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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 Jul 22. 2018

콘텐츠 맛집의 비법 전수

1. 미스틱 엔터테인먼트

스페이스 오디티가 뭐하는 회사인지 정확히는 모른다.

다만, 최근 내가 재밌다고 생각했던 기획들이 여기서 나온 것들이라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터였다.

10분 정도의 호흡의 웹드라마 시리즈도 꽤 가능성 높은 콘텐츠라는 걸 알게 되었던 연플리(연애 플레이 리스트),

갑자기 10년 전으로 돌아가 추억의 노래들을 소환하게 했던 멜론 홍보 영상 우리 지난 날의 온도,

소주 한 잔 앞에 두고 노래하는 영상이 망할 수가 없다는 걸 보여준 영상 이슬라이브 등.

이런 곳이 콘텐츠 컨퍼런스를 한다는데, 라인업을 보니 이 사람들 어떻게 모았지 싶었다.


라인업 보소


개인적으로는 스페이스 오디티 외에도-

가수 윤종신의 회사로 알려진 (대표 프로듀서일 뿐, 아님아님!) 미스틱 엔터테인먼트,

네이버 웹툰 '마주쳤다'를 기획한 네이버 웹툰팀,

내 최애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말해 무엇? 장기하/힙 터지는 새소년을 키워낸 붕가붕가 레코드,

'음악기획사가 콘텐츠를 넘어 플랫폼을 만드는 이유'라는 제목만으로 궁금증을 일으킨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의 세션이 궁금했다.

딱 수/목에 듣고싶은 것들이 골고루 퍼져 있어서 고민했지만,

다행히도(?) 목요일에 일정이 있어서 수요일 너로 선택했다!



9개나 되는지라 다 다룰 수는 없고, 개인적으로 인사이트 넘쳤던 세션 순으로 정리해본다.

첫 번째는 단연 미스틱 엔터테인먼트



잘 빠진 수트에 안경이 잘 어울리던 조영철 대표는 한 눈에 봐도 아티스트 느낌의 사장님은 아니었다. 실제로 원래 경제학을 공부한 금융계 종사자였고 서른 즈음에 엔터테인먼트계로 입문을 했다고 한다. 선수들이 넘쳐나는 이 바닥에서 어떻게 아이유, 브라운 아이드 걸스를 키워낸 탑 프로듀서로 살아남았을까.


1.

전문가에 대한 정의가 남달랐다. 전문가가 되고 돌이켜 보니 전문가라는 게 '기존의 방식에 대한 경험치가 쌓인 사람'이라는 거다. 기존의 방식에서 순서만 바꿔도 전문가의 전문 영역이 아닌 게 된다. 전문가라고 해서 쫄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보자. 원래 앨범 만들 때 작곡하고-가사 붙이고-안무 짜고-뮤비 만들고, 대략 이 순서로 순차적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그런데 조영철 대표는 그냥 처음부터 작곡가, 작사가, 안무가, 뮤직비디오 디렉터, 가수를 한 데 모아서 서로 아이디어를 나누게 했다고 한다. 뮤직비디오 디렉터의 의견에서 안무가가 영감을 얻어 보다 연출적인 안무를 짜기도 하고, 가수를 실물로 영접하고서 그 매력을 더 잘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편곡하기도 한다. 순서만 바꾸었을(통합했을) 뿐인데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온다.


예전엔 대개 작곡가가 프로듀서를 맡았다고 한다. 그래서 프로듀서가 작곡한 곡이 타이틀곡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아무래도 편향이 생긴다. 조영철 대표는 '잘하는 사람을 알아보는 것, 만나는 것, 그리고 끌어들이는 것'을 프로듀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잘하는 건? 잘하는 사람에게 잘 반하는 일! 


2.

개별 뮤지션이 아닌 레이블로서의 브랜딩을 고민한다. 플랫폼이 되려 하는 것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플랫폼을 자처하는 것이 아니다. 콘텐츠가 쌓여 플랫폼이 된다. 믿고 보는 tvn 드라마도 처음부터 매체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몇 번 대박을 치니 플랫폼 파워가 생겼다. 페이스북을 넘어 유튜브까지 승승장구 중인 딩고도 뭐 사람들이 딩고를 알아서 딩고를 라이크했겠는가. 요새 SM에서도 SM 스테이션을 만들어 매주 음원을 발매하고, 작곡가도 자기의 이름을 걸고 발매를 하는 등 개별 콘텐츠를 통한 플랫폼화를 시도하고 있다. 바야흐로 콘텐츠와 플랫폼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2010년부터 2018년 7월 현재까지 꾸준한 월간 윤종신


뮤지션이건, 음원이건 생명력이 너무 짧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개별 콘텐츠보다 오래 간다. 플랫폼은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이들이 찾는다. 그래서 팬덤처럼 뜨겁지 않더라도 한 번 발견하면 이전 것까지 거슬러 올라가 찾아본다. 매달 윤종신이 작곡한 싱글을 발표하는 <월간 윤종신>에서 '좋니' 등 차트를 역주행한 곡이 나오는 것도 플랫폼의 힘이다.


사옥 1층에서 브아걸 제아가 리슨 스테이지 공연 중 ⓒ 제아 미디어 트위터


한남동 미스틱 엔터테인먼트 본사에서는 매일 저녁 7시 30분에 소속 가수 혹은 연습생들이 버스킹을 한다. 리슨 스테이지라는 이 무대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다. 원래 딱히 수익화를 생각하고 시작한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그런데 꾸준히 하다보니 스폰서도 생기고, 인터넷 방송 콘텐츠로 제작하고 싶다는 제안도 있다고 한다.


앞으로는 음악 뿐 아니라 영화감독들과 함께 독창적인 영상 시리즈를 제작하는 '미스틱 스토리'라는 플랫폼을 운영해볼 참이라고 한다. 이렇게 미스틱 엔터는 콘텐츠 생명 연장의 꿈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아무리 대박을 쳐도 이내 증발하는 콘텐츠들이 아쉬웠다면 플랫폼을 염두에 둔 제작을 고려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글에서는 스타일 쉐어, 네이버 웹툰 마주치다, 스페이스 오디티에서 대해 다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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