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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는 볶아서 만듭니다.

본래 떡볶이는 고급요리!

<대경 바우네 떡볶이>

세발자전거 시절 같이 일한 차민욱 셰프와 늘 하던 이야기. 왜 떡을 삶으면서 떡볶이라고 하지?

왜인지 정확히는 몰라도 짐작은 간다.


궁중떡볶이라고도 부르는 기름떡볶이가 원형이었을 것이다. 고추장 양념이 아니라 기름에 쇠고기와 채소 넣어서 볶고 간장으로 간을 하는 떡볶이. 하지만 이건 우리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궁중요리. 우리가 아는 떡볶이는 밀가루떡에 오뎅국물 부어서 하루 종일 떡과 국물, 고추장 번갈아 리필하는 '학교앞' 떡볶이, 그게 대한민국 표준이다. 즉석떡볶이니 하는 것은 딱히 고급도 아니지만(아니 학교앞 떡볶이에 비하면 고급이다) 80년대는 되어야 나타난 유행으로 안다.


기본적으로 떡볶이는 아이들 코묻은 돈으로 사먹는 '불량식품' 이미지가 강한 음식이다.  떡볶이를 요리가 아닌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본다면 더 많은 것이 설명 된다. 하교길, 단시간에 좍 밀려드는 아이들 손님을 다 받으려면 결국 프로세스를 구분하는 것은 비효율이 된다. 떡볶이는 끓이다가 부족한 것이 있으면 보충해서 계속 끓인다. 종종 스타트 떡볶이는 어제 팔고 남은 것들이다. 거기에 물 붓고 고추장과 조미료, 설탕 등을 넣고 또 떡을 보충해가는 과정, 계속되는 프로세스에서 퍼내고 리필하기의 음식이라는 점에서 심지어 하나의 독립된 요리, 디시로 보기 힘든 점도 있다. 물론 프리미엄 떡볶기가 나오곤 있는데 요리법을 보면 떡볶기가 아닌 떡삶기가 대부분이라는 점은 다르지 않다.


하지만 물론 내가 하는 떡볶이는 다르다. 떡볶이는 동거인께서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해서 꽤나 공력을 들여 완성도가 높아진 요리. 완성도에서 우선 중요한 것은 떡볶이 떡이다.


국산쌀떡을 쓰는 건 물론인데 전국구 메이커들인 ㅅㅎ, ㅊㄱ 이런 데들은 잊을만 하면 뭔가 문제를 일으켜 기피한다. 마침 지역 업체인 대경농산의 바우떡볶이 국내산쌀떡이 있어서 득템. 이런 떡이 없으면 그냥 방앗간이나 떡집 떡국떡 좋은 게 있으면 써도 된다. 물론 형태의 차이에서 오는 식감의 다름 등은 감안해야 한다.


<떡씻기>


떡은 살짝 씻는다. 냉동떡이 아니면 물에 오래 담글 필요 전무하다. 쫄깃한 식감을 원한다면 말이다.


<오늘의 식재료>


오늘의 채소들은 이렇게. 냉장고를 부탁하는 수준.


<삼호 부산어묵>


이게 맘에 좀 안 드는 데 어쩔 수 없다. 동거인이 이미 사오셨어. 강원도 마트에선 대기업 제품 이외에 선택은 없지만 각 잡고 하라면 인터넷으로 범표어묵이나 뭐 그런 걸 주문했을 것. 아니면 자가제조 피시케이크...는 좀 오버다 싶다. 떡볶이 강한 양념에 피시케이크 맛은 가릴테니.


<떡 먼저 볶고 야채는 나중>


강조하지만 떡볶이는 떡을 볶는 것이다. 

포도씨유 적당히 두르고 떡과 어묵을 먼저 넣는다. 여기에 약간의 마늘이 들어가야 뭔가 한국인의 떡볶이 맛이 완성되는 느낌. 떡과 어묵은 표면만 살짝 익었다는 느낌이면 거기에 바로 야채와 뭐든 원하는 재료를 추가로 넣어준다. 그리곤 적당히 익을 때까지 볶는다.


볶음에서 첫째도 둘째도 중요한 것은 오버쿡 되서 떡의 쫄깃함이 사라져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 혹 떡 표면을 튀기듯이 스킨을 만들려면 기름을 좀 넉넉히 두르고 강불에 재빨리 볶아내면 된다.


<박고추장>


박청에서 나온 박속을 박은 박고추장. 두운 좋다. 




그리고 건조하게 볶다가 약간의 참기름을 넣어 다시 화들짝 볶는다.

그리곤 물을 붓는다. 물 양은 취향의 영역.

 

<떡볶이>


이렇게 먹을 것인지


<국물떡볶이>


혹은 이렇게 먹을 것인지의 차이일 뿐이다.


일하시는 곳에다가 재빨리 배달해서 즉시 드시도록 했더니 맛있다고 칭찬하셨음.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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