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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k Oct 23. 2017

CEO 인턴 자리인가요?

낸시 마이어스-인턴


인턴? 예고편 보니 변덕스럽고 열정 넘치는 사장 줄스 (앤 해서웨이) 밑에서 70살 할아버지 벤(로버트 드 니로)이 인턴 생활을 하는 것 같은데. 어디서 미국도 고령화 사회에 대한 문제가 많다고 했던 거 같아. 그래서 나이 든 사람도 일하고, 맥도널드에선 80세 넘은 할머니가 서빙도 보고 그러시던데.

나도 지금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데 뭔가 동질감도 느끼고 나랑 같은 고민과 애환이 있겠네. 오케이. 


감상中



??????



이 할아버지 모아둔 마일리지를 사용해 전 세계를 돌았다는데? 

옷도 때깔 좋은 것들로 부티가 나. 

요가도 배우고 요리도 배우고... (요리는 나도 배우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못 배우는구먼)

화초도 가꾸고(그거 돈 많이 들지 않나?)

북경어도 배우고 심지어

여자들한테도 인기가 많아.


벤은 새로운 종류의 먼치킨(사기 캐릭터)였던 것이다.

아이언맨처럼 막 날아다니면서 다 때려 부수는 것만이 먼치킨이 아니다. 이 할아버지는 젊음을 제외하곤 다 가지고 있다. 


일에 대한 열정, 고오급 취향, 부, 여자 친구, 정력, 통찰력, 친화력. 

뿐만 아니라 한 때 기득권인 사람이 꼰대도 아니고 남녀차별도 없다. 젊은 회사 동료들은 벤을 보고 닮고 싶어 한다. 심지어 이 할아버지는 손수건까지 가지고 있다. (날 가져요 엉엉) 


영화 초반에만 살짝 줄스가 벤을 불편해하지 이후에는 벤 없으면 못 살 것처럼 벤만 찾는다. 

오히려 이 회사에선 젊은 사람들이 문제다. 

여자 친구가 있는데도 다른 여자랑 자는 남자. 

엄마한테 얹혀살다가 집을 못 구해 벤이랑 같이 사는 남자.(이 경우는 젊진 않지만) 

명확하게 나오진 않지만 전문 CEO를 고용해 줄스의 영향력을 줄이고 하고 싶어 하는 남자.

앤 해서웨이가 딸을 두고 바람을 피우는 남자 등등등


인턴이 인턴이 아니지만 이 영화에 별 4개를 준 이유는 이 영화가 취업 시장의 나이 제한, 일하는 여자를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 남자 주부 등에 대한 사회문제에 대해 깊은 고찰을 하는 영화는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문제를 이야기한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라고 하기엔 로맨틱적인 요소가 부족하지만) 영화로는 나쁘지 않다. 게다가 나름 사회 문제에 대한 화두 정도는 던져주고. 


물론 로맨틱한 부분도 없는 건 아니다.   

술을 마시고 벤에게 기대는 모습.


CEO 면접을 보기위해 함께 샌프란시스코 호텔에서 외간남자에게 자기 방을 보러 오라고 하는 모습 등등은 묘하게 로맨틱한 상상을 불러 일으킨다.


이 영화에서 제일 재밌는 장면은 이거다. 벤을 자기 방으로 꼬신 줄스가 벤에게 침대에 누워도 괜찮다고 한다. 나이도 드셨고 피곤하시잖아요 라면서. 벤이 한사코 거절하자 자기가 소파에 눕겠다고 해 어쩔 수 없이 침대에 살짝 누워있는데 줄스가 갑자기 침대로 와 눕는다. (요망한 기집애)



이때 벤은 다리 한쪽을 땅에 두고 있다. 이성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마지막 발버둥이랄까. 그러다가 줄스가 자신의 속사정을 이야기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마음을 터놓자 벤은 두 다리를 침대 위에 올려놓는다. 


이 장면이 묘하게 로맨틱했다. 육체적 사랑만이 로맨틱한 건 아니다. 줄스가 자신의 무장 해체한 채 벤에게 모든 걸 이야기하자 벤도 솔직한 조언을 해주면서 서로 정신적 유대감이 연인 이상으로 높아진다. 

왜 학창 시절에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이야기해주면 그 친구와 더 가까워지는 그런 느낌 말이다. 

뭔가 친구가 약점 같은 비밀을 '너만 알고 있어.'라며 속삭여주면 '얘가 날 이렇게까지 생각하는구나.' 란 생각이 들면서 더 친해지는 느낌 말이다. 


그렇게 벤의 다리는 한쪽은 땅을 벗어나 침대에 수줍게 올려놓는다.

정신적 교감을 이룬 두 사람은 일종의 프시케 (정신적인 사랑)을 나눈 것이다. 


벤이란 남자.... 에로스(육체적 사랑)는 회사 전문 마사지사 피오나와 나누고 프시케는 젊은 줄스와 나누고. 명백한 바람이지만 누구도 알 수 없는 이 양다리. 


그렇다. 벤은 4차 산업 혁명, 21세기의 새로운 양다리 방법을 제시한다. 

연륜이 이래서 무섭다. 


ps- 영화에서 도러블한 줄스의 딸이 과카몰리 만들 줄 아냐고 엄마한테 묻는다. 


멕시코 요리의 소스로 아보카도를 뜻하는 아과카테에서 과카, 멕시코 원주민 어로 소스를 뜻하는 몰리의 합성어다. 


조리 방법은

1-아보카도 과육을 숟가락으로 잘 퍼서 잘 으깬다.

2-여기에 취향에 따라 양파, 토파토, 고수를 넣고 간을 한다.

3-다진 청고추도 식성에 따라 넣고 아보카도의 변색을 막기 위해 라임즙을 약간 뿌리기도 한단다. 


애들이 좋아할 것 같지 않은 색과 맛인데 성공한 CEO의 딸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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