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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강의 눈'과 'Surfing Gourd'

박으로 만드는 음료와 술



<박>


언젠가도 소개했던 박이다. 저번엔 박으로 요리를 하려고 샀지만 이번엔 박요리는 부수적이고 박음료와 박술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박청>


박 요리를 할 때 속을 긁어낸다. 호박이나 오이도 씨가 들은 가운데 부분을 끍어내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먹는 데 지장이 있는 부위는 아니다. 아주 많이 여물은 경우 씨가 좀 불편할 수는 있지만.


통영식 박요리를 하면서 속을 긁어내고 나니 박속은 어쩌면 하얗고 윤기나면서 고상한 향이 나는지. 그냥 버리는 건 심하게 죄책감을 자극했다. 그래서 청을 담궜다. 보통 재료:설탕을 1:1로 담그는데, 그건 좋다. 하지만 처음에 설탕을 확 넣어버리면 대개는 설탕이 밑에 상당히 가라앉고 안 녹은 상태가 된다. 이렇게 어정쩡한 상태에선 알코올 발효가 일어나기도 쉽다. 그러니 두 번에 걸쳐서 나눠 넣어주는 것이 요령. 처음에 2/3 정도를 넣어주고 충분히 수분이 나오면 그 다음에 나머지를 넣어주거나, 혹은 안 넣어주어도 된다. 하지만 너무 적은 설탕은 알코올 발효의 온상이 되니 주의.




<Surfing Gourd, 혹은 박시원>


이제부터 이 청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방법.

1번은 음료 만들기다. 초시원의 시럽을 박청으로 바꿔주면 되니 간단. 단, 초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박의 고상한 향이 죽어버리니까 보통의 초시원에 비해서 초는 절반 정도만 넣는다. 혹은 박청이 어느 정도 지나면 약간의 산미도 도는데 그냥 그 산미만을 이용해서 다른 것은 안 넣는 방법도 있다.


초시원인데 박이 들어갔으니 박시원이라고 부를까. 너무 묘사적이고 촌스러운 느낌이라 'Surfing Gourd'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Surf는 Wave 중에서도 하얗게 부서지는 그 부분, 박의 이미지와도 닮았다. 박이 서핑을 하는 느낌!



<박술>


내친김에 술 담그기. 청은 당의 농도를 높여서 미생물 번식을 막는 방식이니까 기본적으로 술이 잘 안 된다. 그래서 물로 희석. 1:1 정도 해주면 좋을 것이다.


그리곤 가루효모가 있으면 그걸 써도 좋고, 아니면 맥주나 다른 술들을 조금 넣어준다. 가루효모는 베이킹용 효모도 알코올 발효를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물론 맥주효모를 쓰는 것을 권장한다. 다른 술을 넣을 때는 너무 많이 넣으면 그 술의 향, 맛, 색이 침범할 수 있으니 조금만 넣어준다. 아주 조금만 넣어주어도 충분한 것은 1:1로 희석한 박청은 이미 효모가 번식하기에 딱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온도만 25도 정도로 맞춰주고 처음 하루 이틀은 가끔 슬슬 저어주는 정도로 산소 공급을 해준다. 실은 25도 맞추는 것도 시설이 없으니 8~9월의 상온에 두면 대개 비슷한 범위에 들어간다. 온도가 높으면 발효가 빠르고 낮으면 느려지는데 이 술은 도수를 많이 내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탄산감만 내는 것이 목표라서 여름날 기준으로 3~4일이면 발효 완료. 발효를 중지시키기 위해서는 충분히 차가운 냉장고에 넣어주면 된다.


결과는 대호평의 술이라서 Surfing Gourd를 제대로(상업적으로) 만들어볼까 하는 심각한 고민을 잠깐 했을 정도. 물론 그럴 일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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