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밍한 맛

매튜 본-킹스맨: 골든 서클

by Dirk

비빔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밥, 고추장, 참기름이다. 취향에 따라 나물이나 참치, 계란 후라이를 넣어 야무지게 비빌 순 있지만 부가 재료들이 고추장의 매콤함과 참기름의 고소함을 가려선 안 된다. 그럴 바엔 그냥 아무런 부가 재료 없이 먹는 게 훨씬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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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영국, 갤러해드와 밸런타인 같은 캐릭터들, 화끈한 액션 덕분이었다. 물론 밸런타인은 죽었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악역을 만들고 잘 비비면 될 텐데 <킹스맨: 골든 서클>은 너무 많은 부재료를 넣는 바람에 주재료의 맛이 약해졌다.


물론 후속작이 전작보다 완성도나 작품성이 높기란 쉽지 않지만 2편에서 3편까지는 재미는 보장되는 경우가 많다. <배트맨> 시리즈나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심지어 우리들의 친구 <나 홀로 집에>나 <사탄의 인형> 시리즈도 2~3까지는 설정의 허점은 있어도 재미만큼은 보장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킹스맨: 골든 서클>은 맛이 영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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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배경을 미국으로 옮겨 카우보이, 위스키, 심지어 존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까지 부르면서 최대한 미국적인 요소를 많이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이것저것 보여주려다 보니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에서 보여줬던 영국의 매력도, 미국의 매력도 집중하지 못했다.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맛을 내는 것이다.


<킹스맨 1>에서 보여줬던 유혈이 낭자한 액션신이나 입체적인 느낌도 적다. 줄리안 무어가 맡은 포피 아담스 역시 밸런타인보다 매력적인 악역이나 하는 질문에 쉽게 답하기 어렵다. 밸런타인은 나름 철학이 있는 악역이었다. <죄와 벌>의 주인공인 라스콜리니코프 같은 철학을 가진 밸런타인의 목표는 나름 (자기 생각에는) 지구의 안녕을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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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포피 아담스는 자신이 하는 마약 사업이 합법화돼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주길 바라는 사이코패스 캐릭터이다. 무게감이 밸런타인과는 확실히 다르다. 다만 참 곱게 늙었다는 느낌을 주는 줄리안 무어를 보는 게 재미라면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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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후속작을 만들 때는 전작의 매력을 극대화할 것이냐, 세계관을 넓힐 것이냐의 기로에 서긴 하지만 이미 1편에서도 세계를 구했기 때문에 단지 미국의 문화를 보여줬을 뿐 세계관을 넓혔다고 보기엔 어렵고 전작의 매력도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콜린 퍼스의 활약상이 미비한 것도 아쉬운데 분명 <킹스맨>의 성공은 콜린 퍼스의 매력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나는 콜린 없이는 이 영화를 만들 수 없었다."라고 말하면서 헤리 하트를 되살린 것치곤 1편과 너무 비교되는 활약상이 아쉽다. 고추장이 너무 적게 들어갔다. "돌아오긴 했지만 완전히 돌아온 것은 아니다."라고 콜린 퍼스가 이야기했지만 그래도 밍밍한 맛은 아쉬울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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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피 아담스나 최종 보스 격인 위스키와의 대결도 싱겁게 끝나버려 영화 초반부에 나오는 자동차 액션 신이 <킹스맨: 골든 서클>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장면이라는 것도 아쉽다.


스테이츠맨의 수장 샴페인(제프 브리지스)의 걸쭉한 화법과 엘튼 존의 출현 정도가 그나마 <킹스맨>을 오락 영화답게 만드는 요소. <킹스맨 1>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을 의미하는 것 같은 흑인 대통령이 나왔고 <킹스맨 2>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의미하는 듯한 인물이 미국 대통령으로 나오는데 탄핵당하는 모습도 뭐 이래저래 재미있는 요소긴 하다. (부럽지 미국인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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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킹스맨: 골든 서클>은 4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역대 청불 최단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심지어 후속작까지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원래 매튜 본 감독은 <킹스맨> 후속작을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가 "킹스맨이라는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때문에 <킹스맨: 골든 서클>을 제작했는데...... 너무 나물을 많이 넣어서 고추장 맛이 안 느껴진다.


이런 요소들을 어떻게 제거하고 다음 후속작을 맛갈스럽게 비벼줄지 걱정스럽게 기대해봐야겠다.


ps- 메튜 본은 1편에서도 엘튼 존을 카메오로 출연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엘튼 존이 거부하였어 무산됐는데 <킹스맨>1편의 흥행을 보고 2편에서는 출현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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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2- 원래 멀린은 영화 후반에 짜잔하고 다시 등장시키려고 했으나 너무 장난 같아 보여서 세계 평화를 위해 희생한 것으로 처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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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3- 이미지를 구할 수 없어 그냥 적자면 해리와 에그시가 비행기 안에서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원래 킹스맨 에이전트는 사랑을 해선 안 되지만 에그시는 해리에게 자신은 사랑을 하고 말하고 해리는 그런 그를 두둔한다. 자신은 사랑을 해본 적이 없어 인생이 무채색이었고 무언가 하나 빠진 것 같이 살았다고, 그 이야기를 할 때 뒤에 있는 진열장에는 술이 거의 대칭을 이루면서 놓여있다.


다른 점은 한쪽에는 진이나 보드카처럼 색이 없는 술이 놓여있고 반대편에는 색이 있는 술이 위치해 있다. 그리고 또 한쪽에는 술 한 병이 없다. 그걸 제외하곤 대칭을 이루고 있는데 해리가 사랑이 없는 삶은 무채색이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무언가가 빠진 느낌을 준다라고 말한 것을 소품을 통해서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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