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irk Oct 29. 2017

프랑스 영화의 쾌활함

장 피에르 주네-아멜리에


<아멜리에>를 보면서 프랑스인이 얼마나 예술을 아끼는지 알 수 있었다. 주인공인 ‘아멜리에’, 아랫집 미망인 마들린, 야채가게 주인 꼴리뇽의 집에는 항상 예술작품들 여러 개 걸려있다. 어떤 집에는 벽이 감당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말이다. 아멜리에 앞집에 사는 듀파옐은 아예 화가로 영화가 끝날 때까지 르누아르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 그림을 두고 아멜리아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두 사람의 모습은 왜 프랑스가 예술의 나라인지를 설명한다.



아멜리아의 집 인테리어는 어딘가 마티스의 그림을 연상하게 하는 강렬한 붉은색 벽지다. 어디서 봤지 했는데 처음엔 마티스가 떠올랐고 곧이어 ‘친절한 금자씨’가 생각났다. 두 영화의 주인공은 전혀 다른 인물이지만 박찬욱 감독이 금자의 집 인테리어를 구상할 때 <아멜리에> 혹은 마티스의 그림을 바탕으로 구상했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인터뷰나 자료를 찾아본 것은 아니지만 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지하철역에 있는 거지마저도 주말에는 일을 안 한다며 아멜리에의 적선을 신사답게 거부하는 모습도 예술가스러운 <아멜리에>는 영화 내내 유쾌하고 행복하다.



사실 아멜리에는 자신의 세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 자신의 심장 박동을 심장병으로 오인한 아버지의 판단으로 여행을 간 적이 없었고, 커서 식당 종업원이 됐을 때도 그녀의 취미는 혼자 영화보기, 물 수제비 뜨기, 숟가락으로 파이 깨뜨리기였다.



그러다가 우연히 발견한 보물상자를 주인에게 돌려주자 형언할 수 없는 환희를 느낀 아멜리에는 그 후로 설명할 수 없는 계시를 받는다.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함께 일하는 동료와 손님을 연인으로 발전시키고, 루시앙을 괴롭히는 꼴리뇽을 영원한 크리스마스 파트너 케빈처럼 괴롭혀준다.   

미망인 마들린에게 아름다운 환상을 심어주고 듀파옐과 르누아르 그림을 두고 대화를 나누고 그를 위해 비디오를 녹화해준다. 듀파옐은 아멜리에가 누군가를 사랑하지만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는 걸 알고 항상 시계만 찍던 카메라를 자신에게 돌리고 아멜리에에게 영상 편지를 남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망설이지 말라고. 



항상 지하철역에서 찢어진 증명사진을 모으던 니노를 보고 갑자기 가슴이 뛴 아멜리에. 그러나 그와의 만남을 이리저리 피한다. 그러다가 듀파옐의 영상편지에 힘을 얻고 니노와의 만남을 계획한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자신의 세계를 넓힐 수 있도록 또 다른 작전을 진행한다.


그렇게 이야기는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발찍한 연출과 상상력으로 <아멜리에>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함께 거머쥔 영화다. 영화는 내내 카니발에 온 느낌을 주는 흥겨운 음악과 언제나 밝은 아멜리에 (오드리 또뚜)의 웃음으로 밝은 톤을 유지한다. 듀파옐이 모사하는 르누아르의 그림을 보고 끊키지 않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예술을 감상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은 <아멜리에>의 또 다른 매력이다. 듀파예와 아멜리에는 르누아르의 <선상 위의 점심식사>를 보면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런 밝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사소한 노출 때문에 19세 영화 판정을 받은 <아멜리에>는 어쩌면 어른들을 위한 동화일지도 모르겠다. (19세까진 아닌데.......)



ps- 아멜리에가 자신의 세계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는 다이애나 왕 세자비의 죽음을 보도하는 뉴스 때문이었다. 1997년 8월 31일 프랑스 파리에서 파파라치의 셔터 세례를 피하려다가 사고가 난다. 중상이었던 그녀를 보고 응급차를 부르거나 응급 처지를 하지 않고 계속해서 사진을 찍어댔다. 잡지사는 다이애나가 죽어가는 사진을 사겠다고 비밀리에 수억 원을 제시했다.



다이애나는 평소에 자선사업과 봉사활동에 적극적이었다. 아프리카 빈민촌 구호와 적십자 활동, 대인지뢰 제거 운동 등 생전에 타인에 대한 사랑으로 세상을 대했던 그녀. 그녀의 죽음으로 새로운 인류애가 탄생하는 모습(아멜리에의 변화)은 다이애나가 그토록 꿈꾸던 세상이 아니었을까? (서프라이즈 톤으로)



매거진의 이전글 개 같은 동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