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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k Oct 29. 2017

모든 문제에 원인을 찾지 마세요.

코엔 형제- 시리어스 맨

1960년대 히피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이키델릭 록 그룹으로는 <제퍼슨 에어플레인>이 대표적이다. 이 그룹의 미모의 보컬 그레이스 슬릭의 몽환적인 목소리는 사이키델릭 음악에 너무 딱 맞아떨어져 많은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서는 유독 인지도가 낮지만) 마약을 한 듯한 환각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사이키델릭 음악의 대부분은 실제로 마약을 한 가수들이 작곡했다. 제퍼슨 에어플레인도 마찬가지. <White Rabbit>이란 음악을 들어보면 정말로 여우에 홀린 듯한 멜로디와 음색이 흘러나오는데 여기서 White Rabbit이 마약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마약을 하기도 했고.



왜 영화 카테고리에서 음악 얘기를 하냐면 오늘 리뷰할 <시리어스 맨>의 주인공 래리 고프닉의 아들이 듣는 음악이 제퍼슨 에어플레인의 <Somebody To Love>이기 때문이다. 1960년 대 미네소타 주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을 책임진다. 그리고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을 잘 정리해서 말해준다. 



래리 고프닉은 물리를 전공한 교수다. 아직 종신 교수는 아니지만 곧 종신 교수 자리를 따낼 수 있을 것이다. 다소 모자란 듯 한 동생과 함께 살지만 아내와 두 아이와 함께 살고 있다. 옆집 이웃이 자신의 주택의 잔디까지 정리하다가 자기 마당이라고 주장하지만 해결 방안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래리 고프닉은 완벽하진 않지만 나쁘지 않은 인생을 살고 있었다. 아내가 이혼하자고 말하기 전까진. 


그녀의 발언을 기점으로 래리의 인생은 뒤틀린다. 아내는 래리가 마련한 집에서 나가 달라고 말한다. 그게 아이들에게도 좋다고. 아들은 래리의 이름으로 비싼 레코드를 샀고 딸은 래리의 지갑에서 돈을 슬쩍한다.



정직한 발음을 구사하는 한국인 학생의 학부모에게 협박을 받게 되고 자신에게 얹혀사는 래리의 동생은 불법 도박과 아이를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그에 대한 변호사 선임비는 래리의 몫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랍비들에게 상담을 받지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랍비는 이런 일들은 ‘그냥’ 생기는 거라고 말한다. 그러나 원인과 결과가 분명히 존재하는 물리학의 세계에서 사는 래리는 도대체 납득할 수가 없다. 납득할 수 없으니 논리적으로 따질 수도 없다. 자신의 학문과 가치관은 문제엔 원인이 있는 법인데 래리에게 벌어지는 일들은 그런 게 딱히 없다. 그렇게 래리는 호구가 된다.



그래서 에이플레인의 <Somebody to Love> 가사는 영화가 결을 같이 한다. 1967년에 소개된 이 노래는 많은 것을 관람객에게 알려준다. 이 영화의 배경, 의미, 가치관 등을. 먼저 이 노래를 감상해보자.



Jefferson Airplane - Somebody to love  


When the truth is found to be lies

진실이 거짓이란 걸 알았을 때

And all the joy within you dies

그리고 모든 즐거움이 사라지면

Don't you want somebody to love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지 않아?

Don't you need somebody to love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지 않아?

Wouldn't you love somebody to love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지 않아?

You better find somebody to love

사랑할 사람을 찾아야 해   

When the garden flowers, baby are dead, yes and

정원의 꽃과 새싹이 죽을 때

Your mind, your mind is so full of red

너의 마음, 너의 마음은 붉게 물들었어

Don't you want somebody to love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지 않아?

Don't you need somebody to love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지 않아?

Wouldn't you love somebody to love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지 않아?

You better find somebody to love

사랑할 사람을 찾아야 해   

Your eyes, I say your eyes may look like his

당신의 눈, 내겐 당신의 눈이 그의 눈처럼 보여

Yeah, but in your head, baby, I'm afraid you don't know where it is

그러나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어 

Don't you want somebody to love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지 않아?

Don't you need somebody to love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지 않아?

Wouldn't you love somebody to love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지 않아?

You better find somebody to love

사랑할 사람을 찾아야 해   

Tears are running down and down and down your breast

눈물이 가슴까지 흘러내리고 

And your friends, baby they treat you like a guest

당신의 친구들은 널 손님처럼 대해 

Don't you want somebody to love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지 않아?

Don't you need somebody to love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지 않아?

Wouldn't you love somebody to love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지 않아?

You better find somebody to love

사랑할 사람을 찾아야 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폭풍처럼 지나가고 이제 뭔가 자신이 원하는 삶이 다가온다. 아내가 애인인 샤이가 죽고 다시 재결합의 의지를 보여주고 아들은 유대교의 교리에 따라 성인식을 치른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종신 교수직도 따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가 온다. 건강검진을 했던 의사에게서 온 것이다. 겨우 삶이 제대로 굴러가기 시작했다고 느꼈는데 죽음의 그림자가 래리에게 드리운다.   


<시리어스 맨>의 화면은 래리의 감정상태와는 다르게 참 선명하다. 창을 통과하는 빛이 인물과 사물을 비추는 장면들은 미국의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과 같다. 밝아 보이지만 음영의 대비를 통해 세계대전과 경제 대공황을 겪은 미국인의 소외감이나 고독감을 표현한 에드워드 호퍼스러운 영상은 래리와 어울린다.  



이 영화의 최고의 연기는 래리의 동생이 모텔에서 뛰쳐나와 절규하면서 래리에게 소리치는 장면이다. 미국식 표현으로 Nerd인 삼촌의 연기를 보면서 정말 널드스럽다(=연기 개쩐다)라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인사이드 아웃>의 빙봉이었다. 그러고 보니 생긴 것도 어쩐지 빙봉과 비슷해 보인다. 영화 내내 잔잔했던 분위기를 슬픔 분위기로 바꾸는 찌질한 연기는 <시리어스 맨>의 백미.



<시리어스 맨>에서 랍비는 말한다. 인생은 맘대로 되는 게 아니라고. 


하긴 침착맨이 그랬다. 운이 중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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