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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k Oct 29. 2017

영화의 엔딩과 현실은 다르길 바라며

댄 길로이-나이트 크롤러



댄 길로이 감독의 <나이트크롤러>는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두 가지 문제점을 고발한다. 하나는 ‘기레기’라는 단어로 전락한 언론, 다른 하나는 구직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이다.   


사람 사는 곳이 다 똑같다는 말처럼 미국의 현실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루이스 블룸(제이크 질렌할) 철조망이나 맨홀 뚜껑을 훔쳐서 팔아 근근이 살아가는 구직자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교통사고 현장을 방송국 기자가 아닌 사람이 와서 촬영한 후 그 영상을 방송국에다 판매하는 것을 알게 된다.  


평소 똑똑하고 야심 많은 루이스 블룸은 자전거를 훔쳐 싸구려 카메라를 구입한 후 운 좋게 영상을 찍어 지방 뉴스 방송국에 팔아넘긴다. 이후 돈 냄새를 맡은 루이스는 릭(리즈 아메드)을 인턴으로 고용해 푼돈을 줘가면서 영상을 찍기 위해 부려먹기 시작한다.  



돈과 성공에 눈이 먼 루이스는 직업윤리는 가볍게 집어던지고 좀 더 자극적이고 잔혹한 영상을 찍는데 집중한다. 범인의 인상착의와 자동차 번호를 알고 있었지만 경찰에게 말해주지 않는다. 좀 더 극적인 영상을 찍기 위해서 말이다.



루이스의 행동은 추가 범죄를 일으키고,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몫을 바라던 인턴사원 릭을 죽음으로 내몬다. 그렇게 찍은 영상으로 루이스는 자신만의 회사를 설립하면서 새로운 인턴들을 고용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귀신이나 좀비가 나오지도, 잔인한 장면이 나오지도 않지만 웬만한 공포 영화보다 훨씬 무섭고 소름 끼치는 이유는 현실과 너무 닮아 불편한 사건들과 제이크 질렌할의 광기 어린 눈빛 때문일 것이다. 



질렌할은 <나이트크롤러>를 찍기 위해 약 9kg을 감량했다고 한다. 배고픈 코요테 같은 루이스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푹 들어간 눈과 왜소해서 더욱 사이코패스 같은 질렌할의 노림수는 제대로 들어맞았다. 그의 연기로 인해 이 영화는 더욱 현실적 공포감이 입체적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기레기’라고 기자들과 언론을 욕하면서 자극적이지 않은 뉴스엔 관심을 가지지 않고 알 권리라는 미명 아래 피해자와 가족들의 인권은 무시하는 대중들, 언론의 역할을 다하지 않는 종사자들에게 묵직한 비판을 가하지만 결국 웃는 건 성공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킨 루이스와 해당 언론사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허탈감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MBC 파업과 KBS 파업을 통해 이명박근혜 시절에 무너진 저널리즘의 역할을 세우려고 고군분투하는 분들을 볼 때면 현실은 영화와 다를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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