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팝을 좋아하기 때문에 한국 노래를 자주 듣진 않는다. 그 와중에 자주 듣는 한국 노래가 가객(歌客)의 노래다. 가스펠 가수처럼 감정을 넘치게 부르진 않지만 밀가루 반죽에서 툭툭 수제비를 떼듯 뱉어내는 가사와 그 가사에 묻어나는 외로움과 울림을 좋아한다.
아마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가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나왔었나 보다. 갑자기 너도나도 이 노래를 듣고, 태그하고 부르고 했는데 양산된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듣고 나면 채우고 싶은 아련함이 채워지지 않아 헛헛했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내 텅 빈 방문을 닫은 채로
아직도 남아 있는 너의 향기
내 텅 빈 방 안에 가득한데
이렇게 홀로 누워 천장을 보니
눈앞에 글썽이는 너의 모습
잊으려 돌아 누운 내 눈가에
말없이 흐르는 이슬방울들
지나간 시간은 추억 속에
묻히면 그만인 것을
나는 왜 이렇게 긴 긴 밤을
또 잊지 못해 새울까
창 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 보다 커진 내 방 안에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
저마다 아름답지만
내 맘 속에 빛나는 별 하나
오직 너만 있을 뿐이야
창 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 보다 커진 내 방 안에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이 노래는 참 풋풋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요즘 어린 친구들은 그 모습을 찌질하다고 얘기할 수도 있겠다.
국가에 의한 통금이 있던 김광석의 학창 시절. 짝사랑하던 여자 친구와 밤늦게까지 있다가 통금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울렸고, 김광석과 여자 친구는 모텔로 들어갔다고 한다. 어색한 기류가 공간에 흘렀고 어색하고 서먹해 별말 않다가 너무 피곤했는지 여자 친구는 잠이 들었다고 한다.
짝사랑하던 여자애가 옆에서 자고 있으니 얼마나 흥분되고 긴장했겠는가. 학생 김광석은 동이 틀 때까지 서리 낀 창문에 그 여자의 이름을 쓰고, 그 친구가 볼까 봐 얼른 지우고, 또 서리가 끼면 이름을 쓰고 또 지우고를 밤새 반복했다고 한다.
그때 김광석은 동이 트지 않길 원했을까 아니면 어서 동이 트길 원했을까?
여하튼 그래서 김광석은 생전에 이 노래를 자신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까발려지니 얼마나 창피했겠는가.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사랑해주니 '여러분들도 비슷한 경험이 있으신가 봐요.' 라며 수줍게 이야기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