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irk Oct 23. 2017

언제 적 X-Japan이냐

스테판 키작- We Are X

 조사해보진 않았지만, 다큐멘터리 영화의 평점은 다른 영화에 비해 높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특히) 주제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보지 않기 때문이다. 


 때는 21세기를 목전에 둔 1990년대 후반. 콤퓨타가 있는 친구네 집에서 난 처음으로 이메일이라는 걸 만들었다. 당시엔 네이버보다 다음이 훨씬 큰 사이트여서 다음 계정을 만들었다. (훗날 뻘짓으로 No.1 자리를 네이버에게 넘기지만) 그때 만든 아이디가 X-Japan and Jaurim이었다. 

아이디를 바꿀 이유도 딱히 못 느껴서 아직까지 저 아이디를 쓰고 있다. 


 내가 한참 X-Japan 노래를 들었을 때는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라 (게다가 신문도 안 볼 나이라... 참고로 지금도 안보지만) X-Japan이 해체한 지 안 것도, 히데가 자살했다는 사실도 꽤 나중에 알았다. 그리고 싸이월드에서 토시 근황. jpg 란 사진으로 '토시는 X-japan 탈퇴 후 요양원 같은 곳으로 봉사활동 다닌다고 해요.' 란 자료를 보면서 속으로 원하는 삶을 살아 토시라며 남몰래 응원하기도 했었다.  


토시

(인터넷 자료를 맹신하면 안 되는 이유. jpg)


 리뷰를 쓰려고 찾아보니 지금 X-Japan에 대한 비난이 많더라. 특히 요시키가 지금 X-Japan을 너무 상업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고. 요시키의 강점이라고 한다면 비판과 감성적이면서 유려한 멜로디를 잘 잡아내고 밴드 초기 이미지 메이킹에 기여한 바는 크다고 한다. 그러나 곡 재탕 삼탕을 하면서 블리자드 못지않은 사골 전문가, 극악의 편곡력과 곡 메이킹을 보면 락이란 장르에 대해 이해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요시키 하면 생각나는 건 내 친구가 옛날에 X-Japan 노래를 듣고 있으면 "히데 요시키 토시냐?"라는 아재 개그를 날리고 도망가곤 했다. 

 미디어를 믿지 않는 부정적인 성격 탓에 요시키가 드럼을 친 후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쓰러지고 뭔가를 갈구하듯 기어가곤 했었는데 그건 콘셉트가 아니라 진짜 괴로워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것이라고 한다. 


 90년대와 2000년 대 초반에 학창 시절을 보낸 내 주변 사람들은 거의 X-Japan을 좋아한다. 중2병스러운 가사와 나름 꽉 찬 사운드. 비주얼 락 다운 화려한 퍼포먼스. 그리고 당시 J-pop을 듣는 건 스웩 중 하나였다. 시이나 링고, 하마사키 아유미, 지금은 편안한 곳으로 가있는 Zard, 요시키가 발굴한 GLAY 등등 허세를 떨기 위해 J-pop을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노래방 시간이 1~2분밖에 남지 않았을 때 X-Japan의 곡 <Art of life>를 부르곤 했다. 30분이 넘는 곡이기 때문에 소리 지르면서 아직 멀쩡한 목을 실컷 혹사시킬 수 있었다.


히데

 옛날에 히데 관련 미담도 많이 떠돌아다니고 했는데 오래간만에 히데 모습을 봐서 좋으면서 먹먹했다. 이제 내가 히데보다 나이가 많구나. 옛날에 슬램덩크에 나오는 형들이 이제 한참 동생이 됐을 때 기분이 묘했는데.......


 요시키가 만든 노래가 왜 그렇게 서정적인지, 죽음을 이야기 하는지 등 향수를 일으키는 노래와 정보들로 가득하다.

 요시키의 편곡 실력이니 뭐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그냥 히데와 타이지와 함께 음악을 할 수 있다면 내 모든 걸 버릴 수 있다고 눈물 흘리는 50 넘은 아저씨의 얼굴에서  X-Japan을 좋아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해 좋았다.

돈 페리뇽을 영전에 바치는 요시키의 모습에서 나중에 히데 묘지에 갔을 때 몰래 돈 페리뇽을 마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묘한 기대감이 생겼다.


 그러다 요시키에게 걸리면 이렇게 소리쳐야지.

We Are X!!!



PS- 마릴리 맨슨이 중간에 나와 예술가에 대해 말한다.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으로 자기 자신을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이 의문 부호가 되는 거에요.


이 말을 듣는데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이 생각났다.

2008년 4집 정규앨범을 냈을 때 했던 인터뷰다.


저는 평소 두가지 동기로 움직입니다. 하나는 저의 존재 이유를 납득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다른 사람들의 좋은 노래만큼 저도 멋진 노래를 쓰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예술가의 작품을 이해하려면 그의 삶을 알고 이해하려고 해야 하는 것이다.

내 존재에 대한 이유는 뭘까? 고민해보니 갑자기 우울해졌다. 예술가가 되고 싶은데 재능이 없는 평범한 사람의 슬픔인가. 삶의 철학적 내공이 부족한 탓일까. 아니면 비정규직인 탓일까.



작가의 이전글 CEO 인턴 자리인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