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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잡러 민수르 Jan 24. 2021

육로로 국경 넘기

스무 살에 떠난 세계여행

제가 질문 하나를 해도 될까요?

''여러분은 지금 태국에 있고 내일 당장 캄보디아로 떠나야 해요. 남은 시간은 24시간이에요.

자! 어떻게 이동하실 건가요?"


추측하건대 해외여행 경험이 전무한 사람이라면 90%는 비행기라는 수단을 떠올렸을 것이다.

해외여행 유경험자인 나도 비행기를 떠올렸으니 말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수단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고민을 해본 적도 없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배낭여행을 준비하면서 꽤나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버스로도 국경 이동이 자유롭다는 것을 말이다.


뉴스 기사에서 밀입국을 위한 수단으로 육로를 이용하는 것은 많이 봤었다. 하지만  여행객에게도 쉽게 허용된다는 것은 다소 재밌는 사실이었다. 국가 간 이동 수단에 대해서 작은 의문을 품은 적은 있었던 것 같다. 유럽의 경우  면적 대비 다수의 국가가 몰려 있는데 '그럼 유럽 배낭여행을 하면 국가를 이동할 때마다 비행기를..?'이라는 생각까지만 해보았었다. 이에 대한 답은 어쩌면 버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동남아에 와서 하게 되었다. 물론 비행기를 탄다면 시간은 단축되겠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비용 절감, 생소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버스 이용은 큰 메리트가 있었다.  


단아한 옷차림에 반듯한 행실을  해야 될 것 같은 항공기와는 분위기도 사뭇 달랐다. 현지인과 옷깃 스치며 수다도 떨고, 간식거리를 나눠 먹을 수도 있고, 버스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에 몸을 맡길 수 있는 분위기.  현지인의 삶이 그대로 스며들어 있는. 협소하고 빈약하지만 정겨운 공간이 좋았다. 그래서 국가 간 이동을 하면서 비행기를 이용해본 적은 거의 없었다. 심지어 20시간 넘게 버스를 탄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나의 원픽은 버스였다.


일명 육로로 국경 넘기 프로젝트.

첫 시작은 태국에서 캄보디아로 이동하는 6시간의 여정이었다. 수완나폼 공항에서 아란 국경까지 4시간. 국경에서 캄보디아의 주요 도시인 씨엠립까지 2시간. 곧바로 6시간을 이동했다.  비행기로는 1시간 거리지만 육로로 이동하니 꽤나 긴 시간이 걸렸다. 6시간의 기다림 끝에 도착한 곳은 상점이 즐비한 시장의 한 복판. 이 곳이 태국인지 캄보디아인지 조차도 알 수 없었고 경계심 가득한 태세로 전환했다.  지나간 행인에게 위치를 묻고 나서야  비로소  캄보디아 국경 앞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100미터 거리를 두고 태국 국경과 캄보디아 국경이 나뉘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하는 절차는 항공편을 이용할 때 보다 간소했다. 경비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허술해 보였다.



뒤에 보이는 문을 통과하는 순간부터 캄보디아


국경을 넘자마자 캄보디아가 예상보다 더 빈곤국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은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무너질 것 같아 보였고 맨발로 다니며 구걸하는 아이들이 넘쳐났다. 가녀린 팔뚝으로 본인보다 조금 더 작은 꼬마를 데리고 다니는데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베이비 부머 세대 어르신들의 유년기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동생으로 추측되는 아기를 안고 구걸하는 캄보디아 꼬마



이미테이션을 통과하자 말로만 듣던 삐끼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여기서 걸어서는 절대로 못가. 내가 싼 가격에 태워줄게' '여기는 버스도 없어'


정보 없이 왔다면 혼란에 빠졌을 악마의 속삭임이었다. 물론 사전 검색을 통해 위험성을 숙지했기에 그릇된 정보임을 인지할 수 있었다. 초록창 마스터에게 그들의 속삭임은 계란으로 바위 치는 행위로 느껴질 뿐이었다.


사람이 붐비는 번화가의 중심가. 이곳에서  삐끼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바닥을 보며 정류장까지 걷기 시작했다.  물에 젖어 만들어진 진흙탕이 보인다. 바닥이 젖은 걸 보아하니 최근에 비가 왔거나 시야에 보이는 건물 중 한 곳에서 수도가 터져 만들어진  물 웅덩이인 것으로 예상해본다. 열악한 환경을 보아하니 나는 후자의 가능성을 높게 본다.


새로운 도전이라는 명목 하에, 어쩌면 현실도피성으로 떠난 여행. 그 여행은 캄보디아에 도착해서야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가이드 없이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해야 하는 상황. 누군가는 불안하고 초조한 상황이 나에겐  더 반갑게 느껴졌다. 항상 스트라이크를 치기 위해 좌표를 찍어 두고 던져지는 볼링공보다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여행기 속에서 웃고 있던 여행자들의 표정 안에 내포되어 있던 자유로움. 이제는 자유로움이라는 탈을 나도 써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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