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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와 옥수수 '사라다'에   방풍나물이 빛났다

동해안다이닝 사라다

<오늘의 재료>

오늘의 식재료는 감자, 옥수수가 메인이 된다. 싸다고 줏어들었다가 빨리 먹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


서울은 물가가 그리 비싼가보던데 시골은 이 철엔 그렇지도 않다. 

살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본래는 식료품 물가가 지방이 결코 싸지 않다. 하지만 제철에 이곳에서 나오는 식재료로 한정하면 싸다 정도가 아니라 거의 줏어드는 기분. 찰옥수수 20개 한 망에 8천원, 파프리카 5개에 2500원, 모듬채소 250그람에 2500원 이런 식이다.


채소는 거의 북강릉농협 하나로마트 파머스마켓 코너에서 산다. 농협 하나로마트가 가격상 최저가가 아닌 건 누구든지 알겠지만 적얻 파머스마켓 코너에 나오는 식재료들은 가격이든, 품질이든 한 가지는 분명이 메리트가 있다. 요즘 옥수수나 쌈채소 같은 것은 가격과 품질이 모두 좋고. 무엇보다 생산자들의 연락처까지 다 표기되어 있는 농산물들은 신뢰가 아니 갈 수가 없다. 농부분들은 차근차근 방문해서 따로 소개해볼 생각이다.


<칼로 옥수수 알 훑어내리기>

감자와 옥수수가 메인이니 드레싱은 마요네즈로. 그렇다면 오늘은 '사라다'를 만들어야 겠다.

샐러드의 일본식 표기가 뭔가 고유명사화된 그것, 마요네즈로 비벼먹는 그것, 사라다. 보통 양배추가 많이 들어가지만 개인적으론 별로 취향이 아니다. 오늘의 주재료인 감자와 옥수수에 충실하자.


옥수수알은 손으로 떼어내면 제일 좋겠지만 그래서야 시간이(그리고 손톱이) 감당이 되나. 찰옥수수 알갱이는 단단히도 붙어있어서 찌거나 삶기 전엔 떼어나는 게 상당한 운동이기도 하다.

그래서 업소용의 방식으로 칼로 알을 죽 베어냈다. 잘못 알 중턱에서 베어내는 경우도 있는데 특별히 요리의 보여주기에 신경쓸 것 아니고 '내돈내산내해내먹'의 스탶밀이니 그런 경우엔 칼질을 한 번 더하면 된다. 옥수수 두 개 낱알 다 떼어내는 데 1분이면 충분.

<라구 끓였던 통에>


기막힌 라구가 나온 직후였기에 이걸 그냥 씻어버리기 아까와서 바로 거기에 요리를 한다. 물을 조금 붓고 옥수수 알갱이를 넣는다. 이때부터 불을 살살 올려서 옥수수를 미리 가열한다. 찰옥수수알이 가장 안 익는 식재료이기 때문에.


사진엔 안 나왔지만 마늘도 서너쪽 다져서 넣고.


<잎새버섯 다져넣고>

이 잎새버섯을 처음 먹어보곤 겁을 먹었더랬다. 날것으로 맛을 본다고 기껏 손톱만큼 먹었는데 목이 조이는 반응이 온다. 본래 갑각류 날것을 먹으면 이런 반응이 오는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여친님도 같은 반응이시란다. 파머스마켓에 들어오는 것이니 위생상 문제는 없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괜히 혼자 겁을 먹어서 어떻게 처리하나 고민만 하다가 냉장고에서 화석화될 뻔 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원래 잎새버섯은 그럴 수 있고 익혀서 먹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어차피 어마어마한 향기 같은 것은 없는 편이라 미련없이 조각내어 찜솥에 투척. 그런데 의외의 대반전이 있더라는.


익히는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것이 꼭 새우나 관자같은 식감을 내주더라는 것. 쫄깃 보다는 탱글에 가까운 식감이다. 응용의 범위가 넓겠다 싶은 발견이다. 그런데 잎새버섯이 막상 새우보다 별로 안 싼 것은 비밀이 아니고.


<샐러드>

그리곤 신선채소들. 이중 파프리카와 잎채소는 북강릉농협 파머스 마켓에서 사다둔 것. 오이와 브로콜리는 당근마켓에서 나눔했더니 오신 분이 직접 농사지은 것이라면서 안겨주신 것들. 가게 오픈하면서 당근 거래를 좀 해봤는데 이거 상당히 훌륭한 플랫폼인 듯. 특히나 지방 거주자들은 말이다. 개인거래라 리스크가 없진 않지만 그래도 이웃간 거래고 평판 체크 시스템도 있어서 아직까진 큰 사건사고는 없었다. 사고 후회한 물건은 있지만 사기당했단 느낌은 아니랄까. 이런저런 동네정보도 많이 올라와서 단골빵집도 하나 당근에서 알았고 말이다.


<강릉 단오감자>

이것은 강릉 단오감자. 단오감자는 수미의 대체종으로 강릉 현지의 로컬 육종업체에서 개발한 것이다.

사실 수미는 사라다용으로 별로 좋아하는 스타일의 감자는 아니다. 두백이나 설봉 같은 분질감자가 좋은데 (수미나 단오는 튀김도 찜도 다 가능한 스윙형 감자들) 이날은 냉장고를 부탁해 의미가 있는 날이라 단오감자 남은 것 전량 투척.

뭐라뭐라 했지만 감자는 익혔다 식어서 노화된 것 아니면 다 좋아한다.


<김 나올 때까지 찐다>

이것은 멀리 이태리에서 온 압력솥. 한국것과 생긴 것이 좀 다르지만 엿튼 김 나올 때까지 찌면 된다. 힘차게 김이 올라오면 불을 끄고 증기를 뺀 다음에 뚜껑을 열고 한 김 식혀준다.


<한 김 식히고 마요네즈>

그리곤 아까의 생채소들과 마요네즈 투하 후 열심히 섞어준다. 팔에 힘이 제법 들어가는 양이다. 마요네즈는 홈메이드를 할 수도 있겠으나 재료비도 많이 들고, 사실 ㅇㄸㄱ에 길든 입맛에는 내가 만든 것이 딱히 맛있지 않은 드믄 예 중의 하나. 계란, 기름, 식초로 만들는 것은 점도가 제품 같이 진하게 나오기가 쉽지 않다. 점도를 위해서 넣는 검류의 섬유질이 없기 때문인데, 이 검류는 식물성 원료에서 추출한 것이라 일단 기피하는 첨가제는 아니다. 제품 중에서도 오직 ㅇㄸㄱ 제품만 내 입에 맞는다.


<방풍나물과 후추>

그리곤 이렇게 담아서 내면 된다. 샐러드로 먹든, 밥반찬으로 하든 다 좋다. 찰옥수수알이 씹히면서 감자와 마요네즈의 부드러운 감칠맛에 액센트를 준다. 신선채소들은 식감도 주고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이 음식에 향도 더해준다.

여기에 화룡점정이 촬영용으로 무심코 놓아본 방풍나물이다. 사실 방풍나물은 사라다에 넣은 생채소에도 들어가 있는데 가니쉬 삼아 몇 줄기 올려보았다. 무심히 사라다와 같이 먹어보니 뭔가 갑자기 훌륭하다. 여기에 또 뭔가 영감이 돋아서 통후추를 갈아서 올렸는데 이 궁합이 반짝 빛난다. 

그냥 사라다 한 번 만들고는 뭔가 대단히 의기양양한 기분이 되었다.


음식을 하다보면 여러가지 현란한 재료와 기술들이 난무하고 또 그것을 열심히 배우기도 하는데 역시 모든 것은 좋은 재료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제철, 제곳의 식재료들. 오늘의 사라다는 가히 동해안다이닝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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