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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 초절임(시메 부리)

결국은 고등어보다 맛있네요

초절임은 개인적으로 일종의 특기라고 생각하는 요리. 싱싱한 생선과 좋은 소금, 그리고 식초가 있으면 어렵지 않은 요리다. 그렇다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물론 그렇다. 하지만 주문진 어시장을 옆에 끼고 요리를 하는 정도 호사스런 인프라가 없으면 돈이 꽤나 들어가, 아니면 돈 있어도 힘들다. 동해안다이닝의 위엄.


초절임은 보통 고등어를 하지만 다른 생선도 물론 가능하다. 살이 붉으면 일단 ok. 예외는 청어. 

초절임을 이것저것 하다보니 흰살 생선도 초절임을 할만 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는데, 그건 이후를 기대하시길. 


<방어>

고등어를 사러 갔는데 고등어가 없다. 고등어뿐 아니고 간밤 새벽에 크게 내린 비로 배들이 조업을 많이 안 나간 모양. 그래서 주문진 어민시장은 오전인데도 절반이 철시 상태다. 그나마 몇 집 연 곳에서 득템한 방어. 이게 방어인지 부시리인지는 봐도봐도 헷갈리는데 지느러미 위치나 입모양 등을 보면 방어가 맞는 듯.


고등어와 달리 큰 생선이라 손질법이 달라진다. 앞에 청어는 초절임에 예외라고 했는데, 이유는 첫 째로 어마어마한 가시 때문. 거의 손질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가시는 먹는 사람이 알아서 발라낸다고 하더라도 둘 째로는 어마어마한 지방 때문이다. 붉은살 생선은 다들 지방이 상당하지만 청어는 급이 다르다. 그래서 구우면 맛있는 거지만, 초절임을 할 경우엔 지방의 산화가 빨라서 장기보존을 하겠다는 초절임의 취지가 무색해진다.

 

<방어 손질>

기존에 유튜브에서 배운 방법이 아니라 긴자 규베라는 스시집의 요리책을 보고 따라해본 결과는 만족스럽다. 방어같은 대형어종의 경우 혈합육이 있는데 이 부분은 초에 담궈도 텁텁하고 비린 맛이 빠지지 않는다. 구이로 해도 애매한 정도이니 간장조림이나 해야할 정도 부위인데 이 부분을 손질하는 요령이 자세히 나와있다. 

사진에도 보면 등뼈 주위로 불긋하다. 그나마 작은 방어라 그렇지 대방어나 참치 정도 되면 저 혈압육이 엄청나다.

조금만 들어가도 비린내와 잡내는 상당하니까 꼼꼼히 정리 해줘야 한다. 이렇게 다 잘라내고 나면 제법 위풍당당하던 방어가 포로 떴을 때 크기는 어른 손바닥만한 정도밖에 안 된다.


소금에 절이기도 중요한 과정. 짠맛을 들이는 것보단 물기를 빼내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는 게 좋다.

물기가 빠져야 촛물이 잘 먹는다. 고등어 정도 크기에선 적당히 절여도 되는데 방어는 좀 더 철저히 절여야 한다.

 

절임엔 소금이 중요한 것은 말하면 잔소리. 5년 간수를 뺀 부안 곰소 소금을 사다가 또 2년을 묵혀서 쓰고 있다. 이 정도면 아주 맛있는 것은 아니지만 쓴 맛이 불쾌할 정도는 아닌 소금. 이 소금은 역시 좀 아까와서 적게 썼는데 후회 포인트. 두터운 방어살에서 물기를 빼내려면 역시 소금이 더 필요했다. 어디들 보면 거의 소금에 파묻는 경우들도 있는데 그건 아마 저가 소금을 쓰니 그럴 것이다. 아까운 건 둘 째치고 생선살에 너무 짠 맛이 들어선 곤란하다. 소금이 싸구려면 쓴맛까지도 베어드니 요주의. 생선가게에서 소금 뿌려준데도 사양하는 이유다.

   


식초는 중국산 3년 묵은 곡물초, 물과 초 1:1 정도 비율로 섞는다. 잘 만든 발효초는 가격이 상당해서 쓰기가 좀 겁난데 이 중국초는 성분도 건전하고 가성비로는 엄청난 수준이다. 하지만 잘 생가해보면 이 촛물 한 번 만들어두면 사건사고 발생하기 전엔 초를 조금씩 보충해가며 계속 쓰는 거니까 1리터 한 병 정도면 가정에서는 1년 충분히 쓴다. 그러니 한 병에 몇 만원이라고 해도 그리 큰 지출은 아닌데, 사람 마음이란 것이 참 그렇다. 한 병에 몇 만원 짜리 술은 잘도 털어넣으면서.


생선뿐 아니라 양파나 파 같은 향신채소를 같이 넣으면 나중에 서빙할 때 같이 내어도 좋고 장아찌같이 따로 먹어도 된다. 명이가 있으면 담그면 좋다. 


<방어 초절임>


껍질은 질겨서 먹기가 쉽지 않지만 비늘은 아까 첫손질에 다 벗겨냈으니 칼집을 내서 아부리해도 좋고, 사실 개인적으론 그냥 먹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고등어라면 2~3일, 그보다 더 큰 생선은 몇날이 더 지나야 제대로 맛이 들고, 보관은 몇 년이라도 하지만 점점 살이 물러지니까 일이주일 정도 안에는 먹는 것이 좋다. 처음엔 맛이 늦게 들어 조마조마하기도 했는데, 결국은 역시 큰 생선이 더 맛이 좋고 보관기간도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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