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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손님, 또 만나요

Alteractive Salon 공간이 맺어주는 인연

그녀들은 창가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무료시음' 사인 부근에서 가게 안을 들여다보며.

내가 무서운가... 왜 안 들어들 오고 기웃거리나.


"들어오세요"


문열 열고 권하자 그제야 별로 꺼리는 기색 없이 들어와서 시음을 했다. 두 명. 아무리 봐줘도 30대가 안 된다.

둘은 인근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태프로 일하며 한 달 살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한 명은 마침 그날 근무라 아쉽지만 곧 돌아갔고, 한 명이 남아서 시음을 넘어 저녁 늦게까지 술자리를 하고 가셨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온갖 SNS에서 친구를 맺고, 떠나기 전에 언니들과 다시 오마고 가셨다.

<대관람차>

그러곤 한참이나 소식이 없었다. 그날 서로이웃까지 맺은 블로그를 보면 한달 살기가 거의 끝나가는 것 같고 같이 친하게 지내던 스태프 언니들은 이미 돌아갔는데 아직 소식이 없네. 바쁘면 그럴 수 있지. 가기 전에 여기저기 놀러갈 곳도 많고, 게하의 업무가 자원봉사치고 과중하단 얘기도 들었고....


그러던 어느날 인스타 DM이 왔다. 거의 번개 치듯이 '지금 가도 되요?' 스타일로.

아 물론 지금 와도 되지요. 같은 스태프 언니도 한 분이 같이 온단다.


첫 잔은 무난하고도 진한 철원의 대관람차. 


<파프리칸 샐러드>

첫 음식은 파프리칸 샐러드. 강릉에 파프리카 농사가 흥해서 파프리카가 싼 편이다. 거기에 청귤드레싱을 깔고 계절채소와 피시케이크, 단촛물에 절인 방울 토마토를 올린, 이제 시그니쳐 샐러드가 되어가는 느낌의 요리.


맛있다고 하니 기분이 좋은 것은 요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같을 것. 같이 온 분도 음식도, 술도 자기 스타일이라고 호응을 해주시네.


<짬뽕>


같이 오신분은 또 오늘 저녁 근무라 빨리 들어가셔야 함. 그래서 황급하게 식사대용으로 짬뽕을 말았다.

실은 이거 내가 먹으려고 밑을 잡아둔 게 있어서 빨리 되었다. 국산 태양초 고추가루로 좋은 재료들을 은근히 기름을 내고 거기에 멸치육수를 부었으니 일반 짬뽕집과는 원가부터 비교가 안 된다. 


국물을 낸 단계에선 일단 시식해서 간이 맞는지 맞춰보는 과정. 한 분은 짬뽕국물 치곤 터무니 없이 간이 약한 이 국물이 너무 좋다고 하시고 한 분은 조금은 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간은 게랑드 소금으로 맞추기.

그리고 면은 강릉 우리국수의 칼국수. 생면 버젼이다.


짬뽕을 내고 나니 약간의 시간 여유가 있다. 


"사장님하고 아홉시까지 달리러 왔어요"


하는데 같이 앉아서 한 잔을 안 할 수가 없네. 강릉에서 좋은 기억이 너무 많아서 꼭 다시 오고 싶은 도시라고 한다. 일단 돌아가면 원래 하던 알바를 해야하는데 무려 주6일의 일정인데다가 개강하면 학교도 다니고 코딩 공부도 해야하고 쇼핑몰 창업도 할 것이고 너무 바쁠 것이라고. 그래도 언젠가는 시간을 내서 꼭 강릉에 다시 온다고 한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한 분은 이제 곧 떠날 시간. 

<얼떨결에 퍼플>


첫 병을 비우고 둘 째 병은 얼떨결에 퍼플. 포도가 들어간, 향이 좋은 막걸리다.

개봉을 하려는데 직접 하시겠다고. 알바하던 곳에서 한주를 팔았기 때문에 복순도가 같은 것도 잘 열 수 있다고 하신다. 탄산이 상당한 스파클링인데 정말 몇 번 뚜껑을 여닫더니 신통하게 개봉 성공! 이거 쉬운 거 아닌데 어느 집인지 알바생 잘 두셨네.


<로코코의 사과>

디저트는 로코코의 사과. 근접샷을 보니 좀 볼품이 없어보이는데 나름 반응이 호평일색인 디저트다. 동행하 분은 아이스크림에 올리브 오일 올려서 먹는 것 좋아하신다며 음식과 술 코드가 잘 맞는 집이라고 너무 좋은데 빨리 복귀해야 해서 아쉬워하시고.


<박씨원>

이건 얼마전에 박속으로 담근 청으로 만든 음료. 초시원의 박속 버전이니 박씨원이라고나 부를까.

이 서늘한 색과 향이 또 히트. 처음엔 박청만, 그 후에 음료를 부어서, 그 후엔 식초를 추가해서. 이 단계마다 탄성이 터졌다.


이제 동행인은 진짜 가셔야할 시간. 꼭 또 오시겠다면서 아쉽게 퇴장.

<페낭식 박요리>

이제 '아홉시까지' 같이 달리는 모드. 아홉시인 이유는 오늘 환송식이 있어서 스태프들과 같이 한 잔 하기로 했다고.


나는 내 먹을 것을 해서 들고와 앉았다. 이제부터 술이고 음식이고 다 서비스.

<베이글 선물> 


그 와중에 선물까지 들고 와줬다. 안그래도 가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 되서 못 가던 유명 베이글 전문점에서부터 날아온 빵들. 감사합니다. 


<수저 받침대 선물>

귀여운 오리 수저받침대도 선물로.


억만장자가 되고 싶어서 쇼핑몰 창업을 한다고 한다. 성공하면 오시겠다고 해서 


'매출 십만원만 나면 오세요'


했다. 일단 시작만 해봐도 성공인 거지. 돈을 많이 버는 건 기원해드리고 싶긴 한데 그래야만 다시 오겠다면 좀 기약이 없지 않나 싶어서.  어려서부터 외식업을 하는 집안에서 여러가지 일을 하며 컸다고, 싹싹하고 눈치 빠르고 손도 야무진 것 같다. 

잘 될 거에요. 서두르진 말고요. 인생은 길고도 구불구불한 여행이니까 즐기며 가면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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