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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k Oct 29. 2017

Manners Maketh Man.

매튜 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영화를 볼 때도 마찬가지인데, 원래 볼 계획이 없었던 영화를 우연한 기회로 찾아봐야 할 때가 있다. 내게 있어선 <가디언 오브 갤럭시>와 <킹스맨>이 그러했다.   


<가오갤>은 갑자기 친구가 2를 영화관에서 보여준다고 해 부랴부랴 1을 찾아봤고, <킹스맨: 골든 서클>도 같이 놀기로 한 무리에서 추석 연휴에 보기로 결정해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를 감상해야만 했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가 영화관에서 상영될 당시 영화를 보지 않은 나도 그 인기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는데, 우선 <킹스맨>은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600백만 관객을 넘어섰고 (청불 외화 흥행 1위), ‘무한도전’에서도 <킹스맨>을 소재로 한 코너를 선보이기도 했을 정도다.   


그리고 한 조사에 의하면 <킹스맨> 이후 정장 매출량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단다.  


<킹스맨>을 보면서 이 영화가 남자들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슈트, 패션, 구두, 자동차, 술은 모든 남자의 로망이다. 갤러해드(콜린 퍼스)의 말쑥한 정장 차림, 에그시(태런 에저틴)의 슈트와 스트릿 패션을 오가는 모습, 밸런타인(새뮤얼 L. 잭슨)의 힙합 패션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보여줬던 화려한 의상과 같은 역할을 한다.



대머리에 안경을 써서 닮아 보이는 건지 모르겠지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나이젤 역을 맡은 스탠디 루치와 <킹스맨>의 멀린 역의 마크 스트롱은 주인공을 서포터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도 비슷하다.


자동차와 누르면 소리가 나는 기계들도 남자들의 구매욕을 불러일으키는 아이템들이다. 술 역시 마찬가지.  

 

갤러해드와 밸런타인이 함께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으며 마시는 명품 와인 ‘샤토 라피트 로실드 45년 산’, 갤러헤드가 죽은 후 추모주로 마시는 1815년 산 나폴레옹 브랜디, 에그시가 세계를 구한 후 스웨덴 공주와 뜨거운 밤을 보내기 위해 가져가는 ‘멈 샴페인’은 물론 갤러해드가 마시는 기네스 맥주, 영화 오프닝에 ‘달모어 62’라는 고급 위스키까지 술 좋아하는 남자들이라면 몇 번이나 마른침을 삼켰을 것이다.   


이 술에는 재밌는 이야기가 함께 숨겨져 있다. 우선 ‘샤토 라피트 로실드 45년 산’. 우선 영국 음식이 맛이 없다는 조크와 함께 가장 미국적인 맥도널드 햄버거를 내놓으면서 기싸움을 하는 것도 재밌지만, 45년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해로 미국이 세계의 주도권을 잡는 년도다. 이를 갤러해드에게 제공하는 밸런타인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1815년은 나폴레옹이 패전하고 파리조약이 이루어졌던, 즉 영국이 유럽의 주도권을 잡는 해를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1815년 산 나폴레옹 브랜디는 킹스맨 추모주로 가장 어울리는 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에그시가 스웨덴 공주에게 달려가기 전에 가져가는 ‘멈(Mumm) 샴페인’은 F1 그랑프리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샴페인이다. 세계를 구한 전리품으로 공주의 ‘엉덩이’를 취하는 에그시에게 가장 어울리는 술이 아닐까.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아버지의 공적으로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던 에그시에게 킹스맨이 될 자격이 주어지고, 각고의 노력 끝에 킹스맨이 된다. 세계 정복 비스무리한 꿈을 꾸던 밸런타인의 계획을 저지하고 공주를 구해 신분상승을 하는 에그시를 보면서 영화는 끝난다.   


 <킹스맨>이 국내에서만 600백만 관객을 동원하고, 속편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그 인기가 대단했던 이유는 캐릭터와 액션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으로 평가한다. 흔히 <킹스맨>을 ‘B급 영화의 A급 화’라고 말한다. 내가 C급이라 뭐가 B급이고 뭐가 A급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킹스맨>은 훌륭한 오락 영화다.

  

킹스맨이 칭송받는 이유 중 하나는 화려한 액션 신에 가미된 영화 BGM일 것이다. 상상해보면 갤러해드가 교회에서 살육을 행하는 장면이나 영화 오프닝에서 킹스맨 에이전트가 종이처럼 반으로 갈라지는 모습, 영화 막판에 머리가 펑펑 터지는 장면은 설정 상 상당히 역겹다. 그러나 전혀 피가 튀기지 않고, 머리가 터지는 장면을 폭죽 터지는 것처럼 보여주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BGM을 삽입하면서 관객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해준다.



(감독이 <올드보이> '장도리 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던 '교회 씬')


20세기를 대표하는 미국의 작곡가 아론 코플랜드는 영화음악의 역할을 다섯 가지로 설명한다. 

-음악은 시공간의 분위기를 보다 설득력 있게 만든다.

-음악은 심리적 개선, 상황의 숨겨진 암시, 또는 인물의 내부 심리를 강조하거나 창조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음악은 순수한 배경음악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음악은 영화 속에서 연속성을 구축한다.

-음악은 어떠한 장면의 극적 구성을 위한 토대를 제공해주고, 종결 성을 준다.  

그러나 <킹스맨>의 영화 음악은 극 상황과 상충되는 음악들이 많다. ‘교회 신’에서 흘러나오는 Lynyrd Skynyrd의 Free Bird, 뚝배기가 터질 때 나오는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프랑스의 영화음악 작곡가이자 이론가인 미셸 시옹은 영상에 대한 음악의 참여를 ‘감정이입 음악(Empathetic Music)’과 ‘감정불이입 음악(Anempathetic Music)’으로 분류했다. 일반적으로 영화음악은 영상이나 주인공의 감정선과 일치하는 음악을 삽입하여 그것을 강조하거나 감정적 효과를 배가 시킨다. 이러한 일반적 형태의 영화음악을 시옹은 ‘감정이입 음악’이라고 분류하였는데 미셸 시옹은 이것에 대해 “음악이 그 장면에 대한 직접적인 감정적 참여를 표현하는 것으로서 슬픔, 기쁨, 감정과 움직임의 문화적 코드에 따라서 적절한 음계와 음조, 운율 등으로 구성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반대로 영상과 반대되는 음악을 사용하여 감정적 효과를 더욱 극대화시키는 음악을 ‘감정불이입 음악’이라고 지칭하였는데, 이것에 대해 그는 “상황과 무관함을 대놓고 알리는 방식인데, 마치 문자 텍스트처럼 동등하고 초연하게, 그리고 피치 못할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그 ‘무심함’ 자체를 배경으로 극 중 장면이 전개되고 그럼으로써 감정을 얼려 버리기는커녕 오히려 배가시켜 우주적 차원으로 끌어올린다.”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영화감독인 푸도프킨은 영화에서 시각, 청각의 요소가 꼭 일치해야만 한다고 보지 않았다. 오히려 두 요소 사이에서 비일치가 발생했을 때 예술적 가능성이 나타남을 발견했다.  

푸도프킨은 이러한 것처럼 시청각의 충돌, 혹은 대위법적인 결합이 영화의 표현력을 극대화시키고 상상력을 증폭시킨다고 믿었다. 

 

상황과 장면이 어울리지 않는, 아무런 논리 없이 상충되는 요소들을 결합한 장면들을 보면서 재미를 극대화하고 불편함이 최소한 것은 <킹스맨>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소다.     


캐릭터의 매력 역시 마찬가지다. 선과 악, 영국인과 미국인, 흑인과 백인, 양복 사업과 IT 사업, 슈트와 힙합, 귀족과 평민 등등 명확하게 대비되는 캐릭터 성으로 대결 구도가 쉽게 이해된다. 



에그시의 성장기 역시 쓸데없는 러브라인 없이 착실하게 이어지면서 평민 출신으로서 귀족의 자제를 상대로 경쟁에서 승리하는 모습에서 묘한 쾌감을 선사한다. 성장하면서 보여주는 에그시의 패션은 매력을 더하는 요소.


그리고 영국의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을 매료시킨 <킹스맨>은 후속작을 준비하는데.......


PS- 밸런타인의 오른팔 가젤(소피아 부텔라)의 역은 원래 남아공 백인 육상선수인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를 캐스팅하려고 했다. 그러나 본인이 거절하기도 했고, 이후 오스카가 밸런타인데이 때 여자친구를 죽여 살인범이 되면서 흐지부지 됐다.



PS2- 자료를 찾다 보니 유튜브 인기 채널 <영국 남자>에 <킹스맨> 배우들이 출현했더라. 이상하게 치킨 먹고 싶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주연배우인 콜린 퍼스는 한국을 방문하지 않고 바로 중국으로 향해 작은 논란이 있었다. 한국에서의 성공이 <킹스맨>의 흥행에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제작사는 보통 개봉한 지 3주 차가 지난 시점에서는 주연배우의 방문 이벤트를 기획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의외의 성공을 거두자 중국에서의 대박을 바라는 마음에서 콜린 퍼스의 중국행이 결정됐다는 것이다. 이에 머쓱했는지 <킹스맨 2>가 개봉할 때 꼭 한국을 찾는다고 약속했고 약속대로 방한해 많은 한국 팬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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