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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oofs Dec 22. 2024

[장편소설] 페르소나 논 그라타 -10- 1부 완료

형주시 반석동에서 이번에는 폭력사건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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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주시 반석동에서 이번에는 폭력사건이 터졌다. 사건은 늦은 밤에 일어났다. 동남아시아 출신의 3명의 무리가 술을 마시고 시비가 붙어 폐 역사 입구 근처 마트에서 싸움을 벌인 것이다. 음주상태에서 차를 몰고 도주하다 가드레일을 들이 받았다. 최영은 사건으로 뒤숭숭한 상황에서 외국인 노동자 칼부림과 폭력사태와 도주 등으로 여론은 더욱 나빠졌다. 형사 1반 모두 스트레스를 받기는 마찬가지였다. 수사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사건은 미제에 빠진다. 수사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었다. 최영은의 당일 행적, 탐문, 통화내역과 계좌 내역 등을 확인했지만 큰 소득은 없었고 유력한 용의자였던 김민섭에 대한 혐의점은 드러나지 않았다. 수사의 방향을 처음부터 다시 설정해야 할 수도 있다. 아침 회의에서 표정은 모두 굳어 있었다.


― 김민섭은 당일 행적이 대부분 확인이 됐고요. 최은영하고 연인 사이인 것 같기는 해요. 집에 같이 몇 번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어요. 지금 빌라의 주변 인물 탐문을 하고 있는데 혐의가 있는 사람 특정이 어렵습니다. 김명수 경사가 말을 꺼냈다.

― 이거 골치 아프게 됐네. 다른 것은 없어? CCTV확인 끝냈고 검식보고서 보니 살해 당일 발견되기 서너 시간이라고 보고 있는데 굿이 막 시작될 때였지? 사람들이 몰려들고. 

― 네, 그때 장소에 있던 사람들을 대부분 불렀는데 최은영하고 엮일만한 게 별로 없어요. 근처에 살거나 평범한 사람들이에요. 김명수 형사는 탐문과 CCTV조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 빌라 거주자에 대한 조사는? 염수길 형사는 진행사항 얘기해봐. 김선호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 당일 빌라에 있던 사람들 위주로 조사를 했고 한명 정도 참고인으로 출석날짜를 잡았는데 고령에 노환도 있는 사람이라 아직은 모르겠어요. 

― 그래도 모르니까 철저하게 확인해. 

― 네. 

 염수길은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나올게 없다는 말투였다. 현장당일 상황조사와 인원파악 때문에 삼일 동안 집에도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 반장님 혹시 최영은에게 오래된 원한이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어떤 계기로 몰랐던 사실을 피의자가 알게 되었다던가 뭐 그런. 정주현이 말을 꺼냈다. 

― 오래전이라면? 어떤 것을 말하는 거야? 김선호의 말이 끝나자 염수길은 서류를 들추다가 시선을 돌렸다.

― 학창시절이나 십년 전 쯤의 일을 피의자가 알게 돼서 최영은에게 뭔가를 요구했는데. 최영은이 그것을 무시했다거나 어떤 원한이 생길만한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어릴 때야 그냥 얼레벌레 넘어갔다고 해도. 지금이야 다르죠. 모방범죄를 벌인다든가 충분히 가능성 있지 않아요? 오컴의 면도날이라면서요. 가장 단순하게 진리일수 있다는 거죠. 숨겨진 오래전 원한. 김민섭과 최영은이 금전 관련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최영은한테 악의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 정도의 돈 때문에 계획적으로 잔인하게 죽이려 했다는 것도 납득이 안가고요. 정주현이 말을 꺼냈지만 반응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김선호는 고민에 빠졌다. 팀장에게 용의자를 특정하기로 보고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수사방향도 용의자도 명확하지 않다. 자신도 별건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회의를 끝내고 김선호는 정주현과 함께 경찰서 밖으로 나갔다. 


―반장님, 염수길 선배가 탐문 중에 최영은에 대해서 안 좋은 얘기를 여러번 들었다고는 하는데. 그냥 스쳐지나가는 거라 특별히 말씀은 안 드렸대요.  

― 그래? 뭔데? 알아볼 것은 다 알아봐. 뭐든 단서가 될 만한 것은. 

― 염선배가 그러더라고요. 어릴 때 일이라고 하던데. 대단한 아이었다고. 친구나 동창을 많이 괴롭혔나봐요. 도가 넘을 정도로 잔혹했다는데. 삼악산 수련원에서 추락 사망한 사건과도 관련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당시에 최영은 때문에 힘들어한 애들이 많았다고.. 일진인거죠.

― 가지가지 하는구만.  요즘 학폭사건 엄청 시끄러운데. 예전에야 미디어가 없었지만 요즘은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매체를 활용할 수 있으니까. 자주 통화했던 동창인가 친구가 있지? 강수연이라고. 그럼 그 애도 같은 부류 아냐. 끼리끼리 놀 테니.  과거에 뭔가 일이 있어도 감추려고 하겠지.  김선호는 생각에 잠길 때 손을 쥐었다 펴는 버릇이 있었다. 최영은과 가장 많은 통화를 한 사람은 강수연이었다. 그녀는 최근에 결혼을 했다. 통화내역을 확인해 보니 몇 달 동안 둘 사이의 통화량이 잦았다. 정주현 형사는 강수연에게 참고인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녀는 남편이 다쳐 오래 집을 비우기가 힘들다고 했다. 대신 집 앞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말투를 들어보니 경찰에서 전화가 온 것에 대해서 꺼림직해 하는 것 같았다. 강수연은 최영은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는 말부터 꺼냈다. 영은이가 만나고 있다는 김민석에 대해 그녀도 알고 있었다고 했다.


― 영은이가 3년 쯤 됐나. 서울 생활을 접고 내려오면서 자주 봤어요. 대학교 졸업하고는 좀 뜸했죠. 어릴 때는 친한 편이었는데요. 어쩌다 그런 일이 일어나서. 

― 최근 통화를 자주 하셨던데요.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누군가에게 털어 놓고 조언을 들어야 할 정도로 최은영씨가 위기에 처해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김선호는 그렇게 말하고 강수현의 얼굴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녀는 한숨을 쉬는 듯 힘겨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꺼냈다. 

― 그냥 특별한 안부 전화지 다른 건 없어요. 영은이가 좀 우울해 했거든요. 

― 최영은씨에게 원한을 가질만한 사람이 있는지. 혹시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수사에 도움이 될 수 있으니 말씀을 해주시면 됩니다. 김선호의 휴대폰에 윙윙거리는 문자 수신 진동음이 들렸다. 김선호는 휴대폰을 처다본 뒤 정주현이 강수현과 나누는 얘기를 주의 깊게 듣고 커피를 마시며 수첩에 내용을 적었다. 

― 특별하게 생각나는 것은 없는데 몇 주 전 얘기가 좀 있기는 했어요.

 꿈에 자꾸 무당 같은 사람이 나온다는 거예요. 가위에 눌리는 것 같다. 잠을 잘 못 잔다. 그런 거요.

― 이유는요? 

― 모르겠데요. 그래서 불면증 때문에 힘들어 하더라고요. 도통 잠을 잘 수 없다고 해서. 잠시후 김선호가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 

― 강수연씨. 최영은과 채무관계가 있죠? 확인해보니 금액이 상당한데. 그것 때문에 최근에 자주 통화하신건가요? 김선호는 그녀의 표정을 날카롭게 살폈다. 그녀는 당황하는 듯 했지만 곧 침착한 표정이었다. 담나 미묘한 눈가의 떨림이 있었다. 김선호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 네. 그런데 그게 왜요? 그녀의 목소리 톤이 살짝 높아졌고 말이 빨라졌다.

― 그 이유 때문에 저를 보자고 한건가요? 그 문제가 영은이 죽음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서요? 어처구니가 없군요. 

― 오천은 큰 돈 입니다. 더 적은 금액으로도 얼마든지 사건은 일어나곤 하지요. 정주현은 천천히 또박또박 말했다. 그녀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표정을 쉽게 감추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 당일 행적이 어땠는지 말씀을 해주시죠. 김선호는 낮은 톤으로 그녀를 자극했다. 

― 네. 맞아요. 영은이가 돈이 좀 있다고 했어요. 최근에 여유가 좀 생겼다고. 어디서 벌었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최근에 투자처에 돈을 넣어야 해서 빌려준 것을 받아야 한다고 했고요. 몇 달 전 부터 남편도 실직중이고 영은에게 도와달라고 했죠. 돈을 갚아야 하는데 안 되더라고요. 그것 때문에 싸운 것은 맞아요. 하지만 제가 영은이를 어떻게 했겠어요. 그게 다에요. 그녀는 당황스러움과 짜증스러운 표정을 동시에 지었다. 자신에게도 예상외의 일이라는 말투였다. 

― 최근에 최영은씨가 얘기했던 투자처는 뭡니까? 

― 자세한 것은 몰라요. 자신도 이번에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많은 돈을 모으고 있는 모양이더라고요. 

― 일단 알겠습니다. 다시 연락을 드릴 수 있을 테고 그때는 서로 오셔야 할 겁니다. 정주현이 말을 마치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커피숍을 나섰다. 그녀가 시야에서 벗어나자마자 정주현이 말을 꺼냈다. 

― 어떻게 보세요? 

― 글쎄, 강수현이 굳이 최영은을 살해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채무관계가 있다고 해도 그 정도로는 보이지는 않는데. 둘이 연락도 자주 했고 최영은이 협박을 당한다든가 뭔가 일이 있었다면 강수연한테 얘기를 했을 텐데. 그런 것 같지는 않아. 그냥 싸이코패스 강도의 우발적 살인으로 봐야 하나. 

― 꿈자리 얘기는 뭘까요? 별거 아닐까요?

― 글쎄... 둘은 카페에서 나와 차에 올랐다. 정주현은 시동을 걸고 시청대로변으로 차를 몰았다. 

― 최영은이 말한 투자처와 관련된 부분이 뭔지 좀 알아봐. 그녀의 모든 계좌를 일단 다 확인해보고. 김민섭도 그렇고 강수연도 그렇고 최영은에게 최근에 투자와 관련된 사건이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여. 사건이 그것과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돈의 흐름도 한번 좇아봐야지. 아직 확실한 것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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