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잭슨- 필 잭슨의 일레븐 링즈
<필 잭슨의 일레븐 링즈>는 NBA 선수로서 2번, 감독으로 11번의 우승을 차지한 필 잭슨의 자서전이다. 지금은 뉴욕 사장으로 헛짓거리를 하고 있지만 한 번의 우승도 힘든 NBA에서 11+2번의 우승은 대단한 기록이긴 하다.
선수 시절, 시카고 감독 시절, LA 감독 시절의 이야기가 적혀있는 이 책은 대부분의 NBA팬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부분이 많다. 너무도 유명한 감독과 더 유명한 선수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유명한 이야기의 세부 내용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값어치는 있다.
마이클 조던의 치졸함과 코비와 샤크의 관계, 젠 마스터라고 불린 필 잭슨의 인생철학 등이 담겨 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가장 마지막 부분이다. 2009, 2010년에 2연패를 달성한 LA 레이커스는 3연패를 위한 항해를 시작했다. 필 잭슨은 시카고 시절 3연패 2번, LA 시절 3연패 한 번을 달성한 적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3연패에 대한 기대가 컸다. 시즌 중간 삐걱대긴 했지만 어쨌든 서부에 2위 성적을 냈고 영원한 우승팀 서부 1번 시드 샌안토니오가 멤피스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했기 때문에 그 기대감은 더욱 컸다.
1라운드에서 크리스 폴이 이끄는 뉴올리언스를 4승 2패로 승리하고 2라운드에 댈러스를 만나 무난한 승리가 점친 그들은 무참히 4-0패로 패배했다. 물론 그 해 NBA 우승은 댈러스가 했기 때문에 핑곗거리가 존재한다.
자신이 이끄는 LA가 댈러스에게 어떻게 무너졌는지 묘사한 글을 읽다 보면 그때의 환희가 떠올라 기분이 좋아진다.
1차전 코비의 역전을 노리는 3점 슛이 들어가지 않아 아슬아슬하게 승리한 원정 1차전. 파우 가솔의 파울로 덕 노비츠키가 3점 플레이를 만들어 승리를 확정 지은 2차전, 노비츠키의 돌파 후 왼손 훅으로 승리를 지은 3차전, 그리고 역대 플레이오프 기록을 만든 4차전까지. (20개 3점 슛 성공)
몇 번을 돌려봤는지 모른다. 옛날에 딱히 응원하는 팀이 없을 때는 우승팀은 뚝딱 만들어지는 줄 알았는데 특정 팀 팬이 되니까 엄청나게 긴 여정 끝에 우승팀이 탄생하는 것을 느꼈다. 2011년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 떨리다가도 금방 아쉬웠던 2012년이 떠올라 우울하다.
어쨌든 2011년 댈러스의 우승은 댈러스 팬이 아니어도 기억할 만큼 감동적인 우승이었는데 <필 잭슨의 일레븐 링즈>를 보면서 그때 좋았던 추억이 떠오른다.
PS- 책에서 소개하는 마이클 조던의 쪼잔함을 보여주는 에피소드,
찰스 오클리를 빌 카트라이트와 트레이드를 하자 마이클 조던이 불같이 화를 냈다. 찰스 오클리를 자신의 보디가드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조던은 새로 들어온 빌 카트라이트를 ‘칠푼이’라고 놀렸고, 발에 끊임없이 문제가 있는 그에게 ‘병원 빌’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연습 게임 도중 스티브 커(현 골든 스테이츠 워리어스 감독)를 주먹으로 때린 사건 역시 유명한 사건.
필 잭슨과 데니스 로드맨의 재밌는 대화도 있다. 필 잭슨은 샌안토니오에서 뛰던 로드맨을 영입하기 위해 대화를 나눈다. 필잭신이 로드맨에게 “트라이앵글 오펜스를 마스터할 순 있을 것 같나?”라고 묻자 로드맨의 대답. “아, 그럼요. 전혀 문제없어요. 그 전술은 마이클 조던을 찾아내 그에게 공을 건네주는 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