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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콩국수- 강릉 우리국수와 미림헌으로부터

내돈내산내해내먹이란

<강릉 우리국수 칼국수>


강릉에서 제일 애정하는 국수는 우리국수. 예산국수집 사위인 사장님이 예산국수식으로 자연건조해서 만든다. 자연건조국수 특유의 탄력 있는 면발이 좋아서 떨어지지 않게 대어놓고 먹는 편(하지만 이번 여름엔 비가 너무 매일 와서 자연건조면 컨디션이 좀 이상하긴 했다).

그런데 이 집에서 더욱 훌륭한 것은 칼국수. 밀가루면은 탄력이 좋아야 하고 탄력이 좋은 면은 또한 두껍고 넓어야 한다. 나의 이상적인 국수는 '먹다가 목에 면을 감고 죽어도 좋을 정도'의 두텁고 넓은 면이다. 여기는 시판 칼국수면 중에서 가장 두텁고 넓다. 그리고 탄력, 오진다.


이 탄력은, 이건 건면이 아니니 자연건조와는 좀 다른 문제겠다. 옥수수전분을 사용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옥수수 전분만으로는 별로 설명이 안 되고, 무언가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고 볼 밖엔. 2킬로 단위로 판매하기 때문에 사실 이건 영업집 스케일인데 그래도 덥썩 사왔다. 한 이틀쯤부턴 아무래도 냉동보관이 필수인데 냉동하자니 미안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 면은 안 살 수 없다.


<미림헌 콩국물>

그리곤 미림헌 콩국물. 미림헌은 콩국수 좋아하시는 분들은 전혀,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곳이다. 강릉 뿐 아니라 전국을 통틀어 이만한 콩국물이 있을까? 이집의 비결은 평창산 콩에 잣까지 듬뿍 넣는 것. 말 그대로 듬뿍, 이라서 고소한 맛에 크리미한 질감에 어디 하나 빠지는 게 없다. 단, 이 집 면은 내 기준엔 과숙이라 그게 아쉬웠다.

오늘 좋은 면을 산 김에 이 콩국물을 산 건 필연적인 선택. 가격은 마트에서 파는 절대 안 사는 콩국물들 보다 세 배 이상 비싸지만 절대 아쉽지 않다. 가성비로도 이쪽이 낫다 싶은 기분.

<콩국수1>

이 두터운 면을 취향껏 삶았다. 한국사람 표준엔 살짝 덜 익었나 싶은 정도. 깻잎 한 장 깔고 국수 얹고, 그리고 아이스볼 하나 넣고, 토마토 한 조각 잘라 넣고, 어느집 삼대의 손이 들어간 김장김치 몇 조각. 그리곤 콩국물을 자작하게 붓는다. 소금간은 하지 않는다. 필요하지 않다.

단언컨대 이 세상에서 먹어본 어느 콩국수보다도 훨씬 맛있다.


<국수호박 콩국수>

이것은 국수호박을 고명으로 올린 칼국수. 아까의 김치는 따로 서빙이다.

국수호박은 따로 콩국물에도 말아먹어봤는데 나름 식감은 있지만 워낙 가늘고 살짝 달큰해서 콩국물에 바로 마는 용도로는 영... 하지만 이렇게 고명으로 올리니 탄력이 탱탱 올라오는 밀가루면에 미묘하게 사각한 국수호박의 식감, 그리고 우윳빛에 가까운 콩국물과 연노랑색 호박색이 잘 어우러진다.

위의 토마토와 김치 고명 올린 것 이상으로 맛있다.


이 면을 산 이유 중 하나는 강릉 장칼국수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도 있다. 강릉에 장칼국수 유명한 집 많은데 한 군데도 엄지가 올라갈 정도로 맛난 곳은 없었기에, 내가 장칼국수에 한 번 도전해보자 싶다. 장칼국수 이야기는 다음번에 하고.


그나저나 #내돈내산내해내먹 이란 무얼까? 면도 사서 삶기만 했고 콩국물 사서 붓기만 했고, 하지만 '내돈내산'은 확실하고 '내먹'도 그렇다. '내해'가 애매한데, 밀키트 마케팅에도 '집에서 요리하는'이런 표현 쓰지 않나?  스파게티도 면 사서 익혀서 소스 사서 부으면 요리로 생각하는 게 요즘 기준이던가? 그 기준의 모호함에 대해서도 한 번 다뤄보고 싶은 마음이다(오지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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