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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잡러 민수르 Jan 03. 2021

물감 하나

 스무 살에 떠난 세계여행

공항에서 나오나 마자 사우나에 들어온 듯한 높은 습도에  형형색색의 택시가 반겨주는 이 곳은 태국의 수도, 방콕이다. 다소 이질감이 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새롭지는 않다. 작년에 친구와  함께한 추억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나 혼자가 아닌가. 어릴 때부터 느낀 것이지만  같은 공간을 가더라도  누구와 함께 하는가에 따라서 항상 감정이 달랐다.


그것은 좋고 나쁨이 아니라  다채로움에서 오는 감정이었다. 마치 나의 물감에 각기 다른 물감이 섞여 새로운 색깔이 만들어지는 듯한 기분이었으니 말이다. 내가 가진 색이 흰색이라면 검은색을 가진 친구와 함께 했을 때는 회색의 느낌이 돌고,  노란색을 가진 친구와 함께 했을 때는 조금 더 밝은 느낌이 도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또 다른 이야기가 되는 듯했다. 특히나 한국도 아닌 외국에서 혼자 있는 기분은 모든 색깔의 물감을 독차지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내가 어떤 물감을 꺼내냐에 따라 도화지에 그려지는 그림은 달라졌다. 검은색을 들어도, 흰색을 들어도 간섭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물감 한 개와 여러 개의 차이.

 

그것은 자유로움이 만들어낸 차이였다.


혼자서 장기간 여행을 떠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스무 살 인생의 대부분을 누군가와 함께 했고, 안식처는 늘 곁에 존재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혼자서 떠나는 여행을 감행하게 된 것은 '새로움'이라는 부분에 큰 의미를 두었기에 가능했다.


‘여행은 함께 가는 것이다. 여행을 간다면 2박 3일 혹은 3박 4일 여행. 패키지여행..’


정형화된 것들에 대해 진부함을 느꼈고  누구나 하지 않는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또한 후회하더라도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일단 저지르고 보자 라는 가치관이 힘을 더했다. 힘들면 어때? 그래도 배울 점은 있겠지. 생각했던 거랑 다르면? 그럼 다음부턴 안 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숙소는 되도록이면 게스트하우스를 애용하기로 했다. 외국인과 함께 생활하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기에 게하에서 머물고 싶었다. 또한 숙박비도 저렴하다. 호텔 숙박비의  절반도 안 하는 금액이니 얼마나 감지덕지한 일인가.

교통은 되도록이면 툭툭을 타거나 지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선택하기로 했다. 고생을 많이 하는 여행을 선택함으로써 자본주의의 맛을 보지 않기 위함이다.

하루 예산은 5만 원을 초과하지 않기로 했다. 평정심을 잃어 과소비로 인한 해탈(?)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 정도의 원칙이면 여행을 하는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준비에 대한 생각이 너무 많아도 힘들지 않은가. 생각의 90%는 현실로 발현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로써  둥지 탈출을 위한 준비는 끝이 났다.

그럼, 첫 목적지인  캄보디아로 떠나볼까?



*툭툭: 오토바이를 개조해서 많은 동남아의 대표 교통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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