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이 되는 노래

클로드 드뷔시- 달빛

by Dirk



<비정상회담>에 나왔던 누군가가 듣고 눈물을 흘렸다는 드뷔시의 <달빛>이다. 드뷔시는 상당히 괴팍한 작곡가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차분하고 요정 같은 곡을 만들었다.


이 곡은 피아노 레슨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때, 1889년 파리에서 세계박람회가 개최된다. 그곳에서 자바 (인도네시아의 섬)의 전통 음악을 듣게 되고, 거기에 영감을 얻어 쓴 곡이 이 달빛이다.


내 평생에 보고 싶은 광경 중 하나는 콜로라도 그랜드 캐년에서 날 잡아먹을 듯한 커다란 달을 보는 것이다. 흔히 달은 광기와 연관돼 있다고 실제 연구결과 달이 뜬 밤에 사람의 감정이 크게 변동한다고 알려져 있다. 달을 뜻하는 Luna에 형용사격인 Lunatic이 미치광이, 정신 나간 것 같은 이란 뜻이 되는 게 참 묘하다.


그런데 드뷔시의 <달빛>은 날 잡아먹을 듯한 달의 크기가 내뿜는 달빛의 느낌은 아니다. 휴식을 취하러 들어간 호숫가에 작은 의자를 펼치고 앉아 책을 읽고 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주변에 요정들이 날라다니는 모습을 발견하고 하염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는 느낌이랄까. 요정들의 날개짓이 요동치고 움직임이 가빠지면서 잠시 흥분상태에 이르렀다가 요정들이 떠나려고 하니 손을 뻗으며 저지하려는 찰나 잠에서 깬다. 눈을 떠보니 깜빡 잠들었던 모양이다. 하늘엔 안경알만 하지만 있는 힘껏 은빛을 발하는 달이 떠 있고 요정 꿈을 곱씹으며 달과 호수와 숲을 바라보며 느끼는 평온함이랄까.


그런 것들이 느껴진다. 어디론가 자연 속으로 떠나고 싶은데 여건이 되지 않아 떠나지 못할 때면 이 곡을 듣곤 한다. 하지만 너무 자주 듣진 않는다. 떠나지 못하는 현실과 언젠간 마주해야 하니 너무 멀리 가면 곤란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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