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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츄선생 Jul 11. 2023

마음 정화하기

내면아이와의 대화 2일차 3일차

내면 아이와의 대화 2일차

* 하양이에겐, 불안이란 단어만 딱 붙이는게 적절하지 않은 거 같아

하양이를, 내 안의 아픈 내면 아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 지금 불안이 올라오려고 해. 내가 잘 하고 있는 걸까? 무서워.


잘 하고 있는 걸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힘을 빼고 천천히 해봐. 넌 이미 충분히 잘 하고 있어


네가 생각하는 걱정스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아니야, 그래도 난 불안해. 너무 무섭단 말이야. 읽는 사람이 내 작업물을 보고


험담하거나 욕하거나... 비난하면 어떡해? 뭐라고 하면 어떡해! 무서워. 그리고 녹음은? 녹음은 잘 되고 있는 걸까? 악플이라도 달리면 어떡하지? 내가 부족한게 드러나면 어떡해?


하양아, 부족해도 괜찮아. 완벽은 없다고 했잖아.


넌 이미 ‘잘’ 하고 있어. 스스로를 의심하지 마. 너를 한 번 믿어봐. 왜 모두가 너를 믿어주는데, 너만 너를 믿지 못 하니? 우리 한 번만 해보자. 완벽하지 않아도 돼. ‘그냥’해봐. ‘그냥’해도 ‘충분’해. 내가 너의 불안한 감정들을 앞으로 많이 인지하고, 힘든 순간이 딱 왔을 땐, 하양이 너를 꼭 껴안아줄게. 네가 혼자 떨지 않도록, 내가 꼬옥 안아줄게.


 


... 약속하는 거지?


 

응.


 

그럼 혹시 내가 만약 너무 힘들면, 일은 안 할 수도 있어?


 

하양아 난 아직 포기하고 싶지가 않아. 경제적인 것도 그렇고, 지금 여기서 일을 놓아버리는 선택을 하면 지는 기분이 들어. 이 불안이란 감정에 굴복하는 느낌이 들어. 내가 하양이를 배려하지 않는 건지, 모르겠는데. 조금만 우리 힘내보자. 같이 이 터널을 지나가보자. 내가 많이 안아주고, 다독여줄게.




내가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너는 나를 너무 몰라주는 거 같아. 속상하고 답답해.



.... 미안해 하양아 정말 미안해. 나는 너를 너무 많이 버리는 거 같아. 내게 아주 소중한 사람이 이런 일을 겪는다면, 분명 좋은 말을 해줄텐데 널 힘들게 하지도 않을텐데 너를 돌보고 책임져야 하는 사람으로써, 늘 너를 몰아세우기만 하는 거 같아 정말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외엔 할 말이 없어.


 


너무 미안해 하지 마. 괜찮아. 나는.... . 괜찮아질 거야.


 


- 내면아이와의 대화 3일째


하양아, 나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전번에 음식에 유통기한이 지날까봐 불안했었잖아. 몇 번을 확인하기도 했고. 강박적으로 왜 그렇게 불안했던 거야?


 


모르겠어, 나도. 난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냥 모든 게 다 불안해지고, 두려워져.


 


네가 실수했을까봐? 돈을 낭비했을까봐 두려웠던 거야?


 


잘 모르겠어. 이유는 더 묻지 말아줘. 그냥 무엇이든 간에 불안해질 때가 있어.


 


그럼 그럴 때 네 마음은 어때?


 


내가 바보가 된 거 같고, 비정상적인 사람이 된 거 같아서, 무섭기도 하고... 그랬어.


 


그랬구나, 많이 속상했겠다. 예전에 니가 사람들과 시선 맞추는 것에 강박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던 게 생각 나. 그때 정말 많이 힘들었잖아.


 


응, 정말 속상했어. 내가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없을 거 같았어. 버려질 거 같았어.


 


너무 가슴이 아프다.


 


그래도 괜찮아, 지나간 일이잖아.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너가 그 일을 잘 지나쳐서, 내 마음이 너무 벅차고, 뿌듯해.



하양아, 요즘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어때? 완벽하지 못할까봐, 네가 무언가를 잘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봐 그래서 질책받을까봐 불안했잖아. 특히 저번주는....많이 무서웠지? 몸도 많이 아팠고.



응..... 저번주는 떠올리기가 힘들어.



조심스럽지만, 괜찮다면 어떤 기분이었는지, 설명해줄 수 있을까?



밧줄에 꽁꽁 감긴채로 지하실 구석에 누가 나를 처박혀 있는 것 같았어. 거긴 나올 수 없는 감옥 같았어.



그랬구나. 너는 감옥에 있는 그런 기분을 느꼈구나. 정말 벗어나고 싶었겠다.



응, 나 아주 많이 지쳐있었어. 모든 걸 끝내고 싶었어. 몸이 정말 아팠어. 녹음을 하는 내내 심장이 조여오고, 숨을 잘 못쉬었어.



... 그래, 알고 있어.


 

행복해지고 싶고, 웃고 싶고, 사랑받는 기분만 느끼고 싶어. 그런데 일을 하면, 그 압박감이 나를 밧줄로 묶어버려. 심장도 꽉 조여서 숨도 못 쉬게 만들어 버려. 그러니까 치유야, 그래서 말인데 이제 나를 풀어주면 안 될까?

나를 조금만 자유롭게 해주면 안 될까?

나 숨 쉬고 싶어. 내가 안전할 수 있는 곳에서.

네가 지금 일을 하든, 하지 않든 그냥 나를 이젠, 완벽이란 감옥 속에서 풀어줘. 나를 괴롭히는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에서 해방시켜줘. 나는 소중한 존재잖아. 맞지?


 

응. 너는 아주 많이 소중한 존재야.

존재한다는 거 자체고,

귀하고 아름다운 존재야.

나도 내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자괴감에 빠질 때도 있지만,

사실 난 잘못되지 않았어. 단지 감기가 온 것처럼 마음이 아픈 거 뿐이야.

화창해보였던 날씨가, 우울하면 갑자기 어둡게 느껴지는 것처럼. 딱 그뿐이야

우리, 지금, 이 순간을 잘 살아보자.

나약한 너라도, 보듬어주고, 함께 있어줄 거니까 너무 겁먹지 말고, 움츠려들지 말고, 외로워 하지 마. 내가 너의 양육자가 되어줄게.

그러니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언제든 나에게 신호를 보내

이제 내가 그 신호, 무시하지 않을게.


 


나는 하양이의 양육자가 되었다


그리고 극하게 불안하면, 몸이 아픈 신체화 증상을 겪고 있었는데

이젠 이 신호를 무시하지 않기로 했다. 하양이가 보내는 신호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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