아메리칸의 아름다움은 이런 불완전성, 결핍에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장미가 아름다운 이유는 곧 시들기 때문인 것처럼, 사람이 아름다운 이유는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완벽하지 않아서 완벽해지고 싶은 몸부림이 미국인, 더 나아가 사람이 아름다운 이유가 아닐까 하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꿈에 그리던 안젤라와 섹스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레스터는 그녀가 처녀인 것을 알자 그녀의 처녀성을 가져가지 않는다.  


레스터를 게이라고 생각한 프랭크는 용기를 내 레스터에게 키스를 한다. 




가족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리키와 제인은 뉴욕으로 도망치기로 한다. 리키가 찍은 부유하는 비닐 봉다리처럼 말이다.   


결국 <아메리칸 뷰티>에서 많은 아메리칸들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는다. 삶의 행복을 깨달은 레스터는 가장 행복한 순간에 죽음을 맞이한다. 자신의 외도를 알아차린 남편의 죽음을 원했던 캐롤린 역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 



평범한 건 세상에서 제일 슬픈 일이라고 말하는 안젤라는 레스터에게 한 고백과 이후 레스터의 행동으로 자신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게이지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기고 싶은 프랭크는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자를 죽임으로써 여전히 권위적인 해군 대령으로 남을 수 있고, 리키와 제인은 어쨌든 짝을 찾고 새 출발을 하러 떠날 것이다.   


영화의 제목처럼 아메리칸 뷰티가 (아메리칸 뷰티는 상품화된 빨간 장미를 의미하기도 한다.) 장미로 대변되는 자본주의적 환상이나 아름다움, 영원히 지속되지 못하는 아름다움인지 볼품없는 비닐봉지지만 영원하고 자유롭고 일상적인 것인지 알려준다. 별미는 가끔 먹어야 별미다. 



매거진의 이전글 경례 똑바로 안 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