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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k Oct 29. 2017

밍밍한 맛

매튜 본-킹스맨:  골든 서클

비빔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밥, 고추장, 참기름이다. 취향에 따라 나물이나 참치, 계란 후라이를 넣어 야무지게 비빌 순 있지만 부가 재료들이 고추장의 매콤함과 참기름의 고소함을 가려선 안 된다. 그럴 바엔 그냥 아무런 부가 재료 없이 먹는 게 훨씬 맛있다.



<킹스맨>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영국, 갤러해드와 밸런타인 같은 캐릭터들, 화끈한 액션 덕분이었다. 물론 밸런타인은 죽었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악역을 만들고 잘 비비면 될 텐데 <킹스맨: 골든 서클>은 너무 많은 부재료를 넣는 바람에 주재료의 맛이 약해졌다.   


물론 후속작이 전작보다 완성도나 작품성이 높기란 쉽지 않지만 2편에서 3편까지는 재미는 보장되는 경우가 많다. <배트맨> 시리즈나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심지어 우리들의 친구 <나 홀로 집에>나 <사탄의 인형> 시리즈도 2~3까지는 설정의 허점은 있어도 재미만큼은 보장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킹스맨: 골든 서클>은 맛이 영 안 난다.



영국에서 배경을 미국으로 옮겨 카우보이, 위스키, 심지어 존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까지 부르면서 최대한 미국적인 요소를 많이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이것저것 보여주려다 보니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에서 보여줬던 영국의 매력도, 미국의 매력도 집중하지 못했다.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맛을 내는 것이다.   


<킹스맨 1>에서 보여줬던 유혈이 낭자한 액션신이나 입체적인 느낌도 적다. 줄리안 무어가 맡은 포피 아담스 역시 밸런타인보다 매력적인 악역이나 하는 질문에 쉽게 답하기 어렵다. 밸런타인은 나름 철학이 있는 악역이었다. <죄와 벌>의 주인공인 라스콜리니코프 같은 철학을 가진 밸런타인의 목표는 나름 (자기 생각에는) 지구의 안녕을 위함이었다. 



그러나 포피 아담스는 자신이 하는 마약 사업이 합법화돼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주길 바라는 사이코패스 캐릭터이다. 무게감이 밸런타인과는 확실히 다르다. 다만 참 곱게 늙었다는 느낌을 주는 줄리안 무어를 보는 게 재미라면 재미.



물론 후속작을 만들 때는 전작의 매력을 극대화할 것이냐, 세계관을 넓힐 것이냐의 기로에 서긴 하지만 이미 1편에서도 세계를 구했기 때문에 단지 미국의 문화를 보여줬을 뿐 세계관을 넓혔다고 보기엔 어렵고 전작의 매력도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콜린 퍼스의 활약상이 미비한 것도 아쉬운데 분명 <킹스맨>의 성공은 콜린 퍼스의 매력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나는 콜린 없이는 이 영화를 만들 수 없었다."라고 말하면서 헤리 하트를 되살린 것치곤 1편과 너무 비교되는 활약상이 아쉽다. 고추장이 너무 적게 들어갔다. "돌아오긴 했지만 완전히 돌아온 것은 아니다."라고 콜린 퍼스가 이야기했지만 그래도 밍밍한 맛은 아쉬울 따름. 




포피 아담스나 최종 보스 격인 위스키와의 대결도 싱겁게 끝나버려 영화 초반부에 나오는 자동차 액션 신이 <킹스맨: 골든 서클>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장면이라는 것도 아쉽다.   


스테이츠맨의 수장 샴페인(제프 브리지스)의 걸쭉한 화법과 엘튼 존의 출현 정도가 그나마 <킹스맨>을 오락 영화답게 만드는 요소. <킹스맨 1>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을 의미하는 것 같은 흑인 대통령이 나왔고 <킹스맨 2>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의미하는 듯한 인물이 미국 대통령으로 나오는데 탄핵당하는 모습도 뭐 이래저래 재미있는 요소긴 하다. (부럽지 미국인들아!) 


그럼에도 <킹스맨: 골든 서클>은 4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역대 청불 최단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심지어 후속작까지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원래 매튜 본 감독은 <킹스맨> 후속작을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가 "킹스맨이라는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때문에 <킹스맨: 골든 서클>을 제작했는데...... 너무 나물을 많이 넣어서 고추장 맛이 안 느껴진다. 


이런 요소들을 어떻게 제거하고 다음 후속작을 맛갈스럽게 비벼줄지 걱정스럽게 기대해봐야겠다. 


ps- 메튜 본은 1편에서도 엘튼 존을 카메오로 출연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엘튼 존이 거부하였어 무산됐는데 <킹스맨>1편의 흥행을 보고 2편에서는 출현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ps2- 원래 멀린은 영화 후반에 짜잔하고 다시 등장시키려고 했으나 너무 장난 같아 보여서 세계 평화를 위해 희생한 것으로 처리했다고 한다.



ps3- 이미지를 구할 수 없어 그냥 적자면 해리와 에그시가 비행기 안에서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원래 킹스맨 에이전트는 사랑을 해선 안 되지만 에그시는 해리에게 자신은 사랑을 하고 말하고 해리는 그런 그를 두둔한다. 자신은 사랑을 해본 적이 없어 인생이 무채색이었고 무언가 하나 빠진 것 같이 살았다고, 그 이야기를 할 때 뒤에 있는 진열장에는 술이 거의 대칭을 이루면서 놓여있다. 


 다른 점은 한쪽에는 진이나 보드카처럼 색이 없는 술이 놓여있고 반대편에는 색이 있는 술이 위치해 있다. 그리고 또 한쪽에는 술 한 병이 없다. 그걸 제외하곤 대칭을 이루고 있는데 해리가 사랑이 없는 삶은 무채색이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무언가가 빠진 느낌을 준다라고 말한 것을 소품을 통해서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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