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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k Nov 05. 2017

대 드루이드 그레고리 잠자

프란츠 카프카- 변신

1- 최근 건강 이슈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개 같은 일인데, 이석증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이석증이란  특정 위치로 머리를 움직일 때 어지러움, 현기증 등을 느끼는 현상인데 귀에 칼슘 덩어리인 덩어리(이석) 때문에 유발된다 해서 이석증이라고 부른다. 오랫동안 앉아있다가 갑자기 일어날 때 띵 하면서 어지러운 것도 이석증일 수도 있다고 한다. 

카프카의 <변신>은 단편집이라 다른 이야기도 많이 있는데 <국도 위의 아이들>이란 단편에서 이런 문구가 있다. 


....... 그러자 마치 누군가 하늘에 뿌린 듯 새들이 날아올랐고, 나는 새들을 시선으로 뒤쫓았다. 새들이 단숨에 날아오르는 바람에 새들이 비상하는 게 아니라 내가 추락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머리가 어질어질해져서, 나는 줄을 꽉 붙잡고 그네를 약간 흔들기 시작했다. 


순간 나는 카프카가 이석증을 앓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직업병에 걸리더라도 좀 고상한 직업병에 걸리길 바랐는데.......


- 변신의 첫 문장을 해석하지 못해 한참을 들여다봤다. 첫 문장은 이렇다. 


어느 날 아침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난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침대에서 흉측한 모습의 한 마리 갑충으로 변한 것을 알아차렸다. 


갑충으로 변한 게 이해가 안 되는 게 아니라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이 부분이 해석이 안 되는 거다.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의 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잠을 자긴 자는 거 같은데.... 뭐지?라는 병신 같은 생각 도중에 영 이해가 안 가서 몇 줄 더 읽었더니 주인공 이름이 '그레고르 잠자'였다.  


.......


내가 좀 더 멍청했다면 몇 문단 뒤에 나오는 

-잠자는 출장 영업 사원이었다- 이 부분도 출장 영업 사원인데 잠을 자면서 일을 해?라고 해석할 뻔했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1- 무식하면 고달프다. 

2- 첫 장이 이해가 안 된다고 계속 붙잡고 있을 필요는 없다.  


갑충이라고 변했다고 하는데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바퀴벌레일 것이다. 은퇴한 아버지, 쇠약한 어머니, 조용한 여동생을 먹여 살리는 이 시대의 가장 같은 그레고리. 바퀴벌레로 변하자 생존을 위해 변해가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판타지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갑충으로 변한 그레고리에게 막대하는 여동생의 모습을 보면서 못된 x이라고 욕할 수 없는 이유는, 오히려 그 모습이 훨씬 인간적이고 합리적 행동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레고리가 불쌍한 이유는 자신의 대부분의 일생을 가족들의 안락한 삶을 위해 바쳤다는 점이다. 


그레고리가 경제력을 잃으면 모든 걸 다 잃을 줄 알았는데 다 알아서 살아가더라. 은행에서 경비를 보고, 삯바느질을 하고, 백화점에서 서빙을 하고 큰 집에 세를 놓으면서 말이다. 이 책에서 제일 재밌는 문장은 마지막쯤에 나오는  이 부분이다. 


파출부 할멈은 가족에게 대단히 기쁜 소식을 전할 게 있다는 듯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문가에 서 있었다. 하지만 철저히 캐물어야만 알려 주겠다는 듯한 태도였다. 


외국도 사람들은 다 비슷한가 보다. 


변신을 실직하여 경제 능력을 잃은 가장에 대한 가족의 따가운 시선이라고도 평하고

권위적인 아버지에 대한 작가 본인의 트라우마를 그려낸 소설이라고도 이야기한다. 

대드루이드 그레고리 잠자는 결국 인간으로 다시 변신하지 못하고 진짜로 잠들었다. 

그가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 편이 훨씬 좋았기 때문이리라. 

사람은 이름따라 간다더니 잠자가 그렇다. (물론 잠자는 성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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